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1967) 18세 이상/ 89분 / 드라마,로맨스/ 스웨덴
감독 : 보 비더버그 출연 : 피아 데게르마르크(엘비라 마디간), 토미 비르그렌(식스틴), 니나 비더버그(클레오의 딸) 각본 : 보 비더버그 촬영 : 요르겐 페르손 편집 : 보 비더버그 음악 : 울프 브욜린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슬픔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아주 오래 전 TV에서 엘비라 마디간을 처음 만났다. 사랑도, 죽음도, 비극도, 아름다움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한 번 본 영화가 몇 고비의 삶을 건너 오면서도 잊혀지질 않았다. 영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는데 영화 속 장면이, 줄타기 장면이, 춤추듯이 나비를 좇는 장면이, 굶주려 풀밭에서 나무 열매를 주워 먹는 장면이, 그리고... 그 정지된 화면 속의 그 아름다운 죽음의 장면이 잊히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 이토록 한 장면 장면이 강렬하게 남은 영화는 없었다.
스웨덴의 서커스단에서 줄타는 소녀 엘비라 마디건과 젊은 장교 식스틴과의 사랑이야기인 이 영화 앨비라 마디간은 실화가 바탕이라고 한다.
서커스단에서 명성을 날리던 엘비라 마디간과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장교 식스틴은 사랑에 빠지면서 각자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
이미 결혼을 했고 또 탈영한 몸으로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들을 찾는 신문 기사가 나오고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줄곧 도피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견딘다.
그들이 묵었던 여관의 작은 꼬마소녀와 주인 여인 등 그들을 동정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점차 그들이 갈 곳은 줄어들고 가진 돈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투기도 하지만 이내 이렇듯 미안하다는 쪽지를 써서 냇물에 흘려 마디간에게 건네기도 하면서 사랑을 이어 간다.
고달픈 현실에서 지난 시간들은 때로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마디간은 이렇게 서커스단에서 줄타던 시절을 돌이키기도 한다.
사랑이 현실에서 밥이 되지는 못했다. 돈이 다 떨어지고 굶주린 마디간은 풀밭에서 나무 열매를 주워먹기도 하고 꽃잎들을 따먹기도 한다. 비참하고 슬픈 이 장면도 이 영화를 통해서 보면 어찌나 아름답게 표현이 되었는지...
남은 돈을 모두 모아서 포도주와 빵을 사고 그들은 풀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한다.
이제 그들의 사랑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 밖에 없음을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러나 식스틴은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식스틴을 위해 마디간은 춤을 추듯 나비를 좇는다.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록 21번 2악장.. 그리고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화면의 모든 것은 정지된다. 음악도 움직임도 아무 것도 없다. 나비를 잡는 마디간의 모습에서 정지된 채로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리고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 죽음의 장면은 슬픔을 잊게 할 만큼,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 만큼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것 같다.
· 감독 : 보 비더버그 · 출연 : 피아 데게르마르크 (엘비라 마디간), 토미 비르그렌(식스틴),니나 비더버그 (클레오의 딸) · 각본 : 보 비더버그 · 촬영 : 요르겐 페르손 · 편집 : 보 비더버그 · 음악 : 울프 브욜린 · 제작국가 : 스웨덴 · 제작연도 : 1967년
편집 :영상,음악 /단테 -pinehi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