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끝머리 미시령-황철봉-저항령-저항능선-마등령 코스를 금요일 저녁에 출발
온 몸으로 전력투구한 끝에 별 사고 없이 무사하게 다녀왔다..
설악권역으로 갈수록 또 북쪽으로 갈수록 그 험한 정도와 몸과 마음이 요구하는 강도가
드세어지는 가운데 실제 거리 약 15킬로, 체감으로 느낀 거리는 100리 길이 훨씬 넘는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이 코스에 담긴 설악의 진수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완전히 빼앗긴 코스였다..국립공원 통제구역으로 산행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인지 참으로 빼어난 전경..그 아름답고도 처절한 산행기록이다..
새벽 4시 30분에 미시령에서 출발하는데 아~~~!!!, 밤하늘의 별들..그들은 쏟아질듯 다가와 눈을 깜빡이며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가로 그어내린 은하수의 희미한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새벽에 별무리처럼 한들거리며 산객들의 심상을 사로잡는 속초시의 전경..
누군가는 달콤한 잠을..누군가는 설레임을 가슴에 가득채운채 산길을 걸어내고 있다..
새벽은 설레인다..모두의 심장을 감싸안은채..
본격적인 너덜지대에 진입하는 순간..어둠속에서는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 하면서
그간의 산행능력을 믿고 방심을 하려는 순간..
아련한 여명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첫번째 너덜지대..아직까지는 아름답다..
오~!!! 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다..
바위 하나 하나가 성인의 덩치를 압도하며 큰 것은 집채만하게..작은 것도 성인 두 세사람의 크기와
높이로 설악의 강함과 도전자의 겸손함을 이끌어낸다..
나는 저 운해에 발을 딛고 서서 쏟아지는 아침 햇빛을 흡수하며
하늘로 퉁겨 오르는 인간..그 작지만 느끼고 사색하는 인간이고 싶다..
설악의 수많은 명불허전 중의 하나..울산바위..수줍은듯 옷깃을 여미고 있다..
옆의 달마봉은 마치 총각이 처녀를 희롱하듯이 울산바위를 보며..
데이트 하자고 보채는 모습으로 당당하다..
일출 10분전..많은 동행산객들이 어둠속에서 나타난 이 전경에 넋을 홀리고 있다..
한 때는 울산바위처럼 단단한 하나의 군집체로 있었을 바위 너덜군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이들도 분열과 풍화작용을 통해 다시 작은 돌들로
흩어지고 바람에 실려 또 다른 곳에서 분말로 삶을 다할지니..
어느 방향으로 가던 쉬운 곳은 없다..그저 눈앞에 보이는 바위를 요령껏 넘고 돌며
경사각 70도 이상의 고바위를 치고 올라야 한다..너덜지대..아..아..
서서히 바다끝 속에서 햇님이 나 나간다..하고 전주곡을 넣는중이다..
류덕연 선생이 나를 보고 인사하고..산객들의 오름모양이 꽤나 힘들어 보인다..
다음에 치고 올라야 할 상봉, 신선봉..그리고 진부령 방향..다음도 만만치 않겠구나..^^
각양각색의 모양과 질감으로 널어진 너덜 바위들..어쩌면 한 바위군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쪼개지는 양상도 물리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쪼개짐양과 횟수가 무한하게 반복된다면 똑 같은 크기와 모양의
바위가 무한의 숫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다중우주의 ' 누벼 이은 '
우주 모델에서 이야기하는 가능성이다..돌처럼 무거운 주제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우주적 굉음으로 그러나 조용하게 알려주는 일출 직전의 모습..
네가 나타나는 순간, 온 세상은 비로소 완전한 빛으로 그 양태를 드러내고
밤새 두려웠던 사물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펴나니..밝돌이여..
조각구름들이 햇빛을 받으며 우화등선하고 있다..아니면 이 지대에 숨져간 수많은 영혼들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승천하는 것일까..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이 지역은
육이오 동란당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군과 적군이 스스로조차 잘 알지 못하는
이유로 총부리를 맞대고 숨져간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박동흠 사장님께서 햇살을 등에 받으며 멋진 포즈를..
그리고 특유의 응가 폼으로 다시 태양을 향해 뒤로 돌아..즐기고 음미하고..사진기를 통해 가슴에 담고 있다..
어느새 나타난 회장님의 귀여븐 모습..
아마 오늘 내 카메라에 담긴 나의 유일한 모습..역광이라도 좋다..밝을 받으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햇님은 늘 그렇게 모두에게 환영받으며 하루의 시작을 열고..
앞으로도 뒤로도 늘 숭상의 대상이다..아름다운 자연을 빛으로 일구어낸다..
산 구비 구비에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구름의 바다..이제 햇살을 받아 다시 하늘로 거슬러 오를 것이다..
흙빛으로 가득했던 온누리에 밝음이 오니 온 세상에 금빛가루가 흩뿌려지고..
이병호 사장님의 상쾌한 용틀임..그리고 반가움..
회장님과 돌바우..저 줄과 안내등은 이 지역에 잠들어 있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국군 특수부대원들이 설치해 놓은 것이다..덕분에 길 잃기 쉬운 산객들의 아주 소중한
이정표요..가이드 라인이 되고 있다..
희미하게 보이는 미시령 길..彌矢嶺..의역하면 곧바른 길이 계속되는 재라는 의미인데..
내 인생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네..
몸과 마음..그리고 무릎과 발목이 너덜너덜해지니..하늘에 가득찬 내달리는 구름이 황홀하다..
내달리는 구름을 무심한듯 바라보는 바위들..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
그 이상의 구성요소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산대장님과의 조우..반가움..
황철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설악산군 늘머리와 운해..장관이다..
여태껏 설악을 수십번 찾았지만 처음와서 더욱 새로운 곳..외설악의 진수를 보는 느낌..
오늘 본전은 다 뽑았다..^^
뒤의 귀떼기청봉과 저항능선을 배경으로 박동흠 사장님의 당당한 모습..
장쾌하게 늘어선 설악 서북능선길과 저항능선의 듀엣모습..참으로 감탄밖에는 할 표현이 없다..
하늘과 바위와 구름과 산과 나무들..각각의 소중한 역할과 정령들..
가리봉이 서북능선 끝자락 뒤에서 살포시 인사를 한다..언젠가 한번 꼭 가리..^^
반가운 얼굴들이 다시 모였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인물도 살고 옷도 살고..모든 것이 다 산다..카페지기 조 사장님..
회장님도 이 아름다운 경치에 심취한듯..
산악회의 전속 무임금사진작가로 늘 남 찍는데만 힘을 쓰시는데 오늘은 제가 듬뿍 담아드리지요..^^
그리고 늘 선두그룹에서 하산주 준비에 애를 쓰시는 이병호 사장님..
사장님의 요청으로 좀 부드러운 이미지로 포샵했다는 얘기는 절대 할 수 없다..
사진 찍는 자세가 더 당당하고 힘이 넘치는 조 사장님..^^
저항령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저 눈 앞에 보이는 너덜 급경사지대를 치고 올라야 한단다..으..@@~~
나는 30만원짜리 똑딱이 디카..조사장님은 화력에서 감히 비교를 할 수 없는 디..머시기냐..그 디에스..통과..
멋진 사진이다..색감에서는 소니 디카가 압권이다..
이제 저 구름의 바다로 고도를 낮추고 다시 높이고 하는 오르내리막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설악의 얼굴 대청봉은 오늘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계속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오랜만에 접하는 통발미소..^^
내가 오늘 전속 사진작가님을 찍는 전속보조사진기사가 된다..ㅋㅋ
이 산악회의 즐거움이 이 두 분이 없었다면 과연 그리 될 수 있었을까..고맙고 소중한 분들이다..
(이러면 다음에 소주라도 한 잔 더 얻어 마실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이 산행코스를 돈을 받거나 댓가성으로 하라면 할 수 있을까..
재미 있는 것은 위험하고 험한 곳일수록 안전사고는 상대적으로 적단다..
그만큼 긴장하고 조심한다는 뜻이고 대부분의 사고는 무심한 소흘..
가볍게 보는 자만심에서 난다는 얘기..
오늘 황철봉 산신령으로 등극하신 이병호 사장님..
그런 신임 산신령을 므흣하게 내려다 보시는 원조 산신령님..
경이롭다 못해 경악스러운 생명력..
바위틈 사이에 이끼가 자라고 그 이끼에 쌓인 자양분으로 기어이 생명을 트이고 마는 자연이여..
저항능선에 가까이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산세가 위압적이다..
왼쪽 끝자락의 희미한 세존봉과 마등봉..
내려서는 곳곳에 가파르고 위험요소가 자리 잡고..그저 주의할 뿐..
저항령이다..의미는 원래 길게 늘어진 고개라 해서 늘목재이다..저항령이란 자체의
의미는 크게 없다..그리고 이 곳 능선에서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오랜시간 잠들어 계셨고..
올해 유월에 많이 발굴하여 국립묘지에 모셨지만 아직도 곳곳에 그 순간을 기다리는
애닯은 영혼들이..
다시 저 곳을 치고 오른다..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저항능선을 애면글면 오르면서 바라본 황철봉 정상..독특하다..강인하다..
오늘 무료로 나의 새로산 디카의 전속모델이 되어주신 이 사장님의 늠름한 모습..
달마봉 끝자락에서부터 이곳 저항령까지 시원한 계곡이 펼쳐진다..바람의 통로도 되고..동물들의 이동로도
되고 구조헬기나 특공대의 침투저지 코스가 되기도 한다..
세번째 너덜지대..경사가 아찔하다..거의 네 발로 기어올라야 한다..온몸이 너덜 너덜 해지는구나..
그래도 내려가는 것 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더 낫겠다..
하늘은 푸르고 강물도 푸르고 아름다운 이 곳에 내가 있고..네가 있네..
우리들..모여서 말해보자..이 강산을..
장쾌하고 시원한 저항령 계곡..글라이더 타고 날아 보았으면 좋겠네..
밤새 낮은 곳에서 잠들었던 구름들이 햇살의 기운을 느끼고 스멀스멀 기지개를 편다..
배고프다..밥이나 먹고 가야겠다..
황철봉에 구름이 달려들고..
다시 내려가야 할 길을 보니 아찔하다..한숨만 나온다..헐..그래도 가야한다..
여유만 된다면 저 바위에 자리 잡고 호흡도 하고
이곳에 아직 잠들어 있는 영혼들을 위한 구명의식 염원도
좀하련만..그저 바쁜 세상이 도인을 힘들게 한다..
이 곳에 올라보니 이곳 저항능선을 곧바로 탄다면 처음의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 못지 않는
아찔하고도 위험한 코스가 되겠다..암벽 등반가들이 욕심을 낼 만 한 곳이다..
역시 대청봉을 빼면 귀떼기 청봉이 마치 설악의 진산처럼 보인다..
무엇이 설악을 이렇게 이토록 아름답게 만든 것일까..신의 의지..자연의 용틀임..
통제구역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정말 아름다운 비경이다..
그저 감탄할 뿐..산객은 걸음을..가슴은 감응하고 머리는 황홀하다..
참으로 깊다..참으로 성성하다..
마치 공룡의 그것을..마치 용아의 그것을 보는듯..
마등봉 직전의 잔돌 너덜길에서 대장님..
구름이 장단맞춰서 넝실 넘실 춤추고..멀리서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곳 하나 놓칠만한 곳이 없으니..가히 설악이로다..
신이 빚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시인도 도인도 산객도 그저 읇조릴뿐..
저항능선의 끝자락을 보고는 구름이 시샘을 했는지 온통 경치를 덮어버린다..
마등봉 직전의 너덜지대..이곳은 비교적 잔돌이나 그리 힘들지는 않다..
누군가 돌 참호를 몇 군데 만들어 놓았다..비박할 때 바람막이용으로 유용할 것 같다..
이제 너덜지대는 끝이 나고 온통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특히 무릎이 아릿하다..
마등봉..이제 마등령으로..
마등령인데..이곳에서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마치 비선대에서 올라온양..공룡에서 올라 온양..ㅋㅋ
아름답고 고운 화채능선..
뭉크의 절규..
오세암 가는 길에서 바라본 무명능선 자락..
오세암..백담사의 부속암자로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암자이다..
5세 된 동자가 한겨울 고립되어 며칠을 관세음보살을 엄마처럼 부르며
살아 남았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던 심산암자이다..
천진 관음보전인데..천수관음상이 있다..사진을 찍지 못한점이 아쉽지만 법을 따르자..
그냥 암자가 아니더라도 앉아서 기도라도 하고프고..
오세암의 전설처럼 뒤에 앙증맞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동글동글 동자를 연상하게 한다..^^
귀여븐 다람쥐의 도토리까기 디너쇼..^^
영시암..永矢庵..영원하도록 佛法을 널리 알린다는 뜻이다..
백담사로 가는 계곡길의 청수..에머럴드 빛 계곡물이 너무나 아름답다..
신선들이 사는 도계에도 저런 청옥수가 흐른다는데..
거친듯이 부드럽고 오히려 정감마저 일으키는 곳..
감탄만 할 뿐 감히 뛰어들지 못하니 속계의 규율이 자연계를 누르는구나..일명 질서와 도덕으로 포장된 허위의식..
반달이 어스럼히 피면 선녀들이 곱게 내려와 이곳에서 목욕하고..그 뒤는 우물쭈물..
나뭇꾼은 신선무로 단련된 선녀에게 허벌나게 맞고 옷을 돌려주고 말았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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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진들은 일행들이 찍어주신 소중한 흔적들이다..
새벽 세시 반 설악광장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위해 줄 선 모습..
워낙 먹는거에 목숨거는 나의 스타일로 벌써 왼편 탁자에서 밥을 먹고 있다..
군대에서 터득한 밥먹기줄 우등생..^^
군대시절의 애환이 가득한 곳..이곳을 걸어서 오르내리고 왕복한 것이 몇 번이던가..
우리는 철조망을 넘지 않았다..철조망 쳐진 끄트머리로 향하는 일행들..나는 머리에 노란색 띠를 둘렀다..
박동흠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소중하다..
나의 단전에 저런 귀한 태양같은 불덩어리가 살아 숨쉬는 그날 까지
백두대간이 끝나고 주변상황이 조금 정리되면 며칠이라도 용맹정진하리라..
가슴에도 태양같은 기운을 채우고 뭇 고통스러워 하는 분들을 위해..
맛있는 점심시간..허겁지겁은 아니지만 서둘러야 한다..왜냐..배고프니까..^^
귀하디 귀한 노루궁뎅이 버섯이다..그냥 먹어도 쌉살하고 달작지근한 것이 그만이다..
나의 가슴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 저 동해에서 우주적 경이로움으로 나타나는 햇님..밝돌의 원조..
가파른 너덜지대를 내려오는 모습..경사도 경사거니와 나 같이 다리 짧은 사람은 두 배로 힘이든다..
그래도 폼은 잡아야 한다..굳건하게 안 피곤한 척..ㅋㅋ
막바지 오름길..마등봉 직전의 잔돌 너덜지대..
초연한 모습이지만 몸은 이미 너덜너덜 해졌다..
실질적으로 다음 미시령 진부령 코스를 끝으로 남한에서의 백두대간 북진은 끝이 난다..
미리 예행연습겸 포즈를 취한다..
어쨌던 도상거리 20킬로가 훌쩍 넘고 가파른 너덜겅지대를 네차례나 통과해야 하는,
어쩌면 백두대간 코스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힘든 산행..
통풍환자 이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무릎에 가중되는 부하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산행이었다..
기회, 시간 될 때마다 하는 국선도 수련으로 언강생심 꿈도 못 꿀 백두대간 종주를
이제 한 코스만 남겨 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감회가 새롭고 많은 환우들에게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섭식이 보완되면
어떤 병이라도 나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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