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color-gray post-type-text paging-view-more">
본문 바로가기

> 산행일지

아~!! 공룡능선(디카)

 

추석연휴..달님은 만개하여 밤의 세상도 어둡지만은 않다는 자비로움을

온누리에 가득 비추이고, 사람들은 아무리 세파에 찌들어도 한가위의 넉넉함에

마음만은 푸근해 질 때, 못내 가고 싶었던 공룡능선에 대한 갈증, 열망..그리움에

온 몸과 마음을 뒤척이다가 추석 당일 모든 행사를 다 끝낸 오후시간, 이미 마감인 것은

알았지만 다시 확인해 본 순간, 마감이었던 상태가 아직 접수를 한다..빙고~!!!!

 

이러 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저녁 여덟 시 출발하는 설악산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잠조차 오지 않는 일곱시간을 달려 설악동에 도착했다..원래 산악회의 코스는

오색-대청봉을 거치는 공룡능선- 마등령 또는 천불동 - 비선대 였지만

이번만큼은 공룡에 푹 심취하고 싶은 욕심에 가장 가까운 설악동 - 비선대 - 천불동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코스를 개인적으로 택했다..

 

오색탐방코스에 2시 15분 다른 산객들을 내려주고 버스가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55분..이리 저리 챙기고 출발한 시간은 3시 15분

 

총 산행 거리를 보면 소공원 - 3km - 비선대(45분) - 5.4km - 희운각(2시간)

- 1km - 신선대(20분), 여기서 아침 7시까지 머물며 일출의 장관과, 일출에

따라 모습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공룡능선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보통, 공룡능선을 타면 산악회의 시간제한 때문에 허겁지겁 달려가기

바쁘지만 오늘은 풍족한 시간을 눈은 즐겁게 사진은 빡세게..몸은 여유있게..^^

 

신선대 - 4km - 마등령(4시간), 점심을 먹으며 마등령의 절경을 즐기고

마등령에서 12시 하산하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두 시 반..

산행거리 총 20킬로에 1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냥 사진 신경쓰지 않고 내달렸으면 아홉시간이면 충분할 듯..

 

소주 한 잔과 찌개를 안주삼아 처음 보는 산님들과 하산주 하고

오후 다섯시 도착한 후미팀을끝으로 대구 집에 돌아오니 10시 45분..

무려 27시간에 걸친 대장정을 끝내고..

 

가져간 디카의 메모리가 다해서 스마폰으로 다시 찍어대고 이날 찍은 사진만

500여장..이제 그 하나 하나의 소중한 기억을 화면에 다시 옮겨 본다..

 

 

 

새벽 세시의 소공원 입구 매표소 전경..호랑이 두 눈이 입장료 안내면 잡아 먹을듯 하다..ㅋ

 

 

신흥사를 지나면서 구름에 달 가듯이..오묘한 분위기..옆의 푸른 원형은 UFO인가..렌즈 플레어..

 

지금은 불타 사라진 양폭 대피소에서 잠시 물 한잔 마시며..실루엣이 너무 이뻤다..

 

별은 쏟아질듯..천불동 계곡의 주 능선이 묘한 그림자를 그리며 새벽의 홀로 한 이 산객의

마음을 들여다 보듯 위로한다..별로 무서움을 타지 않지만 깜깜한 새벽..물소리만 요란한

이 심산계곡에 나만 홀로 산을 탄다는 것이 외로움..힘듦..삶의 한자락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천당폭포에서부터 신선대에서 일출을 보려고 내달렸다..비선대에서 꼬박 두 시간이 걸린 시점..

공룡능선은 입구부터 가파르고 산객들의 진을 완전히 빼놓는다..

 

이번이 네번째 공룡능선이지만 여전히 숨은 거칠다..

 

이제 떠오르는 태양에게 임무를 세상 밝힘의 임무를 넘겨주고 서쪽으로 내려 앉는 보름달..

 

역시 명불허전..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전경..이 절경에 세시간의 피로가 눈녹듯이 사라진다..

 

일출 태양빛에 서서히 무색투명밝음으로 옷을 갈아입는 Dinosaur Ridge..

 

윗부분부터 서서히 밝돌빛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심장을 벌렁이고 가슴을 태울듯이 장렬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절경..최고의 산행코스..가히 NO.1

 

언제고 다음에는 일몰의 석양 빛으로 붉게 물드는 공룡을 꼭 한번 봐야겠다..

비박할 장소도 봐 두었고..적당한 벗만 있으면 금상첨화리라..

 

빛으로 완전히 감싸두른 공룡능선의 장관..이제 슬슬 떠날 때가 되었다..

이 곳 신선대에서 40여분을 사진찍고 감흥을 즐겼다..오늘의 본전은 거의 회수..

 

멀리 울산바위, 달마봉..그리고 동해바다..

 

신선대 전망대에서는 일출 사진을 찍을 수 가 없어서 신선대 윗 암봉으로 올라갔다..

꼭대기 봉우리는 장비없이는 너무 위험해서 9부쯤 되는 곳에서 일출을 맛보다..

 

신선봉 최고 높은 곳..햇빛을 받으며 웅장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뻐긴다..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대청, 중청, 소청, 희운각 그 어느 대피소에서도 관측할 수 없는 완벽한 은폐, 엄폐 비박장소..

 

그냥 장관이다..차관이나 대통령, 총리 다 필요없다..최고의 장관이다..

 

강렬한 아침 햇살에 나의 얼굴과 온 몸이 붉게 밝돌 빛으로 물든다..

그 기운은 강한듯 부드럽고 뜨거운듯 냉정했으며, 선과 악의

불필요한 인간위주의 구분법을 능히 초월한 우주의 절대적 현상이요 실재하는 은혜..자비였다..

 

여섯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마치 울타리를 친듯 하여 이름 붙여진 울산바위..

오래 전에는 천후산天吼山이라 하여 바위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 마치

하늘이 울부짓는 느낌을 나타내기도 했다..최고 높이는 780미터..둘레길이가 십리쯤 된다..

 

생긴 모습이 선종불교의 효시였던 달마대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달마봉..

연중 출입통제 구역이지만 설악문화제 행사시 개방한다..모르게 다녀 오는 산객들도 많다..

 

공룡능선 줄기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 범봉을 빼고 공룡능선을 논하기는 어렵다..

가장 우람한 형상으로 공룡을 견제하듯이 자리 하고 있다..외설악 천화대 지역에 있는

스무개의 암봉중에서 가장 힘있고 높은 곳이다..암벽등반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곳..세파에 찌든 사람들의 오래되고 묵은 마음의 찌거기를 능히

닦아주고 위로해 줄만 하지 않은가?

 

자..이제 실컷 보았으니..행장을 꾸리고 떠나자..공룡의 등뼈 사이를 구석 구석 누벼보자..

 

신선대를 지나 가파른 경사길을 한둥한둥 내려와서 둘러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오가는

산객들은 아니 보이고..산천에 편재하는 아름다운 기운이 나를 끌어 올린다..

 

용소골 계곡의 첨봉들과 천화대 지역의 수많은 암봉들이 서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오랜 세월을 그리 해 왔으니 설악이 이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빛난다..

 

서쪽 방향으로는 봉정암과 용아장성이 언젠가 이 쪽으로도 한번 오시라고 인사한다..

 

아침 이른 시각의 공룡길은 의외로 이렇게 아기자기한 곳도 많다..걷는 즐거움에

보는 기쁨이 한데 어울려지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영겁의 세월을 버티진 못하겠지만 오래고 오랜 세월을 능히 비바람과 햇살에

당당하게 맞선 자랑스러운 모습을 오늘 나는 흠향하듯이 즐긴다..

 

그 바위 틈새에 뿌리내려 수백년의 세월을 또 다시 버텨 낼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금강소나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저런 형상으로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세월과 바람과 비와 눈과 시련이 쏟아졌을까..

 

오늘은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곳은 모조리 들어가 본다..그 곳에서 보이는 절경을

희열과 벅참을 버무려 함께 맛보니 공룡 타기에만 급급한 산객들이 놓치는 곳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고..

 

관음증 환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숨은 곳에서 바라보는 공룡의 모습이 사뭇 섹시하다..

 

거인 타이탄 족들이 올림푸스 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도열하였는가..

 

다른 거대봉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름의 존재가치를 뽐내는 바위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오른 거대한 돌덩이..만약 이 곳이 아주 접근하기 쉬운

낮은 곳이었다면 능히 저 바위 옆면에 무슨 보살상이던..

새겨지고 존경과 기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늘을 향해 얼굴 쳐들고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나만의 착각인가?)

 

 

코끼리가 귀를 펄럭이며 우물우물 걸어가는 모습을 닮았다..^^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너무나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선 모양새가 바로 공룡의 등줄기 그대로다..

 

 

 

거대한 숫사자가 갈기를 치켜 세우며 위압적인 모습으로 아래를 내려다 본다..

 

공룡능선의 실질적 대표선수인 1275봉이 빼어난 각선미와 근육을 자랑한다..

 

장군봉도 예사롭지 않은 풍채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며..

 

지나 온 줄기들이 더욱 가파른 모습으로 하늘신에게 뻐팅긴다..

 

울산바위 틈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하늘의 고함으로 다가와 들리는듯 하다..

 

역시 출입금지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 올라오니 천하의 절경을 다 구경한다..

하지만 한발만 헛디디면 뼛조각도 찾을 수 없는 아찔한 곳이기도 하다..그래서 출입통제를..^^

 

이제 가파른 경사길을 애면글면 올라야 한다..오른 쪽 1275봉 못지 않게 형제봉들도 늠름하다..

 

멀리 대청보과 중청봉에서도 이곳을 바라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날리고..

 

네개의 당당한 봉우리가 너나 할 것 없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곳..

 

 

첫번 째 공룡을 탈 때 이 곳에서 통풍의 발등과 무릎쪽 통증이 갑자기 재발하여 치를 떨면서 올라 갔었다..

그 날 결국 산악회 버스를 타지 못하고 설악동에 도착한 시간이 밤 아홉시였다..속초 버스정류장에서

대구로 가는 심야버스를 타고 그 다음날 아침 일곱시에 집에 도착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너무나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고 외로웠던 기억..

 

잊지 못할 고통이었고..어떻게 마등령에서 그 가파른 급경사를 내려 갔는지 지금도

스스로 궁금하다..2006년의 그 첫번째 공룡의 기억이 이토록 나를 공룡에 집착하게 하는지도..

 

발기탱천이라 했던가..남자의 성기를 닮은 촛대봉과 지나 온 공룡의 모습..

 

1275봉 안부에 배낭과 스틱을 놓아두고 위험하긴 하지만 정상에 올랐다..

아주머니 한 분이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울상인 것을 겨우 겨우 내려다 드리고

다시 올라왔다..이곳을 오르기는 처음인데 공룡의 진수를 사방으로 볼 수 있는 명당이다..

 

황철봉 방향의 경치는 장쾌하고..

 

범봉은 가히 혼자서 공룡을 견제하듯이 당당하며 동해바다를 낀 속초시의 모습이 정겹다..

 

화채봉은 마치 설악의 마테호른처럼 특유의 삼각형 정상으로 눈길을 끌고..

 

1275봉의 정상석은 불규칙한 듯..거친듯 하면서도 평온하게 온누리를 조망한다..

 

다른 산객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 셀카질을 한참 하고 있는데..

 

울산바위가 더없이 가깝게 친구하자고 다가 온다..풍만한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마치 안길듯이 다가온다..

 

마침 전문산악인인듯..발가락 릿지 등산화를 신은 분이 오시길래

드디어 정상적인 포즈를 취해 본다..

 

 

귀떼기청봉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하늘 빛을 받고 있고..나는 기쁨 가득하게 포즈를 취한다..

 

저 곳..나한봉까지 가면 오늘 공룡릿지의 끝자락을 밟게 된다..

 

한 열흘쯤 있으면 이곳의 단풍도 절정에 다를 것이고 그러면 이곳 공룡은 사람으로 치이고

스틱소리 요란한 시장바닥으로 변하게 되니..단풍은 없더라도 차라리 이렇게 한적한 모습이

훨씬 더 정감넘치는 공룡이다..

 

나한봉을 애면글면 오르면서 뒤돌아 보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볼 것도 많고 찍을 것도 많은가..

 

정확하게 312장을 찍었는데 메모리가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후의 사진은 휴대폰을 찍은 것인데..2편에서 계속..^^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