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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건강

오늘 하루의 단상

 

 

 백수가 된지 5일째, 계속 아들 점심 챙겨주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님과 집사람, 딸래미와 함께

 근처 온천탕에서 몸을 씻고

 

 여든 다섯의 나이심에도 아들 먹고 싶은 것을 요며칠간 계속해 주셨던 어머님이 어제 무리하셨는지

 안색이 좋지 않아서 영양보충도 시켜 드릴겸 자인에 있는 제법 유명한 식육식당으로 갔다.

 

 우리 가족들이야 원래 고기를 잘 못먹는 편에 속해서 4인분을 시켜먹고 소주 한병으로 반주도 겸했다.

 

 조금은 돌아온 어머닌 안색에 다행이라 생각을 하면서,

 

 별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그저 몸 잘챙기고 푹 쉬라는 말씀만 하시지만

 뭇 어머님의 속내와 가족들의 걱정이 여간 아님을 눈치채지 못할 내가 아니다.

 

 당장 코 앞에 닥친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도 걱정이고,

 통장의 잔고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동그라미 갯수가 줄고 있으며..

 

 집사람이 하는 개인사업도 그다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죽치고 있기 보다는

 취미생활 겸해서 하는 것이라 빠듯한 재정사정이 내가 느끼는 걱정이상으로 악화되고 있을 것이다.

 

 이번주에 신청할 실업급여가 접수되고 인정되면 백여만원의 돈이 당분간 숨통은 트여주겠지만,

 집안 대소사의 주관역할을 하는 나의 집이 당분간 조금은 힘들게 생겼다.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은 무겁고,

 

 나 하나의 순진한 판단 때문에 가족 전체가 이런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늘 마음이 무겁고 가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때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이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기도 한다.

 

 무엇이 그랬을까?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나 하나의 판단으로 인해 아직은 창창할 가정이 아직은 웃고 살지만 앞으로의 불안에 가족전체가

 휘둘려야 하는가? 자괴감도 들고 배신감도 들고, 스스로에 대한 서글픔에 잠이 쉬이 오질 않는다.

 

 아침에 선생님과 통화하는 내용을 옆에서 듣던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곧 죽어도  폼생폼사..가장이 전화기 너머로 건네는 말에 " 참 속도 없다 "는 생각을 했을까?

 

 그저 이 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 생각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적당한 일자리를 잡아서

 가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나의 책임이자 Priority임은 분명하지만,

 

 이 나이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남들보다 훨씬 유창한 영어실력, 삼성에서 배운 원리원칙과 합리적 판단력,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입각한 업무기획, 추진, Follow Up, 그리고 비교적 원만한 인간성이 내가 가진

 전부인데..어디에서 인정을 받을 것이며,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MBA과정을 이수한 것도 아니고 경영학을 전공해서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백그라운드도 아니며,

 학력이 남들보다 훨씬 빼어난 것도 아닌, 그저 혼자 잘난 중늙은이에 불과한 것이 현재의 내 자화상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설파한 고타마 붓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나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회적 가치로 변환시키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배가할 인재로 인정할 곳이 반드시 있다고..

 

 비록 그것이 내가 처음 접해보는 분야라 할지라도 준비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다보면

 한달에 벌어들이는 월급의 가치보다 나의 정신적 마음적 만족감을 더 찾을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내가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분야라 할지라도 나는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청허니까, 맑고 투명하게 세상을 본다는 것..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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