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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건강

가을산책(제주 산굼부리-사려니 숲길)

 

가을은 맹렬하게 다가오나 여름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고,

맑은 하늘과 억새천지는 가을임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나

따가운 햇살과 따끈한 온도는 아직도 선계先季의 고집을 보여주는데..

 

오랜만에 제주를 찾은 집사람과 함께 가을억새군락이 일품인 산굼부리를

찾았는데, 때 마침 만개한 억새들의 향연은 불립문자의 굳건함으로

우리를 맞는다. 평지에서 솟아오르다시피 한 화산의 흔적인 산굼부리는

제주에 있는 수백여개의 기생화산의 하나로 단연 그 규모와 아름다움,

그리고 아주 쉬운 접근성으로 많은 가을 행락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람에 이리 저리 휘둘려도 그것은 유연함이지 뿌리가 옮기는 것은 아니라네..

 

우주 저 광활한 곳에서 막 A star is born이라는 유명한 천체 사진을 연상케 하며

 

 

그 중심에 우뚝 선 행자의 순수한 뽐냄이 허허롭다.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 속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고,

 

천사의 손길마냥 한들거리는 그 모습에 투영된 나의 가녀린 심성이여..

 

말이 필요없는 장쾌한 전경에 소담스런 사람 있어..감탄을 연발하니..

 

아름다움이란 굳이 형형색색이 아니라도 그 형상만으로도 충분함을 아르켜 준다.

 

백두의 산신과 한라의 여신들이 내려 온 것인가?

 

털털한 마음 자리 한 곳에 저 길을 내어보련다..

 

오십이 넘어도 장난끼 가득한 흐름 속의 이야기..

 

애둘러 가는 사려니 숲길의 정취가 삼단전을 울려대니..

 

그 미소 가득하게 나를 찾는 영혼의 파트너여..

 

삿된 모든 기운을 능히 제압하는 사방석邪防..

 

이름도 참한 영봉문이라..

 

화산이 뚫어버린 암공석에 내비치는 우리네 삶의 모습들이 못내 아름답다.

 

역광이면 어떠리..얼굴이 안보이면 어떠리..어쩌면 우리 삶은 느낌이 더 중요하지 않던가..

 

더 없이 편안한 전경에 긴장에 찌든 내 어깨마저 가벼워 지노니..

 

음이 양을 낳고 어둠에서 빛이 탄생했다는 우주 탄생신화를 존중한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반가부좌 틀어 숨내쉬기하였으나..이렇게 나를 감싸 안는 자연을 벗함이 더 좋더라..

 

한라는 어디에서건 당당하다..그래서 산신의 제왕이다..

 

그저 한줌의 햇살과 몇 대의 억새만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데..

 

원숭이만도 못한 잘남을 자랑하고 애써 지키려 하는 것인지..

 

지금 이순간 만큼은 억만, 조만장자도 부럽지 않다..

 

나는 Melancholy silver grass..That's what I am..all the world surrounds me and I think..

 

가을이라는 독특한 심적 감성과 하늘의 색감..그것들이 어울려져서 억새잔치를 벌린다..

 

이 맑은 날, 하늘과 한라와 억새와 행자의 마음이 어울어진다..

 

 

 

그 옛날 가득했던 토사를 토해내니 이렇게 빗물을 가두어 생명을 키울 수 있게 되었소..

참으로 어진 자연의 이치요..운행 원리가 아닐 수 없다..

 

 

영명한 마음과 기운을 담은 표지석이다..

 

우뚝 선 한라와 당당한 행자의 겨룸인가..

 

약간은 설익은 맛의 전경이 더욱 사람을 들뜨게 한다..

 

청허여..행자여..어쩌면 어쩌면 신인합일은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오..

 

그럴지도 모른다..아니 그럴 수 있으리라..행선의 참 뜻은 어쩌면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순간의 느낌..

 

억새 키재기 하는 관념이라면 차라리 나서서 걷고 행하며 느끼는 것이 더 큰 행공일지도..

 

오늘 억새가 많은 영감을 주고 나를 두들겨 준다..

 

청허여..행자여..너무 움츠리지 마시고 들이쉬고 내쉬고를 잊어 버리고 자연스럽게..내려 놓으시게나..

 

가부좌 틀어 관절 삐거덕 대지 말고..당당히 걸으며 단전을 관하며, 자연을 느끼시구려..

 

하늘은 높으되 뻐기지 않고 바닷물 깊되 채이지 않음이 아니던가..

 

이 생이 아니면 어떻소..내생이 아니면 또 어떻소..지금의 느낌을 잘 갈무리 한다면..그렇게 한다면..

 

영겁의 세월에 한 세상 더 산다고, 그 인연을 풀어헤친다면..

 

행공의 가장 큰 덕목인 선행의 쌓음..적선의 의미를 잘 깨우치지 않겠는가..

 

돌이 무수히 많으나 같은 모양이 없고, 같은 성질이 없으니..

 

외려, 불먹은 돌처럼 옹심을 잘 채워나간다면..

 

그 제한된 곳에 수많은 주름으로 내공을 다져 나간다면..

 

돌이 나를 기대나..내가 돌을 기대나..

 

그저 먼 하늘 보면서 웃을 뿐이니..

 

이생과 내생을 이어가는 깊이를 엮어 가본다..

 

사려니 숲길의 평탄한 길도 좋고,

 

한적하니 오가는 이 드문 오솔길도 좋으며..

 

 

그저 당당함 잃지 말고, 행선, 행공을 여의지 않노라면..

기어이 이루고 이루어 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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