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적-부작의 역사 속 이야기 ]
중국과 한국의 고대 역사 속에서
부적이나 부작과 연관된 전설이나
야담, 민화속의 이야기는 굉장히 많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민속학적인 접근으로
해석해도 무난할 정도로 다양하며
당시의 토속신앙이나 종교, 왕권과
민초들의 삶의 구성내용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사례들도 즐비하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면
도화녀와 비형랑의 이야기인데
신라시대의 진지왕이
평소 도화녀라는 이미 남편이 있던
여인을 예쁘게 여겨 잠자리를 요구하였으나
도화녀가 완강하게 거절하였으며
결국 이런 저런 음탕한 행동으로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 진지왕은 죽게 되고
도화녀도 얼마 가지 않아 남편을 잃게 되자
그 때까지 도화녀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진지왕의 영혼이 결국은 도화녀를 설득하여 동침하게 되고
여기서 탄생한 아이를 비형랑이라 불렀다.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당시 조정의 신임을 받던
또 다른 귀신의 현신(도깨비)인 길달이
비형랑의 추천을 받아 활동하다가
여우로 변하여 도망가려고 하자
득달같이 자신이 부리던
귀신들(도깨비)을 부려 길달을 소멸시켜 버리자
나라에 떠돌던 모든 귀신,
도깨비들이 비형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게 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비형랑의
이름이나 형상만으로도 능히 모든
잡신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게 되고
이런 믿음이 다음 같은 민요로도 전해진다.
성제(진지왕)의 혼이 낳으신 아들
비형 도령의 집 바로 여길세.
날고뛰는 온갖 귀신들아,
이곳에 함부로 머물지 말거라.
앞의 내용에서 언급했던 처용의 경우도
신라시대에 탄생한 설화이고 보면
당시 신라, 백제, 고구려시대에는
귀신이나 도깨비가 우리 인간들의 삶 속에
꽤나 친밀(?)하게 녹아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영혼과 동침해서 아이를 낳고
귀신을 부리는 비형랑이
또 다른 귀신을 소멸시키는 일련의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이며 청허도 그런 생각인데,
청허가 개인적인 해설을 하자면
도화(桃花)란 단어는
남자나 여자나 바람기, 외도의 성향을 나타낼 때
쓰이는 桃花殺(도화살)의 뜻 보다는
복숭아나무, 특히 동쪽방향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가 가지는 逐鬼(축귀),
辟邪(벽사)의 기능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며
조정에 흉흉한 일이 있거나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을 때는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활용하여
귀신을 물리치는 술법이 현대의
무속인 들까지 활용하는 방법임을 감안할 때
꽤나 오래된 복숭아나무가지의 위력을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본다.
비형랑이라고 하면 한자로는
鼻荊으로 쓰는데 코를 자극하는 복숭아향기와
매, 나뭇가지의 뜻인 형(荊)의 글자를 감안하면
그다지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해석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우리 한국의 상고시대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
蚩尤(치우)천왕에 대한
시대적 평가 및 그 감히 넘볼 수 없는
전쟁의 신(軍神)의 이미지가 가지는
逐鬼의 역할이다.
주지하다시피 치우천왕은
환인시대를 거쳐 환웅시대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역대 급 환웅이신데
탁록대전에서 중국의 황제
헌원과의 마지막 전투를 치르고
사라진 환단 고기에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너무나 가공스러운 전투력과
무력, 무술로 시대를 풍미했으니
그 강력한 전신, 군신으로서의
이미지와 연상이 바로 귀신을 물리치고
사귀를 쫓아내는 부적 또는 부작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뿔 달린 투구를 쓰고
일 당 백이 아닌
일 당 만의 능력을
중국의 원조인 헌원 황제조차 감탄했을 정도이니
지금 한국에서 무속 인들이 모시는
삼국지의 관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동물들 가운데서 단연
전투력 최고서열 1위에 올라있는 호랑이(범)
또한 그 강렬한 힘으로 능히 귀신들을
제압한다고 했으니
이런 물리적인 강력함이
우리 인간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임은 물론
형이상학적인 기괴한 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영물, 추종하게 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처용이 귀신을 감읍시켜 회유시키는 성향이 강한 반면
비형랑이나 치우, 호랑이 등은
그 강력함으로
귀신이나 사귀들이 아예 접근조차 못하도록
공포의 힘으로 누르려는 인간들의 염원을 나타낸다.
또 중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치우나 처용과 같은 축귀의 힘을 지닌 것으로
인정하고 활용하고 모시는 것에는
신도(神茶), 울루(鬱壘)가 있다.
중국 신화에 둘 다 등장하는데
귀신을 부리고 이용하는 신통력을 지니고 있는
신장(神將)급으로 묘사되며
특이한 것인 이들이 사용하는
주요무기가 바로 복숭아나무로 만든
도봉(桃棒)이었다는 것을 보면
과거부터 복숭아나무가 가지는
특이한 능력, 즉 도깨비나 사귀를
능히 물리치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으며
이 복숭아나무로 만든 봉을
신도울루목이라는 별칭으로 불렀을 정도고
동양역사에서 복숭아나무의
신비한 영력은 널리 전해져 왔고
심지어 지금의 무속인들의 술법에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축귀의 능력으로
벽사의 기능을 가지는
부적-부작과 관련된 인물로는
종규(鍾馗)라는 인물이다.
당나라 현종시대에 난립한 귀신들이
나라를 어지럽히자 득달같이 나타나
이 귀신들을 물리치는데
사연을 들은 현종이 이를
부적이나 부작으로 널리 사용했다는 인물이다.
흔히 포청천, 염라대왕의 이미지와
유사하게 묘사하는데
실제로는 과거에 떨어져
자포자기상태에서 자살한 인물이
현종의 후한 장사치례 덕분에 감읍하여
그런 능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미지를 보면
치우나 신도, 울루와 마찬가지로
매우 용맹하고 엄청난 물리적
힘을 가진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초자연적인 힘에 별로 대항하거나
물리칠 능력이 없는 인간들로서는
이러한 압도적인 물리적 힘을 갖춘
전설적 인물들을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믿음으로 추앙하게 되고
그림이나 형상을 몸에 지님으로서
원치 않는 외부적 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간접적인 의사 및
행동양식을 취하게 되고
이런 믿음과 전통들이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문명에까지
부적과 부작의 형태로
꾸준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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