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나와 직장동료들을 괴롭혀 왔던
과정이 얼마전 마무리 되었다.
2년전 실시했던 한 솥밥 먹던 동료들을 떠나 보내면서
느꼈던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또다시 느끼면서
일련의 과정에서 얽히고 섥힌 많은 사연들이
지금도 가슴 한켠을 짓누르고 있다.
배운 것 없어서, 그저 부잣집 자식이 되지 못해서
수십년을 다녔던 이 작은 건물에서 그들은
더 이상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서러운 눈물을 삼켰다.
가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부러울 것도 아쉬워할 감성적 호사도 누리지 못한 채
그렇게 또 하나의 과정이 지나가 버렸다.
그 과정에서 내 등에서는 숱한 생채기가 생겼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도 남았고
마음에 남은 식상한 배신과 갈등과 험담의 흔적들..
다 안고 안으로 갈무리하려고 해도 그 모서리들이
자꾸만 가슴을 찌르고 눈가를 젖게 만든다.
계급이 높다고 역으로 당해야 하는 질책과 욕설과
눈치에 그동안 단련된 깊디 깊은 내공도 바닥을
보이고,
산행으로 다져진 마음의 평정심도 한계에 다다를 즈음,
썩 괜찮은 조건은 아닐지라도
이제 남은 자들을 추스리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구겨진 책임감이 고개를 들었다.
구차하다고 궁시렁대는 내 스스로의 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무슨 남을 생각하느냐 하는 이기심도 삐죽이 모습을 나타내고
실제로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 감각도 폭포소리처럼 나를 유혹해 대었다.
내가 이런다고 누가 나를 알아주나..
남은 자들은 남은대로 꾸려나갈 인생의 몫이려니 생각하면
이대로 툴툴 욕 먹지 않고 한 서너달 쉬면서
환갑 때 까지 먹고 살아야 할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나의 뒷통수로 날라 온 숱안 암기들에 대한
상처는 그 어떤 지혜나 지식으로도 치유하기 힘들정도로 나를 괴롭혔고
내가 맡은 조직은 어떻게 하고 도망치려 하느냐 하는 한마디에
결국 이 조직을 하루라도 빨리 치유하고 서로 화합하면서
또 다른 5년, 10년의 생존을 위해 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은 내 식구들을 버리지 못하는 것..
어쩌면 나만의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임사상이라는 단어 하나에 나는 나의 변신을 놓았다.
그 기회와 남은 미래에 대한 도전과 변화의 끈을 놓았다.
이제는 돌보고 이끌면서 이 순진한 사람들이 또 다른 역풍이나
세파에 시달리지 않고 꾸준하게 삶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환경도 만들어주고 세찬 바람에는 막이가 되어 주고 거센 폭우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가 되어 주어야 한다.
내 잃어버릴 2년여의 시간들..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2년여의 앞으로 시간동안
나는 그래도 미련을 삼킨채 나의 동료들, 후배들을 건사해야 한다.
마음을 추스리고 스스로의 빛을 밝혀 그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등대도 되고 쉼터도 되고 때로는 아버지처럼 꾸짖고 어머니처럼
푸근하게 위로하며 절친한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소주잔 기울이는
평범한 상사로서, 고급간부로서 또 얼마의 쉽지 않을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물지 않을 상처는 벌어지면 벌어진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면
어찌 어찌 아물겠지..그래도 내가 그 독한 아픔을 삼키고 녹여서
주변의 동료후배들에게는 화사한 사탕으로 전해주어야 한다..
이기적이고 지독하지 못한 나..
그래서 매일을 다시 치열하게 살아갈 준비를 한다..
또 하나의 숨을 들이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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