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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건강

자고로 조강지처(청허의 굴욕)

오늘부터 하기휴가가 시작된다..하여 어찌 이 황금휴가를 그냥 보내겠는가..

출발이 좋으면 만사가 다 잘 풀리는 법..

 

첫날부터 집사람과 함께 지리산 무박종주를 가기로 했다.

일전에 집사람과는 1박 2일 코스로 다녀왔고 개인적으로는 수차례 다녀 온 무박코스라서

별 걱정없이 다녀 오기로 했는데

 

문제의 발단은 그동안 잘 신고 다니던 밀레 ASX 중등산화나 K2 준중등산화를 두고

중고장터에서 어찌 어찌 구입한 세계적인 브랜드 독일제 마인들 히말라야 등산화를

고민 끝에 선택하면서 부터였다.

 

새벽 3시 20분의 성삼재 입구..사위가 깜깜하지만 화장실 불빛만이 덩그렇다..

 

꽤나 신경써서 만든 화장실인데 바이오 친환경처리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뭐..거품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도착한 임걸령 샘터..아직 캄캄한 시각이다..플래시를 안 터뜨렸더니 사진이 좀 공포분위기가 되었다..

 

좀 그로테스크하다고나 할까..어쨌던 이쁜 사진은 아니지만 물 맛은 끝내줬다..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길에 꽃들이 이슬을 머금어 더욱 청초하게 보인다..

하지만 임걸령을 지나면서부터 등산화가 이상해진건지 양쪽 발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꽃 들은 하염없이 이쁜데 등산화의 양발목주위가 발걸음을 옮기는 족족 뼈를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진다..

 

내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답답해 하는 집사람..

 

이미 이 사진을 찍을 때 즈음에는 발을 내미는 자체가 고통이었다..

 

자꾸만 멀어지는 님이여..아이구 발목이야..

 

자세가 엉거주춤하니 꽤나 힘들어 보인다..

 

애면글면 발을 질질 끌면서 도착한 삼도봉..

 

곧이어 가파른 내리막에 이어 공포의 550 화개재 가는 계단길..여기서는 거의 죽음이었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훨씬 더 커서인지 고통도 뼈를 깍아내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

 

그래도 집사람에게는 안 아프다고 태연자약할려니 식은 땀이 더 흐른다..

 

계단이 왜이리 긴 것이냐..

 

화개재 장터이다..

 

살짝 구름이 걷히면서 지리산 특유의 장쾌한 조망이 잠시 드러난다..

 

구름과 산과 빛이 어우러져 선경의 세계가 창조되고..

 

뱀사골 방향으로 펼쳐진 웅장하면서도 시원한 산군들..

 

지리산만이 가지고 있는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주능선 자락들..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구름이 있거나 없거나 원래의 진리는 그래로인 것을..

 

또 하나의 고통속 감동을 진하게 들이켜 본다..

 

오르막에서는 조금 통증이 덜하여 어찌 어찌 토끼봉에 왔다..

 

해발 1,500미터가 넘는데 기분은 어찌 동네 뒷동산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지리산은 마냥 편한 곳이다..

 

두 V라인의 절묘한 교차..

 

다시 연하천 산장으로 내려오는 하강 길에서 거의 기절할 뻔 했다..어찌 이리 아프단 말인가..그냥 밀레나 K2 등산화 신고 왔으면 지금쯤 벽소령에

가 있을 시간인데 고통을 참느라 용을 써서 그런지 더 피곤하고 무릎도 아프다..

 

그래도 표정은 예리하게 안 아픈척 해야 집사람이나 덜 힘들겠지..담배 맛이 참 구수했다..^^

 

벽소령으로 넘어가는 길..지리산은 그래서 늘 좋다..그런데 오늘은 아니다..죽을 맛이다..

 

안드로메다에서 온 비행접시 UFO가 그 옛날 불시착해서 그 위에 이끼와 풀들이 자란 모양새다..믿거나 말거나..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도 이넘의 유머감각은..^^

 

형제바위 앞에서 집사람..때 마침 습기 가득한 구름이 잠시나마 고통을 덜어주는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저 소나무는 마냥 수천년을 저렇게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다..

 

마침 구름이 걷히면서 잠깐씩 지리산 자락의 맨살을 볼 수 있었다..

 

목이 말라 물좀 마시면서 뒤 돌아본 형제봉..

 

절뚝 거리면서 겨우 스틱에 온 체중을 싣다시피 하고 온 벽소령 산장 입구..

 

늘 그렇듯 밝은 달은 없었지만 벽소령의 깔끔한 전경이다..

 

산장 주위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야생초와 꽃들은 애써 이쁨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 곳에서 캔커피 한 개씩 마셨다..아픔은 식은 땀을 흘리게 만든다..

 

이제 다시 세석까지 가서 거림으로 탈출하는 수 밖에 없다..그나마 선비샘까지 길이 쉽고..세석까지는 지겹도록 오르막 위주라서

덜 고통스러웠다..카메라 꺼내서 찍을 힘도 여력도 없다..--;;;

 

세석에서 거림으로 탈출하면 시간이 널럴한데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고 세석-거림의 내리막 길에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아스피린과 가져간 꼬냑으로 진통제를 삼았다..

 

시외버스 정류장을 겸한 두지바구 식당의 영험한 바위..물에 발을 담그고 한시간여 휴식을 취했다..

 

사진에는 잘 안나오지만 발목 바깥쪽이 벌겋게 부어 올라있다..

 

스쳐서 따갑고..눌리면 뼈를 갉아내는 듯한 고통이 왔다..

 

세석-거림 입구의 식당에서 쓰레빠를 하나 얻고 저넘의 등산화는 배낭에 걸쳐매고 내려왔다..

 

독일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마인들 히말라야..하지만 충분한 길들이기가 없었던 상태에서 나에게는

고통,짜증,괴로움을 가장 힘든 산행코스에서 안겨주고 말았다..자고로 장거리 산행..특히 지리산 종주와 같은

험난하고 힘든 코스에는 자기가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신발..조강지처 등산화를 신을지어다..

 

- 비싸다고 자랑말고 편한신발 최고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