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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백두남진 닭목재-삽당령

백두대간 남진 제 3코스 강원도의 닭목재 - 화란봉 - 석두봉 - 삽당령으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14.5km, GPS 기준 16.7km의 첫눈산행을 다녀왔다.

 

아침부터 강원도에 들어서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산행내내 때로는

폭설같이, 때로는 진눈깨비처럼 눈이 내리고 추워진 기온 탓인지

오르막과 내리막은 군데 군데 얼어붙어 미끄러움이 한층 더 했던

거리에 비해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물론 눈이 더 쌓였다면

러셀하면서 치고 나가야 하기에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대구에서 여섯시 반에 출발하여 산행들머리에 도착한 시각이

열 한시, 산행을 마치자 오후 네 시 반 정도로 다섯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지난주 계속되는 음주로 몸 상태가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관록이랄까..페이스 조절을 적절하게 하면서 차분하게

별 미끄러지거나 낙상사고 없이 무사하게 산행을 마쳤다..

 

조망은 거의 없었지만 페부를 깊게 파고 드는 시원하디 차거운 공기와

산행내내 흩뿌려주는 눈발이 고즈넉하고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훌륭한 도우미가 되어주었던 산행..

 

137

 

 

총 33명이 함께한 이번코스..날씨는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응달에 얼어붙은 곳이 많아

아이젠 없이 가기에는 조심스러운 구간이었다..

 

오랜만에 나선 산행..예상소요시간은 5~6시간 정도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무려 왕복 열시간이 넘는다..

 

이제 백두대간 종주산행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나라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스스로의 작은 도전코스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면서..

 

통제구역을 자율적 안전,자연보호 산행이 될 수 있도록 나라에서도 관심을 쏟고..

 

그저 앞만 보고 내달리고 내가 소요시간이 얼마니 하는 치기어린 경쟁코스가 아니라..

 

대간 곳곳에 자리한 우리 자연의 소중함과 그 심오한 아름다움을 가슴과 눈으로 채우면서..

 

팍팍한 삶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대화를 통해 폭넓은 이해심을 키우고..

 

자그마한 배려에서 인간미를 느끼고 나누는 인문인류애가 넘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가끔은 홀로 걸으며 내가 소흘했던 것..내가 너무 매달렸던 것들에 대한 반성과 반추를 통해..

 

앞으로 헤쳐가야할 인생길의 작은 힘의 원동력을 얻는 것도 좋으리..

 

사계절의 변화와 그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과 자연의 모습을 통해..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골짜기마다 숨어있는 그 깊은 의미와 전설과 구전을 통해 나의 뿌리를 알아가고..

 

그저 불어오는 쌩바람에도 작은 의미 하나를 부여하면서 걷다보면..

 

하나의 고지가 다가오고..또 다른 고지를 넘으면서

 

한껏 참았던 너털웃음이라도 시원하게 내지르다 보면..

 

사람과 자연이 결코 둘이 아닌 아주 조화로운 공생의 존재임을 자각하여..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결국은 다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다 보면..

 

나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힘을 갖추게 될터이니..

 

희노애락..그 자체에 휘둘리지 않고 여여하게 관조하는 원력을 얻을 것이니..

 

소중한 인연의 자락을 다시 하나 둘 이어간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더 없이 상쾌하고 즐거우니..

 

가히 걷는 중에 도를 닦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눈이 내리는 그 심산의 한 자락에서 시를 읊는 여유도 부려보고..

 

별 것 아닌 현상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득 키워낼 수 있다면..

 

이런 나로 인해 주위가 조금은 더 밝아지고 투명하게

 

그렇게 우리 사는 세상의 구석을 조금이라도 밝혀보자..

 

부러져도 나무요..그 흔적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니..

 

풀 한포기에도 이렇듯 소중한 가치와 철학을 심어낸다..

 

내가 자연이요..자연이 나의 품안에서 생동하니..

 

터벅 터벅 걸어가는 저 나그네..어깨는 비록 처지지만..

 

50줄 나이든 중년이 그래도 이렇게 순수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단발성 산행이 아닌 길고도 먼 백두대간 종주가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니..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어찌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오늘의 코스를 끝내고 또 다음 코스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마음..

 

그렇게 우리네 인생의 두들김을 통한 단련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인생의 제 삼장을 열어가는 길목에서 청허는 그렇게 하루의 의미를 채우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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