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떴다. 반사의 미학에 극치의 차분함으로
뭇 이 행성의 만물에게 어둠이 곧 전체의 암흑은
아니라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명제의 철학을 듬뿍
안겨주면서 제주의 남쪽 바다 위를 떠올랐다.
바닷물이 비춰낸 달 빛은 하얀 그림자인가? 영겁의 반짝임인가?
인공의 빛이라도 아름다움이 더욱 반가운 것은
사위가 어두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진리..
화려하지는 않아도 뭇 감성을 간드러지게 그려내는 야경..
내려다 보는 작은 포구의 서성거림도 어둠과 빛이
절묘한 짝사랑으로 엉키어 그림을 그려낸다.
물의 표면변화가 많을수록 더 크게 그려내는
반사의 그림자..사람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줍어 달빛에라도 기대고 싶었던 것일까?
수백마리 나비가 춤을 추듯, 한들거리는 모습..
낮에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교교한 달빛과 무드 가득한 가로등이 이스러지는 밤공기를 채운다.
그리움을 품고 내리는 달 빛과 대답하듯 반짜거리는 등대의
가리킴이 사뭇 어설픈 행자의 발걸음을 부여잡는다.
해시의 쇠소깍 전경은 그렇게 그들만의 조용한 파티로 이어지고..
빛이 있어 겨우 찾을 수 있는 인간네 어리석음에 어둠에서도
그대로 있는 진실, 진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
그렇게 그렇게 늦은 밤 마음을 쓸어내리는 아릿한 고독의 시간이 간다..
발길 돌리는 나그네의 마음에 수줍은 달빛이 고백의 목소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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