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에 우주 구조에 대해 더욱 연구했다. 그 결과 우주는 정적인 우주가 아니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동적인 우주여야 했다. 우주는 공간적으로 무한하고 시간적으로 영원해야 한다고 믿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말해 주는 우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주가 정적인 상태로 존재하게 하는 요소를 그의 우주방정식에 삽입했다. 삽입한 항은 중력에 대항하여 우주를 안정한 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척력(미는 힘)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우주상수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공간이 중력 때문에 줄어드는 것을 막는 에너지를 지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아인슈타인, 자기 이론이 말해주는 우주를 거부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1929년 이후 의미가 없어졌다. 이 해 허블(Edwin Powell Hubble)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걸 밝혔기 때문이다. 허블은 다른 은하에서 지구로 오는 빛의 적색편이를 조사했다. 적색편이는 한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질수록 더 붉은 빛을 띄는 현상이다. 허블은 이 현상을 조사해서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는 지구와 은하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31년 2월 3일 부인과 함께 허블이 연구하고 있던 윌슨산천문대를 방문했다. 거기서 그는 천문대 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도입했던 우주상수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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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잡음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빅뱅우주론이 대세가 되다
초신성의 폭발 잔해로 추정되는 게성운 <출처: NASA/EAS/JP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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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주의 팽창을 전제로 하는 우주론들이 제기되었다. 이런 이론들 중에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은 러시아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George Gamow)와 랄프 알퍼(Ralph Alpher)가 1948년 4월 1일 제안한 빅뱅이론이다.
그들은 150억년 전에서 200억년 전 사이의 어느 시점에 한 점에 모여 있던 질량과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팽창하여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논쟁을 불러 왔던 이 이론이 받아들여진 것은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인 팬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이 빅뱅이론에서 예측했던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후의 일이다.
그들은 초단파 통신을 위한 안테나를 정비하다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오고 있는 잡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이 잡음은 없앨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천문학자들은 이 잡음이 빅뱅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배경복사임을 확인했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빅뱅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우주론이 될 수 있었다. | |
우주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이제 과학자들은 우주가 과거에 어떤 속도로 팽창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팽창하여 우주의 종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팽창에 영향을 주는 힘은 중력뿐이다. 자연에는 중력을 포함해서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그런데 전자기력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천체의 운동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힘이 미치는 거리가 극히 짧은 나머지 두 힘이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인데, 이들 역시 천체의 운동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중력은 잡아 끄는 힘, 즉 인력으로만 작용한다. 따라서 중력은 우주의 팽창을 방해만 할 수 있다. | |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질량이 충분히 많다면 우주의 팽창은 어떻게 될까? 큰 중력에 의해 팽창속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언젠가는 멈추었다가 다시 수축할 것이다. 이것은 공중으로 던져 올린 공이 올라가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이 충분히 크지 않다면 우주는 속도가 줄어들더라도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이것은 탈출 속도 이상의 속도로 던져 올린 공이 속도가 줄어들면서도 지구를 영원히 떠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을 멈추게 하는데 필요한 임계질량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았다. 임계질량은 우리가 측정한 우주의 평균밀도보다 훨씬 컸다. 다시 말해 우주의 질량은 우주의 팽창을 저지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 암흑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관측할 수 있는 보통의 물질은 임계질량보다 적다고 해도 암흑물질이 충분히 많으면 우주의 팽창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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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초신성의 상상도 <출처: NASA> | |
Ia형 초신성을 관찰하면 우주의 미래를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측을 시작했다. 그것은 우주에 암흑물질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들은 Ia형 초신성을 이용했다. Ia형('원 에이 형', Type one A) 초신성이란 다른 별에서 날아온 물질이 백색왜성에 쌓이다가, 이 백색왜성이 일정한 질량에 이르러 폭발한 상태의 초신성이다. (질량이 원래 아주 큰 별이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을 II형('투 형', Type Two)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다른 초신성 분류가 있다). 과학자들은 Ia형 초신성의 밝기는 모두 같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Ia형 초신성의 겉보기 밝기만 측정하면 이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초신성은 아주 밝아 아주 멀리 있어도 관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십 억 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도 잴 수 있는 강력한 자가 될 수 있다. 멀리 있는 Ia형 초신성에서 오는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우리에게 도착한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과거 우주의 팽창속도를 알 수 있다. 알래스카 출신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한 후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트롬로산 천문대에서 연구하고 있던 브리안 슈미트와 하버드대학 시절 슈미트의 지도교수였던 로버트 크리슈너가 주축이 된 High-Z 연구팀이 1990년대에 Ia형 초신성을 이용하여 우주의 팽창속도 변화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연구를 시작하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사울 펄뮤터를 주축으로 하는 SCP 연구팀도 같은 연구를 시작했다. 1996년에 미국 프린스턴에서 열렸던 학술회의에서 펄뮤터는 8개의 초신성을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우주의 팽창속도는 예상했던 대로 느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High-Z와 SCP 연구팀은 더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다. | |
우주는 빅뱅 이후에 급속히 팽창했다. 이후에 잠시 팽창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다가 다시 팽창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주의 팽창 속도는 놀랍게도 더 빨라지고 있었다
1998년에 그들의 관측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관측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우주의 팽창속도는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빨라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 동안 관측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관측결과를 수없이 재확인했고, 두 연구팀은 서로 상대방의 관측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얻은 결과에 의하면 오늘 날 우주는 70억 년 전 우주에 비해 15%나 빨라진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그것은 질량에 작용하는 중력보다 더 큰 힘이 우주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우주 공간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 에너지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에너지가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이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앞에서 썼듯이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의한 우주의 수축을 저지하기 위해 우주 상수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우주 상수를 도입해야만 했다. | |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73%를 차지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암흑에너지의 양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질량과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을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다는 것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상호 변환이 가능한 양이어서 물질은 에너지로, 에너지는 물질로 환산하여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존재하는 총 에너지의 73%가 암흑에너지이고 23%가 암흑물질이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보통의 물질은 4%에 지나지 않는다. 이 4%의 대부분은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성간 먼지나 기체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별과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전체 에너지의 0.4%에 지나지 않는다.
암흑물질의 발견으로 우주는 충분히 검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암흑 에너지가 발견되었다. 우리는 이제 겨우 0.4%에 지나지 않은 희미한 불빛에 의존하여 칠흑같이 검은 우주를 탐사해야만 되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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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물질 구성 <출처: NAS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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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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