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반도체에 비유하자면 차세대 첨단제품인 512메가D램급에 해당합니다.
- 인류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한 이래 가장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직제품을 만든 것입니다."
- 제일모직이 최근 개발한 150수(手) 복지(服地) '란스미어(LANSMERE) 210'이 화제다.
- 150수 복지란 양모(羊毛) 1g에서 150m의 실(絲)을 뽑아낼 정도의 가늘고 부드러운 원사(原絲)를 사용해 만든 복지.
- 기존의 섬유 제조 이론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 렇게 만든 양복 한 벌의 가격은 무려 1500만원에 이른다. 흔히 복지의 기술 수준은
- 양모 1g으로 얼마나 길게 실을 뽑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 지금까지는 130m가 최대 길이였다.
- 하지만 제일모직 섬유연구팀은 지난해 연구에 착수, 150수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 실을 가늘고 길게 뽑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원단(原緞)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지름 1Cm의 구리선보다는 1mm의 구리선 10개를 묶은 것이 더 튼튼하고 다루기 편한 것처럼
- 가는 실로 촘촘히 짠 원단일수록 품질이 뛰어나다.
- 란스미어 210이란 용어에서 210이란 세계적인 양모복지 단체인
- I.W.T.O (International Wool Textile Organization)의 품질 번수(番數) 규정에 따라
- 13.5μ(미크론; 1미크론은 1000분의 1㎜) 이하의 원료를 사용할 때 붙일 수 있는 숫자다.
- 현재 수퍼(SUPER) 210의 품질 번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력은 제일모직과 이탈리아 등
- 전세계 3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양모(羊毛) 1g에서 150m 실 뽑아 란스미어 210에 사용된 원료는 13.4μ의 1PP
- (호주에서 생산되는 양모는 품질에 따라 975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이중 최고 등급을 가리키는 용어) 양모다.
-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최고급 150수 복지는 13.5μ대의 양모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 제일모직이 기술적으로 한발 앞선 셈이다.
-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는 80~100μ. 란스미어 210 양모 원료는 머리카락 굵기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 가장 큰 문제는 원료 공급. 현재 전세계 연간 양모 생산량은 약 350만t이고,
- 이중 1PP 양모 생산량은 0.00003%인 1.05t에 불과하다.
- 그중에서도 다시 13.4μ의 양모 생산량은 연간 300kg에 불과해 원료 확보 자체가 매우 어렵다.
- 또 양모가 너무 가늘기 때문에 고도의 생산기술 없이는 엄두도 못낸다.
- 업계에서는 아예 '양모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
- 원료 확보전이 치열하다 보니 1PP 양모를 생산하는 양(羊)들은 일반적인 양들과는 다르게 '귀족' 대우를 받는다.
- '인도어(In-Door)'방식의 사육을 통해 오염 없는 실내에서만 기르고 사료 또한 특식(特食)만을 배급한다.
- 양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우려해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소음 조절에까지 신경쓴다.
- 이렇게 원료가 희귀하다 보니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유명 업체들끼리
- 원료 구매를 둘러싼 정보전과 신경전도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 '누가 세계 최고의 복지를 만드느냐'는 '최고급의 희소(稀少)한 원료를
-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이번 개발에서는 양모 감정사인 김태원 과장 등 전문가들이 나서 힘들게 원료를
- 구매한 뒤 배에 실을 때까지 양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사설 경비업체에 경호를 맡겼을 정도이다.
-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 최고급 원료가 준비되면 이때부터는 기술력의 싸움이다.
- 아예 20년 이상 경험을 갖고 있는 숙련된 작업자만 공정에 투입했다.
- 제일모직 상품기획실 윤영수 상무는 "이 양모는 한쪽 끝에 2.4g의
- 무게를 매달면 바로 끊어질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여기서 실을 뽑아 원단을 짜는 일은
- 갓 태어난 아기를 다루는 일처럼 조심스럽다"면서
- "더구나 워낙 비싼(일반 양모가격의 200배) 원료이다 보니 웬만한 확신 없이는 실험에 임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 실을 뽑아내는 방적공정에서는 최고급 원료를 다루기 위해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에 버금가는 작업환경이 필요했다.
- 양털을 깨끗하게 씻어 잡티를 완전히 제거하고, 기계 상태를 최적(最適) 조건으로 맞췄다.
- 방적기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실이 끊어질 염려가 있어 적당한 가동속도를 찾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 ■섬유사업 고부가가치화 계기로 그동안 선진 제품에 비해 기술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 염색 공정에서는 수십년간 사용해 오던 크롬(Cr) 염색법에서 탈피,
- 새로 개발한 환경친화적인 염료로 저온(低溫)염색법을 사용했다.
- 섬유 손상을 줄이고 색감과 촉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 양모 1g당 150m의 실이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 원단(原緞)을 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 다른 일반 제품은 하루에 130야드씩 짜내는 속도로 기계를 가동해도 별 문제 없었지만
- 150수의 실은 일반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기계속도로 짜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다.
- 이런 과정을 거쳐 150수 복지가 탄생하던 순간,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진과 연구원들은
- 세계 최고의 복지를 개발해냈다는 성취감에 만세를 불렀다.
- 이탈리아인(人) 기술고문조차 "선진 제품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급 제품"이라고 평했다.
- 이렇게 양복을 만들면 가격은 얼마나 될까.
- 연간 300㎏의 원료는 전세계적으로 1년에 양복 100벌만을 만들 수 있는 분량.
- 이처럼 고가의 원료와 특수가공에 따른 가공비까지 감안하면 최고급 150수 란스미어 210 복지로
- 만든 양복 한 벌의 가격은 1500만원에 이른다.
- 란스미어 210 복지로 양복 한 벌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실의 길이는 45km.
- 마라톤 코스보다 더 길다. 1
- 50수 복지 양복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사육되는 양만 2000두(頭)다. 제일모직 이우석 상무는
- "한 벌에 1500만원짜리 양복 원단을 만들었다는 상품가치보다는 세계 최고급 복지를 자체
- 기술로 개발해 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 섬유산업에서 고부가가치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 말했다.
- ◈안복현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
- "아랍 부호들이나 유럽 귀족층이 판매 대상" "지난 94년 세계 최초로 130수 복지 개발에 성공한 데 이
- 어 이번에 다시 우리 기술력을 과시했다. 섬유기술의 한계를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 ." 제일모직 안복현(安福鉉ㆍ52) 대표이사 사장은 "란스미어 210은 지금까지
- 인류가 생산한 순모(純毛) 복지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부드럽다.
- 이번 개발은 우리나라보다 150년 이상 앞선 섬유패션 선진국의
- 일류 업체들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 회사는 제품 개발을 위해 어떤 지원을 했는가. "무엇보다 '핵심기술사' 제도가 효과를 보았다.
- 이것은 공정(工程)별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술인에게 인증패를
- 수여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자기 분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다.
- 자긍심과 사명감을 부여한다. 전출입이 금지된다.
- 평생직장을 보장하고 세계 최고의 장인(匠人)이 되도록 지원한다.
- 또 핵심기술사 개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 핵심 기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도록 기록문화 정착을 제도화했다."
- - 일반 복지 생산에 비해 특별한 공정이 있는가.
- "란스미어 210 개발공정은 그야말로 VIP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 일반 공정에 비해 물리적으로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모든 작업장 환경과 기계를
- 반도체 클린룸에 버금갈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 반도체 생산원료와 차이점이 있다면 복지의 원료가 되는 양모는 살아 숨쉬는 원료다.
- 일반 공정처럼 한 공정이 끝났다고 바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 사람이 밤에 휴식이 필요하듯 양모도 한 공정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 그래야 섬유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 - 한 벌에 1500만원을 넘으면 누가 사 입는가.
- "제일모직은 현재 약 20벌의 양복을 생산할 수 있는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 과거 130수 복지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주된 판매 대상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배우,
- 아랍의 부호(富豪), 유럽의 귀족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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