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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건강

마흔 아홉 남자의 독백

 

 

 

내 나이 마흔아홉..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집사람과 군대를 제대한 아들과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 아이

이렇게 다섯 식구가 그럭저럭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다..

 

넉넉한듯 하지만 항상 50%가 부족하며

늘 쪼달리는 것 같지만 웃음을 안고 살려고 하고

 

회사의 중견간부 아니 상급간부로 서열도 꽤나 높은 편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현재의 넉넉함을 희생해야 하고,

친구들에게도 회사 동료들이나 부하들에게도

마음만 그럴뿐 마음먹은 것의 십분지 일도 해 주는 것이 없고

 

남한테 꿀리게 살게 하긴 싫어서 아들이나 딸이나

조금은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도 하나라도 더 시키고 싶은 것..

 

작은 집안의 가장이 늘 마음 속에 가슴을 은근히 누르는 무게로 가져 가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회사일에 대한 걱정,

어머님,집사람이 나 때문에 걱정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안그런척 매일 아침 여섯시면 집을 나서고

 

기름값 조금 아껴 볼려고 회사통근버스 탈려하니

술이라도 한잔 거하게 마신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몸과 마음이 참 힘들다..

 

그래도 내 몸 건사해야 딸린 식구들 밥은 먹겠다 싶어서

퇴근후 술자리 회식자리 없는 날에는 통근버스 눈치보고

얻어타고 한시간여를 시달리며 국선도수련장에서 20분거리에 내린다.

 

수련 끝나면 아홉시가 훨씬 넘어 너무 늦은 저녁에 수련 강도도 만만치 않아서

미리 배를 채워두려고 허급지급 간단한

저녁이라도 먹을라 치면 늘 쫓기듯이 후루룩 말아먹어야 하고 

그것도 시간에 쫓기다 보면 늘 부실하게 마련이다..

 

온통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이고

애면글면 수련 한 타임 끝내고 나면 그나마 상쾌한 몸과 마음이

다시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각종 고지서에 아무리 애써도 적자이기 일쑤인

냉정한 경제현실에 부딪히고 만다..

 

우리네 486세대..

대개의 삶이 이럴 것이다..

 

부모라도 잘 만나지 못하고 그마저 끝내 자신을 추스리지 못한 사람은

엉망진창으로 대열에서 도태되고 말고,

머리 뛰어나지 못한 사람은 몸으로라도 만빵을 때워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가끔씩 막걸리에 부추전이라도 부쳐 먹는 것이다..

 

아바와 비틀즈와 비지스와 산울림의 음악이 새삼스럽게 눈물나도록 가슴에 짜안 한 것은

그 젊었을 시절..이런 고된 삶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것임을 지금은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부모를 모시고 자식에게 가장 먼저 버림을 받는 세대가 우리세대라 했다..

팍팍한 세파에 그래도 낭만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 저 한 곳에 말라 비틀어져 있을지언정

형체를 유지하는 세대..

 

아직도 시원스레 여름소낙비 내리면 만사 제쳐놓고

그냥 뛰쳐 나가서 후줄근하니 온몸으로 비를 맞고 싶은 우리네 세대..

 

평범한 한 가족의 가장이 누리기에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것이 많다..

 

자식은 반짝반짝 최고급 스마트 폰을 쓰지만 정작 나는 구닥다리 폴더폰을 사용하고,

자식은 나이키에 빈폴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남들 눈초리 가려주는

저녁 밤거리에는 그냥 떨이용 셔츠에  텁텁한 신발 하나로 산책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이렇게라도 허위허위 살아가는 이유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내 가족들에게 조금은 덜 모자란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라면

기꺼이 그 시큼하고 떫은 맛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

 

마흔 아홉 가장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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