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일거에 태울듯 번개가 친다.
사위에 깔린 어둠에 한치 앞도 뵈지 않고
한여름 소낙비 같은 굵은 겨울비가
엉기적 거리는 마음을 더욱 내리앉히는 깊은 산 속.
그 찰나의 순간에 앞이 보이고 산그림자 읽어보고
옆으로 내디디면 아득한 절벽 길에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전율하는 오들거림.
앞으로 가자니 길을 모르고
돌아가자니 너무나 먼 길을 와 버렸네.
둘러멘 배낭에 가득한 무게감은 어깨를 파고들고,
그냥 서 있자니 빗줄기 어둠에 천인단애 위태로움이 가득하다.
그나마 번쩍이는 번개가 빛이라고 반가우니
곧 이을 천둥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호사로움 품에 겨워 움퀴어진 손아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지도 한장.
내 인생이 이렇구나.
무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무작정 달려가긴 죽을까봐 겁이 나고
그냥 서 있자니 막연한 두려움에 인생의 짐이
등허리를 휘게 한다.
안광의 심지를 높여 잠깐 잠깐 감광처럼 익혀진
그 길, 길이 아니더라도 그 방향을 지표삼아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조금이라도 나아가야
인생의 무게를 조금은 잊으면서
어쩌다 샘터도 만나고 바람을 피할 곳도 찾아가며
그저 그렇게 내 목숨 다하는 그 순간까지
앞으로 아프게 마음으로 내디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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