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color-gray post-type-text paging-view-more">
본문 바로가기

> 마음건강

구례 사성암과 오산..

 

아직 때 이른 봄날, 저 먼산에 쌓인 눈이

까르륵 웃음지으며 봄으로 녹을 때..

 

우리는 겨우내 움츠리고 풀지 않았던 주먹을 풀어내고

등산화 끈 다시 조여 맨다음..

 

끈적이는 진창길 그 산길을 넘어서 간다..

 

한 발자욱 내디딜 때 맨먼저 그 내음 알아채고

아직은 서투른 하얀 빛깔내음으로

 

용심을 다해 꽃 마름 끝부터 요동치면서

환영해 오는 봄 나무 한그루..

 

매화 꽃 비 내리는 그 곳으로 우리는 간다..

 

- 3월 마지막 날 청허 書 -

 

 

 

마음으로 그려낸 듯 무심하게 흐르는 섬진강..

지리 10대 절경의 하나인 섬진청류이다..

 

 

너덜지대 스스로 쌓아 올린듯 돌탑과 그 염원이 그리는 것은 봄이었을까..

 

 

내일 모레 오십줄에 들어선 여인이라도 마음은 숫처녀의 그것인양 밝고 수줍기까지 하다..

 

 

겨우내 힘들고 지쳐 나락에 떨어졌던 몸을 기지개마냥 켜켜이 털어보면서..

 

 

저 섬진강의 물길은 구례로 향해 가는 걸까..구례를 지나치는 것일까..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아무리 감기몸살에 찌든 몸이라도 마음으로

덜어내는 가벼움에 미소는 가득하다..여인이여..그리고 봄날의 휘파람 같은 상쾌함이여..

 

 

연기조사가 백제시대에 지었다는 사성암..

연기조사..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선사 이 네 성인이 이 곳에서

수도하였다 하여 사성암이라 한다..

 

 

가파른 저 절벽에 기도염원, 득도를 향한 그들의 마음가짐이었을까..

그 애절하고 처절했던 구도의 과정에 동화작용으로 마음이 알싸하다..

그들은 이곳에서의 용맹정진을 통해 과연 피안의 세계..정토의 세계에서

운용되는 율법과 불국토의 율여세계를 보았을까?

 

 

진표율사가 망신참법을 통해 탈속하고자 했던 부사의 방처럼 깍아지른 절벽자락에서

그들이 진정 얻었던 심득은 어떤 것이었을까..수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 성인들의

굳건한 수도심에서 우리는 한줄기 봄바람 같은 위로를 얻어내는 것일까?

 

 

단지 눈 감는 순간부터 암흑으로 펼쳐지는 이 단순한

물질세계에서 진정 마음의 눈을 뜨게 되면 마주치게 되는

그 희열은 어떤 빛깔일까?..그들은 말이 없고..그저 몸으로 깨친다면

그 자그마한 흔적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저 척박한 바위의 벼랑에서 생명의 숨길을 끝없이,

포기하지 않고 이어내는 목근의 힘이 절대세계를 향한

우리네 구도자들의 염원인 것인가?

 

 

그 가녀린 뿌리의 끝에 켜켜로이 걸쳐 있는 수 많은 동전들을 통해

생장염장의 우주원리는 영생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최신 우주 이론인 공형순환모델의 우주처럼 그렇게 가는 것일까?

 

 

원효는 절대 법력,원력으로 마애석불을 손톱으로 그려내었건만

우매한 우리네 중생들은 그 그리고자 했던 마음은 멀리두고

그 형상만 저렇게 가리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신격화 하니..

원효의 서글픈 미소가 가슴 속을 후벼댄다..

 

 

지리산군과 섬진강의 요염한 섞임..

섬진이 지리산군을 모시는 것일까..

지리산군이 섬진을 감싸도는 것일까..

관점의 차이가 세상관을 바꾸게 하는 힘..

어쩌면 이 사성암을 거쳐간 4대 성인과

수 많은 스님들..행좌들의 마음에 섬진과 지리산군은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투영되었을까?

 

 

바위가 있어 위태롭게 보이나 바위를 보지 않으면 위태로움..위험..아찔함은 사라지고

평안한 하나의 암자로서 다가올 뿐인데..아마도 연기조사가 원했던 가르침은 오히려

단순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저 돌바위와 나무뿌리에 퇴계선생이 빌붙어 애처로움을 더 한다..

기복의 염력이 위대한 힘을 발휘하니..조선시대의 대덕승학이 비참하게 보이는구나..

 

 

절벽을 거스리지 않고 절벽을 편안하게 보좌하는 심적 배려로 작은 암자는

있는듯, 없는듯..많은 수도자들의 치열한 구도장으로 역할을 계속한다..

 

 

누군가의 애절함이다..적어도 이 두번째 고백을 쓴 남자에게는

은경이라는 여자와의 맺음이 절대적 구원이요..세상의 모든 것이었을게다..

 

 

단순한 몇 개의 선만으로도 저토록 온화한 보살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너무나 많은 중생들이 깨닫지 못하는

경악스럽도록 단순한 진리이다..진실이요..

 

 

우러러 보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니..능히 누구라도 간절함을 더할 때

기도도량으로 절대성지가 아닌 보편선원으로 자리매김할 곳이다..

 

 

저 간들하도록 아찔한 곳에서 몇 백년을 버텨온 나무가 오히려

인위적으로 그려내고 깍아 낸 석상보다 더 큰 가르침을 전한다..

 

 

누군가 소원을 빌면 영험한 힘이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끔 도와준다는 소원바위의 전설..

정작 그 소원의 대부분은 본인의 영달이 아닌 자식의 잘됨을 기원하는 것이었을게다..

부모에게 자식은 자신의 전부요..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다른 민족에게서

찾아보거나 동질성을 찾기 어려운 독특한 기복사상이 있는데..그것의 원류는 간절함이다..

 

 

두 손을 모은다 함은 온 몸의 기운을 모아 집중하는 행위요..절대적 진리..반야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의 표식이다..그리고 눈을 감으면 내 맘 속의 소리를 진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선국사가 수도했다는 도선굴이다..그 칠흙같은 어둠속..그 황량한 차가움과 칙칙한 습기 속에서

바위굴 틈으로 들어오는 빛에 그는 위로와 평안함과 존재함의 위대함을 느꼈을 것이다..

 

 

장쾌한 지리의 능선이 그 육감적이고도 수려한 몸매를

드러낸다..침을 꿀꺽 삼킨다..가고 싶다..지리의 품속에..그 노랑원추리 가득할 돼지평전과

시리디 시릴 임걸령 샘물과 노루목에서 바라보는 노고단의 풍만한 모습과..

반야봉에서 느끼는 진리의 그리움..묘향대의 그 심오한 석간수와..아..아..

지리가 나를 오라네..어여 어여 오라네..

 

 

그 한자락 지리의 품속에서 숨쉬고 걷고 에둘러 가다 보면 토끼봉과 연하천과 벽소령..영신봉..세석의 화려한 철쭉과

연하봉의 신비한 선경과 제석의 아프디 아픈 역사와 천왕의 굽어내림..그립다..보고 싶다..

 

 

내가 뭘 잘 못 판단했다는 오산이 아니다..거북이..또는 자라형상으로 생겼다고 해서 오鰲산이라 한다..

 

 

집사람의 극심한 감기몸살로 자칫하면 취소되었을 산행이었는데 그래도 정상석과 함께 하면 즐겁다..

 

 

내가 선 저자리가 지리의 노고단 보다 높게 보이는 착시..

마음의 눈을 뜨는 견성의 단계에서는 세상만사에 대한 최소한의 원근법의 인지로

사사로운 눈 앞의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오히려 지금의 위치 보다는 먼 곳..

저 피안의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근원적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

책만 읽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닌 철저한 수행과 처절한 갈구심이 있어야 근처라도 갈 수 있는 것..

 

왕시루봉은 섬진강의 둘레에 나름의 존재감으로 천왕봉을 가리고 있다..

우리의 눈이 조금 더 진실한 모습으로 높이 올라간다면 저 시루봉에 가려진

천왕봉을 보며 현실의 장막 너머에 있는 또다른 절대진리를 알고 누리는 즐거움이 있을 것인데..

 

비록 얕고 나즈막한 오봉산이지만 정겨운 이름으로 뭇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니

어쩌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 선지식 보다는 이 몸 하나 쉬면서

마음도 덩달아 쉴 수 있는 작은 동전하나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오산 전망대 주위를 빼곡히 둘러 싸고 있는 산들을 보면 능히 이곳이 한반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수 많은 고승대덕들의 수행터가 될만하다는 직관을 가지게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천왕봉보다 더 정감이 가는 반야봉..날카롭지 않고

둥글고도 푸근한 모습으로 지리의 어머니 같은 모습을 실제로 안아내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정적인 모습으로 봄을 기다리는 구례읍의 전경..여느 조그마한 읍내와 다를바 없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구례에 대한 정감은 사뭇 다르다..편안한 설레임..푸근한 호기심..그런 것이다..

 

 

사성암이 위치한 그 절벽 끝자락이다..원효도..도선도..진각도 저 곳에서 결가부좌하고

시간의 풍상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내는 번잡한 고뇌를 풀어내고 상,중,하단전에서

끌어내는 진기의 힘과 법력의 도움으로 가히 초인적인 깨달음을 얻어 갔을 것이다..

 

 

계단이 없었다면 꽤나 바위타는 재미가 솔솔했을 길이다..계단 길이라도 아찔한 경사감이

오고 가는 산객들의 땀구멍을 활짝 열게 만든다..

 

봄날의 완연한 모습은 없었으나 그 마음을 가득 담은 행락객의 분주한

발걸음 만으로도 우리는 벌써 봄을 만끽한다..

 

쿵쿵쿵 바삐 움직이는 산객들의 뒷모습에서 이 곳 까지 와서도 뭐가 저리 급하고..

서둘러야 하며..주위를 감상한 여유를 찾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절벽의 한 쪽에는 절묘한 위치에 나무가 있고..

그 뿌리 주위를 감싸안은 이끼와 작은 고드름이 똑똑똑..낙수를 흘린다..

A drop of water hollows the stone..

 

몸이 조금 뚱뚱한 사람은 지나가는데 애를 먹을 멤브레인 바위이다..

 

 

산신을 모신 산왕전인데..좌우로 시립한 소화기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산신을 호위하던 호랑이 산군은 어디로 가고..

 

지금 저 순간의 집사람 마음에는 어떤 생각이 오고 가고 있을까?

 

빽빽하게 박혀 있는 동전들..유구무언이다..

 

 

800년 이상의 세월을 버텨온 귀목나무..성스러운 느낌보다는 강인한 고집과

태산도 밀어낼듯한 집념이 느껴진다..

 

오른쪽의 섬진강이 없다면 오르막인지..내리막인지..사진상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모습..

그래서 문자로 씌여진 진리에는 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진리에 대한 탐구..그 도인의 세계에는 그래서 방향과 현재를 정확하게

짚어내 주는 스승이 필요하고..실제 몸으로 부대끼며 그 경계의 모호함을

명확하게 알아내는 체득..그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따사로운 햇살에 서서히 말라가는 이끼..

진리가 비추이는 곳..그 곳에는 고집스러운 습..아집이 남아 있을 수 없는법..

많고 많은 사이비들이 설치는 이유가 진리의 빛을 찾지 않고

바위 원모습을 덮는 이끼의 푸근한 모습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고소영이는 어디로 가고 동건이만 이리 설치는 건가?..^^

 

섬진강에서 채취된다는 민물 벚굴..그 모습이 마치 벚꽃이 핀 것 같다해서 벚굴인데..

일반 굴보다 크지만 좀 타박해 보인다..생것으로 먹기에는 좀..거시기 하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온통 매화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햇살에 투영된 모습이 수수하면서도 뽐내지 않는다..그래서 우리 인간의 몸에

그토록 이로운 매실이라는 결정체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매실농원의 매화축제장을 돌면서 시식한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매실 짱아찌..매실 된장..매실 고추장..매실 한과..매실 쨈 등등..

 

 

부른 배를 섬진강을 보면서 가라 앉히고..

 

더 없는 만족감에 온 몸이 나른한 행복에 젖어든다..

 

 

매실농원의 엄청난 장독대..사이즈도 다양하고 내용물도 다르겠지만 군집한

모습이 보여주는 만족감..든든함이 더 이채롭게 다가 온다..

 

그 옛날 저만한 장독대를 거느린 안방마님이었다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천하를 다 가진듯 했을게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오고 가는 사람 많아도 다 지나치는 사람일 뿐..

정작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이 사람 뿐이외다..

 

그래도 매실농원에서 자랑하는 매실파전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식권을 구매해서 파전을 기다리는데 찌져 내는 모습이 재미있다..척..척..척..

 

와인병에 담긴 매실 막걸리와 잘 지져진 파전 한사라에 오늘의 흥겨움이 더한다..행복하다..

 

매실 사탕과 젤리를 사들고 내려 가는 길에 북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하늘을 쳐 올릴 기세로 만발한 매화꽃과 그 옛날의 소담스러운 서원..

실제 논어 맹자보다는 자산어보나 견문록이 더 다가 왔을텐데..그 옛날의 봄날에는..

 

그 옛날..추억의 또뽑기..실패작조차도 아스라한 추억을 맹근다..

 

국자에 설탕 넣고 녹인 다음..이스트 뿌리면 부욱 하고 일어나는 거푸집을

탁 하고 내려치고 누르고 찍고..삔침으로 또각..또각 긁고 뜯어내는 과정에

나의 합섬바지는 눌러붙게 마련이고..그렇게 연탄가스 마시면서

영민했던 내가 범부로 전락하는 과정이었지만 아련한 추억이 보상으로 남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섬진강의 무심함에 나도 감정이입이 된 것일까..

그렇게 토요일의 오후는 저물어 간다..

 

저 섬진강 물속에는 또 우리가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들이

치열한 삶을 나투어낼 것이고..무심한듯..흐르면서 품어내는 강이여..강이여..

 

 

 

 

 

 

69

 

 

 

 

'> 마음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The Reason to be alive  (0) 2012.04.11
[스크랩] We Are The World - Michael Jackson  (0) 2012.04.07
그 끝자락  (0) 2011.12.04
마흔 아홉 남자의 독백  (0) 2011.08.24
삶의 반추  (0) 201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