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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4/24) Genesis - Prologue

 

 

 

 

 

" 아니, 이거 뭐 툭하면 비상소집이냐 이거야.."

김동원 일등 항해사의 불만끼 가득한 투덜거림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 그러게, 이넘의 고물 우주선으로 항성간 정찰을 내 보낼 때 부터 알아봤다니깐.."

그러자 김 동원이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면서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 머라꼬?..야..이번 대 항성 정찰을 기안하고 돌무식하게 밀어부친게 니 아이가? "

당연히 예상했던 다소 무안스러운 얘기다..

 

이번 대 항성 정찰에 이용되는 이 페가수스 27호는 만들어진지가 무려 2백년이 넘는

고물중의 고물로 UNK(United Nation of Korea)에서도 연배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이미 폐기되어야 마땅한 항성간(Inter-Stellar) 우주선이었다.

 

UNK에서 열 세번째로 추진하는 이번 항성 정찰은 전체 24개의 항성정찰 및 정보자료

수집 및 실제 생명징후 샘플 획득을 위한 프로젝트중의 하나인데 하필이면 나와

동년배이자 사관학교 동기인 김동원이가 함께 이번 정찰 작전에 같이 배치되었고

그 많고 성능좋고 모양새 쌈박한 최신예 정찰 우주선들은 다 어디로 배정되고

그나마 가장 장거리를 뛰는 이번 13번째 정찰에 이런 구닥다리가 나선단 말인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동원이의 푸념과 탄식을 애써 무시하는 사이 챔버간 이동용으로

사용되는 모바일 캡슐이 함장실에 다 왔다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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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이와 내가 함장실 옆에 있는 작전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미 호출받은 대다수의 업무,행정,보급,정비,관리,항법 핵심장교들이 입체 스크린이

설치된 반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는 정찰장교용으로 지정된 반원형 테이블의 맨 앞 오른쪽 자리에 앉았고 동원이는

자신의 중앙자리에 앉았는데 놀랍게도 오늘 이 임시 비상작전회의에는 그 귀한

제주도 암반수 생수병이 두 병이나 각 자리마다 놓여 있었다..

 

안그래도 재생활용수의 그 정나미 떨어지는 밋밋한 물 맛에 그나마 떨어지는 식욕에

생체바이털 경고장치가 이런식으로 계속 영양섭취에 소흘할 경우 강제 영양주입단계에

들어가게 됨을 며칠 전부터 경고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횡재란 말인가..

 

나는 앉자 마자 눈치 볼 것도 없이 250ml 단위로 포장된 생수병을 들고 그대로 쭈욱

들이켰다..물 맛에 별 다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주도 암반수는 적절하게

냉장되어 있었는지 목을 넘어가면서 시원한 청량감과 표현할 수 없는 친근한 물 그대로의

맛을 온 몸에 알려 주었다. 급한 넘 체할듯이 단박에 마시고 나서 보니 전부들 한 병은

다 마시고 한 병은 곧 시작될 함장주재 비상작전회의의 진척상황에 따라 더 마실 것인지를

유보한 채 전방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함장,부함장,그리고 일부 정부기관의 주요요직에 있는 전문가급 자문요원들에게만 하루

세병기준으로 보급되는 제주도 암반수는 우리 같은 일반 위관급 장교들에게는 몇 천년 부터

내려 오는 독특한 소주와 함께 이 페가수스 27호에서는 보물처럼 취급받는 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귀한 것을 함장이 큰 인심을 내어 120명이 넘는 장교들을 긴급으로 소집한

자리에 턱 하니 내놓은 것이다. 대단한 한 턱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 이 회의가

얼마나 길어지길래 이 금싸래기 같은 암반수를 회의용으로 쓸까 하는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10초후 함장이 입실한다는 간단한 워드 코멘트가 촌스러운 모양으로 입체 스크린 중간을

좌에서 우로 지나가자 전부들 헛기침과 함께 옷매무새와 뒤로 젖혔던 몸을 단정하게 앞으로

매조지 한다..

 

하긴 항성정찰용 우주선의 함장이면 정부기관의 차관보급이요,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거의 사단장급 대우를 받는 별 두개의 계급이고 최소한 이십 년 이상의 전투함이나 우주선을

직접 조종하는 필드경험과 누적 항해 거리가 1억 A.U(태양과 지구사이의 실제 거리 약 1.5억 킬로)  

이상이 되어야 선발될 자격을 줄 뿐더러 UNK에서 18척 밖에 없는 대 항성 정찰용 우주선의 함장이라면

최소한 5억 A.U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내가 듣기로는 이 페가수스 27호의 함장인 최일권 소장은 고대 비전의 인간육체단련용 무술 8종을 모두

마스터 했고, 무려 3년간의 독고다이를 심신의 어떠한 붕괴지수 없이 수행해 낸 불가사의 한 인물이었다.

내가 3년을 정말 힘들게 밥먹고 학과수업 받고 하루 4시간씩 전력을 기울여서야 겨우 따 낸 제 1종

무술 마스타 자격증을 무려 8종 전부를 단 10년만에 해 낸 것도 그렇고, 정기적인 행성간 화물용 우주선을

혼자서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 지구-목성-이오-명왕성-천왕성-화성-지구로 이어지는 화물 운송코스를

왕복 8회를 해 냈다는 것은 나와 같은 정찰전문교육을 이수한 장교는 단 한번도 해 내기 어려운 절대고독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초인적 과정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도 자연스럽게 몸을 반듯이 하고 장교제복에 복장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재빨리

휘둘러 보았다. 이윽고 크로스 게이트가 열리고 최일권 함장이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한 발걸음으로 중앙 스크린 바로

앞에 위치한 함장 전용 테이블에 앉았다.

 

옆에 따라 오던 소령급 부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별다른 시작 코멘트 없이 바로 전등이 꺼지고

3차원 스크린이 잠시 지직거리면서 오늘 비상작전회의의 주 안건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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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행성의 UNKSOC(United Nation of Korea Space Operation Center)에서 목적지인

NGC13B 항성계까지의 추정거리는 지구 시간으로 약 12 광년정도가 되며 이 페가수스 27호가 낼 수 있는 최대속도인

SOL(Speed of Light) 0.7로 날아 가면 15년에서 16년 정도가 걸리지만 실제 이 우주선 내의 시간으로는 약 6년 정도의

시간만 소요된다..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상대시간은 느리게 가게 되는 상대성 원리에 몇 가지 수정원리가 가해지면서

지난 백여년동안 실제 검증된 사실이다.

 

최일권 소장이 함장으로 이끄는 페가수스 27호의 주 임무는 지구에서 NGC 13B 항성계까지의 최단 항해루트 파악과

적외선 편이 망원경으로 살펴본 가상 루트상에 별 다른 위험요소는 없는지 점검하면서 우주폭풍이나 가스층,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감마선층대의 유무, 백색왜성,중성자별,특히 가장 두려운 대상인 블랙 홀의 유무와

있다면 크기와 중력장의 위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외 부가적인 임무로 천체관측도와 상시 운영되는 Bee Eye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균상분포와 암흑물질의 밀도변화등을

상세하게 조사 분석하는 일이었다. 이런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에는 최근에 건조된 센타우리 시리즈가 속도나 크기,

십오년 이상 소요되는 임무의 특성상 승무원들의 복리후생이나 건강유지에 더욱 맞춤이었고 모양새도 제격이었으나

우주 방사능의 세기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수천회의 출항을 통해 그 완벽함이 입증된 페가수스 시리즈가 조금 더 믿음직

스럽긴 했다.

 

페가수스 27호는 길이 2.8킬로, 효용폭 356미터, 높이 128미터로 초항성용 최상급은 아니었으나 웬만한 항성간 항해는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었고 엔진도 플라즈마, 중력장, 그리고 우주 방사능중 가장 해로운 감마선을 전환하여 에너지화

할 수 있는 구식 치고는 신뢰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총 640명의 승무원과 240명의 연구원이 개인 침실과 쾌적한

근무환경이 보장되는 편이라 컴팩트 하면서 인간미가 떨어지는 최신형 우주원정함정에 비해 인기는 그런대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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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영상에서는 페가수스 27호의 기본임무와 목표항성까지의 항해 루트, 그리고 지구에서 소요되는 예상 소요시간과

실제 페가수스에서 걸리는 시간차이가 간략하게 언급이 되고 있었다.

 

' 뭐야?..이거 저 내용은 우리가 수십번 암기하고 실제 예행연습까지 도상으로 마친 내용인데..복습?..그것도

  긴급비상회의 소집에 저런 내용을 왜? '

 

하고 의아해 할 무렵..최일권 함장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광각투사되던 영상은 잠시 사라졌다.

 

" 음..제군들..오늘 이렇게 긴급비상회의를 소집한 것은 뻔히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주지시키고자 한 것은

  아님을 잘 알테고 지금부터 본 함장이 회의안건을 설명하겠다..두 번 설명할 일은 없으니 주의해서 기억하고..

  필요한 사람은 숙소의 입체 스크린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으니..음..음.."

 

" 지금 이 페가수스가 진행하는 목표항성 NGC 13B까지의 항로에는 그동안 각종 첨단 체항장비로 충분히

  검토를 했으나 지구 본부와 본 우주함정에서 새로이 업데이트 된 내용을 보면 앞으로 12일내에 미확인

  블랙홀을 통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이는 우리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내용으로 사태의 심각성은

  누구보다 여기 있는 제군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갑자기 회의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그러자 함장이 단호하게 손을 들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크기가 16.5메가 Solar로 추정되는데 쉽게 이야기 하면 태양중량의 1,650만배 중량을

가진 중대형 크기의 블랙홀로 스와츠칠드 지름이 12AU정도이다..따라서 우리 페가수스가 이 지름외경을 지나서

항로를 우회할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항로정보가 무용지물이 되고 목표항성까지의 항로수정 및 미확인

루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항해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이 블랙홀의 지름반경내를 통과해야 정해진

목표일정과 회귀루트를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다시 말해서 지금 회황을 하던지, 아니면

스와츠칠드 지름을 우회해서 아예 깜깜이로 진행하던지, 마지막으로 위험요소가 아주 크긴 하지만

블랙홀 필드로 진행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세가지 방안이 있다."

 

나는 갑자기 머리가 찌끈 아파왔다..뭐..저런게 고민이란 말인가?

그냥 단순하게 회황하면 그만이다.

메인컴퓨터에 담겨있는 빌리언테라바이트의 항해정보를 수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지구 본부에 있는 울트라수퍼 컴퓨터로도 약 3개월의 연속 수정,보정작업을 거쳐야 신뢰도가 4PPM

수준으로 믿을만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일일이 수정하고 진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그리고 뭐..블랙홀 중력장 필드로 들어간다고..그건 완전 자살행위다..고로 그냥 돌아가는게 상책인데..

저 양반 함장이라고 뭐 생색을 내려나..고민할 사항이 아니잖아..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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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은 세가지 방법중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곧바로 내세웠다.

 

"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세가지 중에서

  되돌아 가는 것은 수천조 달러가 소요되는 대 항성 정찰비용과

  5년간의 준비, 그리고 이미 16광년 거리를 항해해 온 거리나 시간을 볼 때

  가장 먼저 제외하고 싶다..제군들..

 

  물론 제군들중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UNK가 그래도 태양계 탐사실적에 이어 항성간 운행이나 정찰, 정보획득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음도 다 여기 있는 승무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 덕분임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본 함장은 강제하지 않는 선택권을 여러분들에게 주려고 한다.

 

  이 낡디 낡은 페가수스 27호의 가장 큰 장점이 엄청난 용적량의 적재Capa임을 잘 알고

  있을 테고 혹여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여 A 적재칸에는 최신형이지만 아주 컴팩트한

  사이즈의 대항성 정찰용 테이프란 B형 모델이 2대 실려 있다.

 

 지구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1대를 선택하여 돌아갈 수 있다..함장이 보장한다..

 

 그리고 우리 항로 앞에 있는 블랙홀의 슈바트실트 지름 반경을 넘어서 우회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는데 우리의 임무는 국가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 있을

 우리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발견하고 조사하고 미리 정찰하여 닦아 놓은 것에 있으므로

 그런 우회방법에는 시간은 다소 더 소요되겠지만 결국 우리가 목표로 한 NGC 13B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이 두번째 선택을 위해 테이프란 B형 모델 1대를 배정하겠다.

 

 그리고 이 페가수스는 전대미문의 블랙홀을 관통하는 도전적 실험을 감행할 것이다.

 

 지난 수 백년 동안 우리 인류를 괴롭혀 온 블랙홀의 정체에 대해 이처럼 가까이서

 조사하고 실제 체험해 볼 기회는 아마 앞으로도 영영 없을 것이다..물론 이 우주선의 안전이나

 혹시라도 이 세번째를 선택할지도 모르는 제군들의 생명은 보장할 수 없음이다..

 

 오늘 긴급 비상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그것이다..

 

 자, 제군들은 선택할 수 있다..돌아 가던지, 우회해서 목표를 향해서 가던지,

 그리고 블랙홀에 실제로 가장 근접하여 과학적 정보와 그간 많고 많았던 학설에 대한

 실질적 검증을 할 수 있는 것..강요하지 않겠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선택하고 별도의 지시를 따르기 바란다..이상..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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