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맹렬하지도 않았던 봄이 벌써 저 뒷길로 물러서고
한낮에는 초여름의 기운이 뭉실대는 4월의 끝자락/5월의 첫머리에
지난 주 빡셌던 백두대간 50리 길, 왕복 10시간의
45명 정원에 45명 승차라는차량이동중 허리 뒤틀림,
그러나 즐거웠던 그 추억을 끝으로 4월을 그냥 보내긴 너무
아쉬웠을까..늘상 다니던 고산골과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범어공원(뒷산)을 다녀왔다..오늘은 근로자의 날..
유림 노르웨이 숲 뒷 편에 있는 구림테니스장 옆을 끼고 한참(?)을 오르면 이렇게 멋진
산책길이 나타난다..이 노르웨이 숲에 사는 친구를 호출했으나 주특기인 오래 잠자기로
아예 생깐다..측은지심이 들기도 하고..그냥 두 번 전화하고 말았다..안받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내의 파고라에 곱게 핀 등나무 꽃..향기가 강렬하지 않고
막걸리처럼 들큰하다..아주 즐겨찾는 쉼터이자..구름과자를 먹는 곳이기도 하다..^^
신천 둔치공원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이 신천을 끼고 걷는다..즐거운 표정들이다..
작년에 새로 조성된 메타 세콰이어 숲 길..아직 나무가 어려서 그다지 볼 품은 없으나
10년, 20년 후면 아주 멋지고 그늘이 제대로 진 훌륭한 쉼터 공간이 될게다..
형형색색 현란함으로 4월은 우렁차게 세월을 노래하고 그 노래 속에
우리는 한 달 두 달을 지나 주름을 하나씩 얼굴에 그려 넣는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는데, 요즘의 인공조정기능으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저렇게
색감을 표출하지만 결국 그 아름다움의 절정은 결국 열 흘 내외다..
뭇 권력자들과 치열한 삶의 투쟁을 벌이는 범인들이 비록 힘들겠으나 깨닫고 실행해야 할
진리다..무에 그리 아둥바둥 사느냐..덜거덕..덜거덕..소달구지처럼 가자꾸나..
" 너는 그리 살아라잉~~, 나는 이로코롬 하늘을 누비면서 살란다이..^^ "
" 부러븐 넘..난 코끼리에서 점프해 본 것이 단데..잘먹고 잘살아라이~~ "
상동교에 이렇게 새로 돌담길을 놓았다..너무 정형적이긴 하지만 이 곳을 왕래하는 많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안전하고 든든한 건넘돌이 된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조금은 무덥기도 하고..묘한 거울잔상으로 주변의 경관을
부드럽게 어울리게 한다..이 곳..참 좋은 곳이다..
아니..넌 아까 그 넘 아녀?..
그래 맞다 우쩔꺼여? 뎀벼 볼텨? 꼬우면 이리 올라와~
아우..너 담에 보면 나 모른채 해라이~~고무총이라도 있었으면 널 아주 걍..ㅋㅋ
그냥 고산골만 다녀 오기에는 너무 모자란다..그래도 왕복 7킬로인데 몸이 좀 더 가보자고 해서
대봉교에서 범어공원으로 고고씽~~
조금만 돌아서니 이렇게 텃밭도 있고 야트막한 언덕베기가 정겹기 그지 없다..
길이라는 것..정해진 것에 익숙한 사람도 없는 길에 익숙한 사람도 결국
스스로 걸어내야 그 의미를 다하고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인데..
이 길은 걷기에 순하고 편하며, 저 길은 힘이 들지 몰라도
두루 두루 걸어보면 그 길이란 것이 매 순간의 인생과도 같아서
가만히 서 있으면 그 길의 특질을 알 수 가 없다..
수도의 목적..도를 닦는다는 것..심오한 의미보다는
삶의 한 자락, 매 순간에서 그 의미를 찾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가다 보면 이런 갈림길에 예쁜 꽃들이 눈과 마음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 주는 것이며..
앞서 간 선각자들이나 성현들이 가리키고 제시해 놓은 것은 방향일 뿐,
그것을 선택하고 직접 몸으로 걸어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시간이 흘러야 자연의 힘으로 익어내는 과일을 너무 일찍 따서는 먹을 것도
가질 것도 없는 평범한 진리..우리는 너무나 그런 단순한 것을 잊은 채
욕심과 성급함에 앞서 덜 익은 과일을 먼저 따려고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가다 보면 이렇게 쉼터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서 걸어 온 길을 얘기하고
걸어가야 할 길을 궁금해 하고 힘들면 쉬고..다시 충전해서 천천히 나아가면 될 터..
빈의자 마다 다 쉴 수는 없다..여유는 걸어가며 축적되는 마음의 평안함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마냥 의자마다 쉰다고 그것이 여유는 아니다..그저 힘들 때 잠시 쉬면 되는 것..
누군가의 인생에 대한 관점을 詩로 풀어 쓸 수도 있고
간들어진 유행가 노래가사로도 능히 나열 할 수 있다..
구두 끈이라는 단어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응가나 쉬가 마려운 사람은 들러라..그리고 목마른자 목을 축이며..
인생은 가다 보면 이런 호사를 누릴 때도 있고, 영원할 것 같은 고통스러움으로
가득 찰 때도 있는 것..그저 걸어가면서 알아보자..그것이 체득이다..
최고급 아파트와 야트막한 언덕 숲과의 조화..
대칭적으로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공존은 서로 이질적인 것일수록 가치가 드높다..
높이 100미터도 되지 않는 구릉이지만 이렇게 누군가의 시작으로
아주 괜찮은 돌탑도 만들어진다..돌을 하나 얹을 때 그 마음..초심이요..하심이다..
벌써 누적거리 12킬로가 넘어섰다..어떻게 아냐고?
배꼽시계가 강력한 알람을 울린다..^^
숲 속 나무 사이로 보이는 용지봉..
북동쪽으로는 대구의 명산 팔공의 비로봉,서봉,동봉이 의연하게 그자리에 서 있다..
잠시 쉬면서 구름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니 만사가 행복하고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 곱곱하니 낀 땀을 지워낸다..
깊은 산에나 있을법한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굳건하게 위용을 뽐내고..
가끔씩 꿩이 껑~~껑~~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짝짓기 철인가..수컷의 울림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고개를 넘어 KBS 방송국으로 넘어가는 언덕 길이다..고즈녁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완만한 경사에 짙은 녹음과 그늘이 왜 이곳이 수성구민의 사랑을 그토록
받아내는 범어공원임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62년전 이곳 먼 타국땅에서 유명을 달리 한 인도의 나야 대령을 추모하는 기념비 내용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신라,가야와 관련된 기념비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먼 곳 이 곳에서 그래도 기억될 수 있는 그대..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 걸은 거리는 고산골 왕복 7킬로, 범어공원 두루섭렵 4킬로, 왕복 3킬로 해서
14킬로의 산책..세시간이 조금 더 걸린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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