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color-gray post-type-text paging-view-more">
본문 바로가기

> 독백

동갑내기 동생의 귀천..

 

 

 

지난 일요일, 오후 늦게 나와 동갑내기였던 사촌여동생의 부음을 접했다..

 

살아 오면서 수 많은 지인들, 또는 그들의 친척들의 죽음을 접했지만

1989년 아버님의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상 이후에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 온 소식..

 

아버님의 오남매중 막내였던 작은 아버님의 네 딸의 장녀로 나와는 약 두 달 조금

못미치는 동생뻘이다..

 

어릴적 나는 대구의 거의 빈민가 수준으로 살고, 지는 서울의 수유리에서 그당시는

번듯했던 양옥집에서 살면서 어쩌다 방학에 대구에 놀러 와도 못살았던 나의 집보다는

몇 집 건너 있던 지 외삼촌 집에서 며칠 머물다 가곤 했던..

 

그 당시 서울래기라고 놀리기도 했었지만 곧 나의 사촌임을 알고는 개살스럽게 굴진

않았지만 그 때 이후 늘 나이보다는 성숙하게 야무지게 똑똑하게 나에게 각인되었던 동생..

 

딸 만 넷인 집안에서의 맞딸이라는 역할은 굳이 양반집안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그 받아야 했던 마음적 스트레스나 부담은 적지 않았을 터..그래도 내 동생은

공부도 잘 했고..이뻤고..똑똑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남을 배려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인간미마저 아주 뛰어났었다..

 

어릴 때 나와 가위 바위 보로 오빠냐..누나냐를 가름하고자 했었던 얼치기 장난도

했었지만 커서는 늘 오빠라고 부르며 설렁설렁한 나에게도 참 생각이 깊은 동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늘 가지게 했던 동생이었고..

 

지금의 매제와 사귀면서 내가 삼성그룹 시험치러 서울에 갔을 때 내 친구들을 함께

초청해서 술자리도 받아주던 그런 속 정 깊고 사려 깊었던 동생이었다..

 

이화여대를 졸업할 정도로 뛰어난 재원이었지만 시집을 가고서부터는 신랑 뒷바라지도

잘하고 시집과 친정을 오고가면서 너무나 유연하게 두 집을 잘 보좌하고 신경을 썼던

깊은 사려와 행동으로 욕 먹은 적이 없었던 참으로 고운 며느리요..딸이기도 했다..

 

이제 대학교 3학년..1학년인 아들 딸..그리고 연애시절 포함 25년 이상을 함께 했던

신랑을 남겨두고 그 몹쓸 육종암이라는 급성종양으로 인해 3년간의 치열한 투병생활 끝에

생의 끈을 놓았다..

 

마지막 삼년동안 매제와 가족들이 워낙 보안을 잘 지켜 가장 근접한 사촌오빠였던 나조차도

동생이 그토록 아팠음을 몰랐던..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저미고 멍해진다..

 

작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아픔은 나보다야 수천배 만배 더 찢어지실게고..

친동생들의 그리고 양자로 들면서 친오빠 역할을 너무나 잘 수행했던 나의 사촌형님 내외의

마음도 서럽고 안타깝기가 척도를 재기 어려울 정도로 심난할 것이다..

 

친엄마를 떠나 보내는 조카, 그리고 그 애잔한 사랑을 통해 결혼하고 지금까지 가장 곁에서

순애보적인 헌신을 보여준 매제의 그 갈갈이 찢어지는 아픔의 강도에 나의 슬픔은 비할바가

아니겠으나..

 

어쩌면 어릴 적 부터 가장 근접한 나이로 커 왔던 변변치 못하지만 마음은 깊었던 나의

아픔과 설움도 작은 무한대를 그린다..

 

혹여나 내가 동생의 지병을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뭐 하나라도 그 아이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이 삶의 끈을 조금은 더 오래 쥘 수 있는 힘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안타까움이

못내 더한 것이다..

 

비록 이제 고향별로 돌아가서 육신을 가지고 이 세상에 있을 때 보다는 몇 배 더 밝아진 영성으로

유영하며 다음 생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아쉬웠던 이 생에서의 미련..남김 없이 떨치고..

남은 가족..그리월랑 말고 육신없고 고통없는 그 고유하고 지순한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기를..

 

언젠가 다음 생에 내가 다시 오빠로 태어난다면 이 생에서 못써준 신경과 남매간의 깊은 마음을

지금보다는 몇 배 더 써주고 베풀고 편안하게 살도록 도움을 주고프다..

 

아직도 또렷한 영정사진을 보면서 ..동생의 순수하고 맑았던 영혼과 자유를 그리며 기원한다..

 

 

90

 

 

'>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개  (0) 2012.07.23
별을 그리는 밤..  (0) 2012.07.06
10월13일..누군가의 생일  (0) 2011.10.13
마음..그 머케니즘..(1)  (0) 2011.09.14
후배의 죽음  (0)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