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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최후

 

 

 

토요일 오후 잠시 무력함에 이런 저런 사색도 하고

두번 째 읽는 The Hidden Reality(브라이언 그린)의

다중우주론을 곱씹을 즈음, 창살에 뭔가 달라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매미 한마리가 납작하게 창틀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보니 땅 속에서 나온지 좀 지나서 오늘,내일 그 짧은 생을 막 마감하려는듯..

사람이 다가가도 스마트폰으로 아주 근접하게 촬영을 해도 옴짝달싹 하지 않는다..

 

적게는 5년, 또는 7년을..아주 드물게 길게는 17년을 땅 속에서 은거하고 있다가

천적의 생명주기를 피해서 땅위로 올라와 연주황색 껍질을 벗어 던지고

나무에서 한여름의 전령인양 마구 마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녀석..

 

어쩌다 나무에 붙어 있는 놈을 어설픈 손짓으로 잡으려 하면 오줌을 휘리릭 갈기고

빼리리 날아가 버리는 녀석..

 

옛 성현들은 매미가 껍질을 벗는 모습을 마치 인간이 대도인의 경지로 들어서는 모습을

빗대어 금선탈각이라는 거창한 선도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

 

한여름밤 잠 못드는 열대야의 성가신 녀석으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빼고는 그다지 해충도 아니고(일부 중국 꽃매미는 아주 독한 해충이다)

말벌이나 사마귀 같은 천적에 꼼짝 못하고 잡아먹히는 연약한 녀석이기도 하고..

일주일을 그렇게 울어대다가 생을 마감하고는 개미들에게 아낌없이 온 몸을 내어주는

자연 생태계의 소중한 영양공급원이기도 하다..

 

하루를 그렇게 창살에 꼼짝도 않고 매달린 녀석이 오늘 아침 사라졌다..

아마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짧았지만 아주 원없이 크라잉을 하고는

대생명주기의 순환에 따라 다시 땅 속의 양분으로 사라져 가는..매미..

 

지금도 매미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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