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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백두대간 구룡령 조침령

전국이 연일 찜통같은 폭염에 펄펄 끓고 있는 금요일 저녁..

백두대간 구룡령-갈전곡봉-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22킬로,

실제거리 24킬로 이상, 체감거리는 군대시절 천리행군 수준..

 

금요일 자정에 버스는 출발하여 새벽 다섯시 경에 구룡령 터널에 도착,

간단하게 산악회에서 준비한 아침을 먹고 5시 25분에 출발하여

목적지 조침령 터널 입구에 정확히 오후 두시경에 도착하였으니

약 8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중간에 짬짬이 쉬기도 하고

점심도 먹고 했지만 거의 지리산 종주에 필적하는 난이도..

날씨는 무더웠고..끊임없이 계속되는 오르내리막의 연속으로

거의 탈진할 뻔 했다는..

 

조침령 임도에 내려서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보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 흘린 땀이 2리터는 넘을 것으로 확신한다..출발전 64.8킬로의 체중이

돌아와서 다시 재어보니 63킬로가 채 안된다..아..아..

 

도착하니 멀리 여명이 밝아온다..시원한 바람이 완전히 딴세상에 온 것 같다..

 

 

드디어 설악산권역에 들어서니 산세가 예사롭지 않고..오늘의 산행도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

 

고갯길이 마치 용이 구불구불하게 오르내리는 것 같다고 해서 구룡령이라 한다..해발을 봐도

이 곳이 그냥 쉽게 넘어서는 고갯길은 아님이 확연해 보인다..

 

 

희미하게 점봉산 자락으로 아침 구름이 기지개를 펴 오른다..

 

 

 출발전 단체 사진..오늘은 35명이 함께 한다..

 

 

새벽 다섯 시 반..평소에는 이시간에 눈을 뜨는 시간인데..완전군장하고 출발직전이다..

 

구룡령 터널입구에서 처음부터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드디어 능선 길인데..조침령까지가 21킬로..

단단히 각오하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산길 21킬로는 실제 평지 100리길에 버금가는 체력을 요한다..

 

 

그래도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는 왼쪽 구릉에서 불어오는 안개바람이 내딛는 걸음을 시원하게 깔아주었으나..

 

 

별다른 전경도 조망도 터지지 않아 그냥 이런 이정표만 나타나도 반갑기 한량없다..ㅋ

 

 

조금만 더 가면 일차 목적지인 갈전곡봉이다..칡넝쿨이 군락을 이룬다고 해서 갈전곡이라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즐거운 발걸음을 경쾌하게 내딛는다..

 

 

정상석이라고 거창한 것은 없고 산악회에서 돌에 글을 그려넣어서 모양새라도 내 놓았다..

 

차라리 이 때 가칠봉으로 빠졌으면 아주 즐거운 산행이 되지 않았을까..^^

 

중간 중간 산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강렬한 역광햇살로 희미하기만 하다..

 

 

1,080봉..이름이 없으니 그냥 고도만 표시하는 의미..설악자락에 의외로 이런 봉들이 많다..

 

 

드디어 바람은 멈추고 강렬한 햇살이 온누리를 채우는데 땅바닥의 습기와 함께 산객들의 진을 빼놓기 시작한다..

 

 

나무들끼리 주짓주 시합을 하는 걸까..요란스럽고 시끌하다..

 

 

누가, 또는 무엇이 이 나무를 이렇게 도륙을 해 놓았을까..지나치는 산객들의 마음은 무심하나

청허의 가슴에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구나..

 

 

우리는 무조건 조침령을 향해서 갈 뿐이다..차라리 거리표시가 없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노자가 거거거중지요 행행행리각이라 했다..그저 가고 또 가다 보면

그 걸음중에 깨달음을 얻고 은원을 풀어내며, 새로운 힘을 얻어내지 않겠는가..

 

 

가다가 심심하면 이렇게 셀카질도 해보고..

오늘 처음 사용하는 카멜백..물 2리터에 포카리스웨트 분말 2개를 넣고 얼려서

가지고 왔더니 이동중 물마신다고 멈춰설 일이 없어서 좋다..

 

 

나무가 거꾸로 누워서 요가동작을 한다..하나둘 하나둘..누워서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기는 동작은

척추를 유연하게 하고 심혈을 안정시켜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어쩌고 저쩌고..

 

 

벌써 4시간을 넘어선 오르막 내리막에 몸은 지치고 천근같이 무거워진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대간길..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 온다..

 

 

그래도 힘내가 가보입시더..누군가의 낙천적인 말 한마디에 다시금 힘을 나누고 얻어서..

 

 

길을 구불해도 우리가 행하는 행동과 생각은 늘 바르고 객관적이어야 함을..오늘 이 힘든 산행에서 다시금 느낀다..

 

 

날으는 새조차도 날개를 잠시접고 쉬어간다는 조침령으로 가는 길은 한여름의 열기와 함께

중간 중간 산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순수 한국말로 하면 조침령 -> 새잠재..

 

 

일반 산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대간꾼들과 그들의 자취만 바람에..햇살에 세월을 먹어간다..

 

 

비록 잔여거리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표시판이 있어 덜 외로울 것이다..

이 곳은 윗황이터로 탈출하는 길이다..

 

 

누가 저렇게 쉼터를 만들었을까..지고 오기도 만만치 않았을텐데..감사할 뿐이다..

 

 

힘은 들어도 그래도 미소는 잃지 않아야 하며..이 힘든 것을 스스로 선택했으니 기꺼이

그 고통과 어려움도 즐기는 여유..그래서 청허로소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쇠나드리..바람불이라고도 한다..

바람이 워낙 강해서 소조차도 날려버린다는 의미이고 불이 붙기 쉽다고 해서 바람불이라 한단다..

참 재미있고 해학과 재치가 넘치는 순수한 한국형 지명이다..

 

 

이곳까지 걸어낸 산길이 20킬로 시간은 7시간을 훨씬 넘어버렸다..앞으로 한시간 여를 더 가야 한다니..

일행들의 한숨만 깊어간다..누군가..소리친다..탈출하자~~~

 

 

쇠다드리에서 다시 오르막 내리막을 두어차례 치고 나니 이렇게 목재데크가 나타난다..

발바닥은 불이 나고..통풍으로 아팠던 부위에 아릿한 고통이 나타나고..

작년초에 다쳤던 허리뼈 부근이 쑤셔대기 시작하니..끝 길이 보인다..

 

 

다음 산행 때 가야할 단목령 방향인데..다음 산행도 날씨와 오르내리막 때문에 만만치는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우리 자연은 무성한 수풀과 함께 시원한 푸르름을 늘 안겨주고 있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일타 이피..이 곳이 그 유명한 곰배령과 설피마을이란다..

 

 

도로 바로 옆에 이렇게 수량 풍부한 개천이 있으니 어찌 근 아홉시간 가까이 땀에 절은 산객들이

그냥 지나치겠는가..알탕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고 말리라..^^

 

 

물은 그렇게 차갑지 않았으며 적당한 시원함으로 오늘 장거리 산행의 피로와 땀을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이 순간은 참으로 행복하였노라..

 

 

실제 그 분께서 직접하신 말씀이다..ㅋㅋ

 

 

시원하고도 거센 물살에 잘 못하면 떠내려 갈 수 도 있고..^^

 

 

속속 도착하는 산객들의 알탕으로 오늘 덥디 덥고 힘들디 힘들었던 무박 대간산행이 끝자락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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