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color-gray post-type-text paging-view-more">
본문 바로가기

> 산행일지

백두대간(덕유:안성-백암봉-빼재)

원래 작년초 진행했어야 할 구간이었으나 당시 엄격한 출입통제로 인해

부득이 건너 뛰었던 안성탐방지원센터 - 동엽령 - 백암봉(송계삼거리)

- 횡경재 - 지봉(못봉) - 대봉 - 갈미봉 - 빼재(수령,신풍령) 도상거리

17.7Km, 체감거리 오십리 이상의 구간을 쏟아지는 장대비와 후텁한

기온속에서 총 19명이 진행했다.

 

경기,충청 이북지방의 백여년만에 닥친 심한 가뭄에 아주 단비가 되었듯이

그동안 비에 목말랐던 대간꾼들도 시원스레 쏟아지는 장대비에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에 임했다..올해 들어 비맞으면서 걸어 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

 

총 산행시간은 점심,휴식 포함 6시간 30분 정도..

원래 후미까지 포함해서 8시간을 예상했으나 전체적으로 진행속도가 빨라

7시간 정도가 소요되어..대구에 도착해도 날이 훤했다..^^

 

 

덕유산 능선에서는 계속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했지만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에 이렇게

장쾌하기 그지없는 조망을 터뜨려 준다..산행중 즐길 수 있는 백만불짜리 보너스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그것도 장마비가 온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산객들..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안성 탐방지원센터..장마비 소식에 산행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다..

 

 

저마다 우비를 챙겨입고 야무진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높은 습도로 인해 산행코스의 난이도에 비해

땀을 아주 많이 흘렸던 코스..촉촉히 젖은 임도가 장마시즌의 분위기를 아주 잘 보여준다..

 

 

그동안 가뭄이 아주 심했던 것 같다..절대 수량을 자랑하는 칠연계곡에 겨우 요정도의 수량이라니..

하지만 도시생활에 찌든 많은 사람들에게 이정도만 해도 충분한 수량이요..아름다운 계곡의 속모습이다..

 

 

폭포라 하기에는 좀 작은 편이지만 이제 내리는 비로 인해 웅장함을 더해 갈 것이고..저 푸른 물색으로

비쳐지는 사람들의 갈증해소에 대한 소구력은 더해 갈 것이니..이곳은 덕유산 자락의 심산계곡이다..

 

 

칠연폭포 갈림길에서 찍사의 본분을 다하고 계신 카페지기님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산행에 열중하는 알흠다운 덕연처자..^^

 

 

바위가 젖고 산천이 젖는다..누군가의 마음에 이 젖음이 낯선 갈증해소가 아니라..

아주 익숙하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주는 갈증해소가 되었으면 한다..

 

 

Rainbow umberella..무지개 색상의 이쁜 우산이 포인트를 더한다..

 

 

아주 늘씬하게 쭈욱 뻗어 올린 나무가 마치 고도의 수련을 거친 수행자가

물구나무 수련을 하는 느낌..국선도 동작의 하일라이트이기도 하다..

 

 

안성센터에서 동엽령까지는 계속 바람이 치고 비가 내렸으며 자욱하게 낀 구름때문에 별

조망이 없었으나 동엽령을 눈 앞에 두자..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이 걷히고 조망이 터진다..

그러나 불과 몇 초 사이에 다시 구름이 덮고 말았다..

 

 

동엽령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정다움과 탁트임..그래서 덕유가 가지는 너그러움과 어머니의 품같은 포근함의 의미가

더한다..동엽령과 육십령까지의 코스를 남덕유라 부른다..회장님 특유의 안개미소..^^

 

 

마치 내가 동엽령에 오르기를 기다렸다는듯이 터져주는 조망..고맙소..덕유산신이여..

그 이름 그대로 지리와 함께 덕성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네 한민족을 잘 품어주시오..

 

 

흩뿌리는 비와 바람으로 고어텍스 바지가 마치 솜바지마냥 부풀어 있다..바람은 거셌으나

날카롭지 않았으며 습도가 높았으나 불쾌하지 않은 느낌..덕유德裕의 개성이자 모습이다..

 

 

우리가 진행해야 할 갈미봉 방향과 그 아랫쪽의 웅장하면서도 정겨운 모습..

 

 

하늘은 구름을 뽑고 땅은 구름을 토해내면서 서로가 이 가이아의 원리에 충실하다..

인간은 그 단순함에서조차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니..자연의 위대함..그 깊은 자행에 숨은 철학..

 

 

어제 저녁에 마신 술기운이 이제서야 조금 깨는듯하다..요즘 자주 술자리가 늘었는데

줄여야 한다..이 산행을 즐기고..보담아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는데..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어차피 인생은 Vagabondo..그저 산객은 앞으로 내지를 뿐이다..

달콤한 휴식과 한잔 술이 주는 아늑함이 그리워도..본능은 발자욱을 자꾸만 자꾸만 앞으로 내지른다..

 

부드럽게 흘러내린 곡선의 자락과 무성풍부한 나무의 조화..이런 녹색의 향연이 여름산행의 진미다..

 

 

산을 탄다는 것..오름이 심할 때는 스스로를 더 낮추고 내림이 심할 때는 조심스럽게 내 디디면서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이 삶에 대한 수용..허용..포용의 덕을 쌓아가는 과정이리라..

 

 

잠깐동안 열린 이 조망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하나의 잡초풀 조차도 싱그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넉넉한 덕유산이 우리에게 가지라고 은근히 권하는 덕이 아닐까..

 

 

바위가 있으되, 전혀 날카롭지 않고 주위의 산세와 자락세와 함께 어울려 눙실하게 넘어가는 모습..

옛 선인들이 왜 이 산을 덕유라고 불렀는지 깊은 이해가 된다..

 

 

다시 안개비가 몰려 오고 바람은 거세어지며 빗방울이 굵어 진다..

 

 

조그마한 바위가 형제애 좋은 삼형제 처럼 호기심 가득 찬 모습으로 지나가는 바람을 보고

빗방울과 얘기하고 산객들의 앞,뒷통수를 보면서 하하하..웃음짓기도 할 것이다..

 

 

백암봉이 눈 앞인데도 연무가 가려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분명히 백암봉은 존재하는 것이니..

일시의 가림과 개인의 삿된 욕망 때문에 진실을 가리고 너머에 있는 그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밤의 어둠을 통해서도..이렇듯 대낮의 가림을 통해서도 그것은 분명 존재하는 절대진리..반야가 아니던가..

 

 

서로 다른 나무와 바위와 흙..그리고 뭇 짐승들이 어울림의 원리로 존재하는 곳..자연이요..자연이다..

 

 

아마 오늘 본 가장 멋진 유일한 장관이다..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경치를 보지 못했으니..

 

 

저 뾰쪽한 봉우리가 무룡산인가.. 아니면 어떠하리..

 

 

애면글면..한둥한둥 무리걸음으로 백암봉을 향하는 산객들..뒷모습도 참 정겹다..이쁘기도 하고..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의 무지개 우산이 아주 독특하다..비는 아직 오지 않는데..

 

 

조망이 좋을 때면 지리산의 그 장대한 능선이 다 보일텐데..눈감고 상상으로 그려본다..그립다..그 곳..

 

 

 

송계삼거리에서 조금 진하게 탄 가루 포카리스웨트..산행중에 제법 큰 도움을 준다....

이미 이 때 부터 제대로 된 폼생폼사는 저 산아래로 던져 버리고..우야든동..안전하게 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

 

허허실실..백암봉 송계삼거리에 도착했다..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려 잘 나오지를 않는다..그래도 찍어야 한다..

 

 

못봉..지봉이라고도 한다..지기님의 통발미소..그리고 기차화통 목소리..어느새 우리 대간팀의 필수항목이 되어 버렸다..^^

 

 

고어텍스 바지가 완전 처참하게 변했다..그래도 속살이 비에 젖지는 않으니 효과를 보는 것인가?

자세는 다소 어정쩡해도..앉는 것도 조금 귀찮다..^^

 

오늘 커다란 오르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갈미봉..비에 젖은 바위가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대간을 타는 사람외에는 그다지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우리를 느끼는

바위의 반가움과 아쉬움이 그래서 더 강하게 다가오나 보다..

 

 

이제 줄 곳 내리막이 중심되는 하산 코스이지만 중간에 간짝간짝 오르내리막의 부침이 있다..

 

 

못봉을 지나고서부터는 거의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들이 얼굴과 코..입..귓속을 사정없이

들이친다..오히려 그 시원함이 산행의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를 주었으니..세상에 버려야할 나쁜 것은 없다..

 

오늘 산행의 종착점 빼재..옛날 이름으로 빼재..다른 곳에 비해 경치가 수려하다고 수령..

요즘은 다시 신풍령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코스지만 차량 왕래가 많지 않아..폐허화 된

휴게소가 안타까움을 더하는 곳이기도 하다..대간꾼이면 반드시 거쳐가는 코스이다..

 

다음 산행은 이제 본격적인 무박코스가 진행된다..꼭두 새벽에 들머리에 도착해서 출발하고..

이른 오후헤 산행을 마치는 20킬로, 10시간 이상의 산행..10시간 이상의 차량이동이다..

거의 하루종일 걸리는 셈인데..술도 자제하면서 체력을 비축해 둬야 한다..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