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랐던 전국의 대지에 장마비가 시원스레 내린 다음날,
집사람과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내연산 종주코스를 다녀왔다.
경상북도 수목원에서 매봉-향로봉-삼지봉을 거쳐
내연계곡의 수려한 장관을 감상하면서 달려 낸 거리는
도상 약 15킬로, 일곱시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약간의 알바와 너무 빼어난 경치에 앉아 놀다보니
약속시간에 약 50분 초과하여 하산지점에 도착했고,
통상적인 산행시간 여섯시간에 도상거리 14킬로만 보고
너무 가벼이 여겼던 것일까?..역시 산은 지도만 보고
덤벼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 내연산 관음폭포..보이는 저 모습보다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숨은 경치가 더 아찔하다..
출발지점인 수목원 입구..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도로와 차분한 전경이 인상적이다..
험악스럽지만 약간 개살스럽게 생긴 여장군과 대장군을 배경으로 군대식 제식자세를 취하는 집사람..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교련수업을 통해 왠만한 현역못지 않은 훈련을 받았었다..
국군의 날 고등학교별로 시내 행군을 했을 정도니까..또 당시는 체육선생님보다는 교련선생님이
실질적인 군기반장이었다..부활을 강력하게 주창한다..^^
절규하는가?..하품처럼 보이는가?..나쁜 마음 먹고 보면 오줌을 지릴정도지만 나처럼 착한 사람은 해학스럽게 보인다는..
수목원이라 해서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실제 매우 크고 잘 배열된..그래서 언제고 가족들과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간밤에 내린 비는 사물을 참하게 가라 앉히고 차분하니 매사에 임하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
달팽이의 아름다운 모습..그거슨 사랑인가 하노라..
수목원의 산행 들머리 입구에서 약 20분 정도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처음 만나는 매봉..
능선에 부는 바람은 냉장바람이 아니라 마치 냉동고에서 부는 그것처럼 산객들의
지친 다리와 땀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그 옛날, 참꽃이 많아서 아이들이 뛰놀며 놀던 곳이었으나 참나무가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추억의 장소..꽃밭등이다..이름이 너무 이쁘다..
국내의 그 여느 산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웅장한 산군들..웅장함과 깊은 내력을 짐작하게 한다..
저 울창한 숲의 마음처럼 모든 이들이 겉으로 드러난 가지가 아니라 거목의 뿌리처럼 심오한 내공을
겸비하여 서로간의 이해를 통한 소통과 협력을..^^
나뭇가지 위에서 노니는 산객신선들..향로봉 직전의 암반인데 조망이 참 좋다..
드디어 도착한 향로봉, 가볍게 생각하고 왔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깊은 산속에 우뚝 선 멋진 산이다..
오랜만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집사람의 산행속도가 영 나지를 않는다..
그래도 달래고 달래면서..소중한 내 짝지를 모시고 왔다..^^
오늘 처음 장거리 산행에 신어보는 코베아 블라스트 등산화..바닥창이 미끄럽지 않아서 좋았으나
장거리 용도는 아니다..그래도 가격대비 우수한 편이다..구매가격 5만원..^^
내연산군에서 향로봉이 가장 높기는 하나 실질적인 주산은 삼지봉이다..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향로봉에서 삼지봉 가는 길은 평탄하고 흙길에 낙엽이 양탄자처럼 편안한 산책길이었다..
중간 중간에 이렇게 수십년의 세월동안 쌓인 낙엽이 여름속의 가을을 느끼게 한다..
땅은 적당하게 젖어 먼지도 나지 않고..푹신푹신..최상의 트레킹 코스다..
바람은 시원하고..산새소리 정겨우며 길은 편안하니..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어제 저녁..아니 주일 내내 마신 술이 과해서일까..얼굴이 팅팅하다..ㅋㅋ
아~!!!, 이런 곳이..낮게 깔린 풀들이 마치 환상속의 화원처럼 너무나 안정감 가득한 전경을 만들어 낸다..
의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화원..꿈을 꾸는 듯 하다..
삼지봉 도착..문수산, 향로봉, 그리고 북동대산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고 삼지봉이나 한다..
한 때 종남산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어째 이름이 북한에서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쁠 이름이다..
북한에 종남산이 있다면 이름지은 사람은 당장 처형당할 듯..
삼지봉 정상에서 꺽어지는 갈림길에 갑자기 연무가 쏴악 하고 밀려온다..
오늘 여러 가지 호강한다..전설따라 삼천리..가는 이 보시요오~~~
계곡 내림길은 경사가 급하고..미끄러웠다..그리고 가득 쌓인 낙엽..
나도 어떻게 이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아는 사람은 갈케주시기를..^^
베베 꼬인 꽈베기 덩쿨..사람들중에도 저렇게 매사가 꼬인 분들이여..
산을 타고 산을 즐기면 그 회전이 많이 풀리면서 인생의 즐거운 면, 밝은 면을 보시게 되리니..
앞 뒤로 아무도 없는 호젓하고도 즐거운 산행에 기분 최고다..
요즘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동양달팽이..성질이 꽤나 있어 보이는 녀석이다..
어린아니 손바닥만한 크기의 집이 참 형이상학적이요..캐이오스 이론의 설명에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산천은 아름답다..그 산천을 사랑하는 사람은 더욱 아름답다..
빗물이 만들어 낸 수많은 폭포들을 즐기면서 시작되는 우리 부부의 장난끼..^^
폭포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정겹게 앙증맞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시원하다..
급경사 내리막이 끝나고 계곡이 만나는 지점..장쾌한 물줄기가 등줄기를 시원하게 한다..
물 색깔이 저렇게 고동색인 것은 계곡에 쌓인 낙엽에서 추출된 탄닌성분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멋진 경치가 숨이 죽는 것은 아니다..
이 장관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안전장치가 다소 부실하게 되어 있어 심하게 굴릴 경우 사람이 떨어질 수 도 있어 보인다..
탁족을 위해 계곡물에 발을 담궜더니 산천어가 마치 닥터 피쉬처럼 달라들어서
각질을 뜯는데 간지럽기도 하고 꼼쌀스러움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에 피곤할텐데도 웃음이 아름다운 내 짝지..내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처음엔 몇 마리가 그러더니 이내 동네방네 소문이 났는지 계곡의 모든 산천어들이 떼로 몰려든다..
으하하..이 기분..내가 내 몸으로 자연에 보시를 하는구나..^^
그 느낌..자연과 함께 주고 받는 느낌..나는 필요없는 살을 내어주고 너희들은 나에게
실재하는 물리적 느낌을 안겨주니..옛 성현..선사..고승대덕들의 깨달음을 능히 알겠도다..
손은 내려도 도망가지 않고..손도 같이 우물대는 녀석들..감동적이다..
그대들의 순수함의 백분지 일만이라도 우리가 배웠으면..
계곡물은 그냥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 흐른다..
처중인지소악..도덕경에서 노자가 한 말..기꺼이 남이 꺼려하는 낮은 곳으로 임하니..
이 평화로움..이 만족감..산행이 아닌 어느 것을 통해 이런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차분한 정물화의 모습으로 충분하게 나는 기쁘고..만겁의 세월을 그렇게 또 이겨가겠소..
저 바위가 물결에 스쳐 닳아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자연은 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남을 터..
저 매끈한 둥글거림은 억겁의 세월을 스치며 모난 구석이 자연스럽게 연마된 것이니..
어렵다고 힘들다고 소득 없다고 불평말자는 것이니..다 내공으로 쌓여 지는 것이외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되, 자만하지 말고..겸허하게..
고도감도 꽤 되어 보이고..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저 아래로 멋진 폼으로 다이빙을 하겠건만..^^
무미건조한 도시생활을 잠시 떠나 이렇게 계곡과 산이 아낌없이 던져 주는 선물을 취하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고..팍팍했던 우리네 삶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 온다..
우와..여기 억수로 가파르고 깊어요..알고 있삼..여기서는 더 잘보이는데..^^
근래 보기 드물정도로 풍부한 수량으로 엄청난 낙차를 보이는 폭포..은 폭포이다..
부서지는 포말..삶의 굵직한 줄기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는 다반사..그것도 역시 삶의 한 부분이지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다시 굵은 물줄기 속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청허의 인생관이다..
물보라가 아련하게 인다..삶의 감동적인 단편일 것이다..
긴급한 경우, 누군가의 좋은 은신처가 되어 주기도 할 것이고..지친 산짐승의 아늑한
쉼터도 되어 줄 것이다..
관음폭포의 상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아찔한 높이와 웅장한 물소리에 이곳이 과연
속세가 맞나 할 정도로 멋지고 멋진 곳이다..
그저 감탄만 나올 뿐..스틱을 담궈보니 내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물살이다..
오늘 산행중 가장 위험한 코스다. 저쪽 바위에서 이쪽으로 건너 뛰어야 한다..
미끄러진다면..으..상상하기도 싫다..내가 다섯명의 안전산행을 도왔다..^^
관음폭포..상생폭포와 함께 보경사 내연산 계곡의 하일라이트를 차지 하고 있다..
무슨 무협지나 환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기이하면서도 빼어난 모습..
저 암반의 얕은 동굴 속에서 가부좌 틀고 수련한다면..아니다..삶의 치열함 속에서 체험,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도를 제대로 닦아 나가는 길임을 이미 깨닫지 않았는가..
가부좌 틀고..경을 잃고..말씀을 듣고 법문에 취하고..어찌 보면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일뿐..실질적인 득도와는 한참 먼 것이다..
그 관음을 들으면서 우리 행복한 부부는 지금도 미소를 짓는다..
상생폭포..서로가 함께 같이 투게더..산다는 것..인간사회에서 가장 잘 안지켜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산행의 끝점을 향해 미소지으며 내닫는다..
비록 준비는 미흡하였지만 결과는 대박~!!..언제 다시 단단히 준비를 해서 오랜시간 걷고 싶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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