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이어 두 번째 이집트 출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 도로교통국에 섭외가 되어
한국의 신기술을 알릴 수 있는 출장인데,
마음이 무겁다.
자칭 명리학의 정점을 맛보고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간명하는
명리사인데, 어찌 그렇게 노력과 봉사를 하고도 별 다른 소득이
없냐는 다소 따가운 가족들의 눈총과 복잡다난한 현재의 상황에서
나 자신의 실리를 찾아서, 가족의 안녕을 책임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크지만 나 하나만 바라보고 혹여나 행여나 하는
기대감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오랜 친구의 사정을 매몰차게 무시하고
그렇게 하기에는 명분이 서지 않고, 나중에 두고 두고 후회를 할 것 같은
마음에 어려운 사정을 뒤로 나고 나섰다.
오고 가는 길은 역시 멀고도 진을 쏙 빼 놓는 일정이다.
과거에 대한항공에서 인천-카이로 직항이 있었는데,
2012년인가의 카이로 폭탄테러로 한국 관광객 여러 명이 죽고 다치는 바람에
노선이 사라져 버렸고,
형제국가 터키항공을 이용하니 구구절절 사연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구 집에서 오후 세시 반에 나서서 인천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여덟시, 발권받고 동료들 기다리고 이스탄불 행 터키 항공에 몸을 실으니
새벽 영시 반,
열 한시간을 날아가서 이스탄불에서 두어시간을 기다리다가 카이로행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을 날아가니 그 무덥고 삭막하던 카이로다.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인데,
벌써부터 몸이 축 가라앉는다. 나이가 드는 것일까?..우움..
기나 긴 여행 끝에 도착한 호텔은 나일강을 옆에 끼고 있다.
밥먹으러 나가는 길에 저녁풍광을 뽐내는 나일강에 시 한수 읊고 싶었지만,
나일 강의 악어가 물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야경은 아름답다. 공기가 탁하고 사진에서는 들리지 않는 경적소리는 항상 요란하다.
어찌 어찌 한끼를 떼우고 호텔에서 내려다 본 주변 야경.
저 건물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섞여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온갖 희노애락과 고함과 설움과 탄식과 기쁨을 엮어서 매 순간의 모습을 투영해 내고 있을 것이다.
나일 강의 이른 아침은 고즈녁하다. 오고 가는 차도 별로 없고 이집트의 겨울 끝자락의
새벽공기가 제법 시원하고 선선하다.
아침식사. 간단하지만 이렇게 먹을 수 있는 현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별 것 아닌 순간이라도 내가 느끼고 무엇인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의 매 순간이 영적 진화를 위한 과정의 하나임을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도로교통국 중앙시험실 대빵인데, 여자 분이다. 마침 도착한 날이 발렌타인 데이다.
다른 동료들을 제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고마운 일이다. ㅎㅎ
그 다음날의 아침 식사. 별 다른 것은 없지만 왼쪽의 구아바 주스가 제법 상큼하다.
도로교통국 주요 인사들과 함께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기념촬영.
이집트 사람들은 대개가 굉장히 친절하고 Friendly 하다.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네들이 말하고자 하는 친절함과 자상함, 그리고 선물에 대한 고마움은 느낄 수 있다.
온 동네 소문이 났는지 주변 관계기관에서 자주 찾아와서 무슨 기술인가 궁금해 한다.
그럴 때마다 입 아프도록 기술의 장점과 효용성에 대해 거품을 문다. 덕분에 홍차는 많이 마셨다..
같은 아랍국가에 비해 이집트는 여성인력들의 직업과 사회활동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2차 프리젠테이션 도중에 개별 질문에 답해주는 청허..
장관급이 참석한다고 해서 잠시 긴장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ㅎㅎ
도로교통국, 우리나라로 치면 건설교통부 쯤 된다.
이집트 국기와 이라크 국기가 항상 헷갈린다.
전직 이집트 육군 소장 출신의 에이전트
5S는 기본이고 청허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여기는 이집트,
그네들의 운영방식을 존중할 수밖에..
2차 프리젠테이션 도중 사람소개.
호텔로 다른 유력인사들이 찾아왔다. 제법 돈 좀 만지는 분들인데 영어가 안되어
통역을 불렀다. 통역도 아이폰으로 단어 찾아가면서 열심히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다..
실험 5일 째, 여전히 속도는 더디고 내내 속이 탄다.
한국에서는 5분에 끝날 사전 준비작업이 세 시간 이상 계속된다.
지시만 해서는 안되기에 직접 나선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는..
정밀 계량기기가 없지만 그래도 가능한 정확하게 정밀하게..
시편의 비중을 재기 위해 무게를 측정하고,
2차, 3차 시편제작을 위해 열심히 골재를 비비고 있다.
결과는 만족스럽게 나왔지만 갈 길이 멀다.
하나 하나 가르쳐가면서 이 기술의 특장점을 이 사람들이 이해를 해야 하고,
설비나 표준작업에 대한 개념을 상당부분 바꾸는 과정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돌아오는 여정은 더욱 멀어서 이스탄불에서 여섯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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