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북지역에 위치한 허난(河南)성. 허난은 황허(黃河) 중하류 지역에 자리잡아 예부터 한족의 거주지로
손꼽힌 중국의 중원(中原)지방이다.
중국 최초의 왕조였던 상나라의 소재지이자, 수많은 왕조가 흥망성쇄했던 고대 역사의 요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도가의 노자와 장자, 법가의 상앙과 이사 등 쟁쟁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허난 내 뤄양(洛陽)과 카이펑(開封)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고도로, 도시 곳곳에는 무수한 유적과 유물이 널려 있다.
오늘날 허난은 중국 전체 성시 중 인구가 가장 많다. 작년 말 허난성 인구는 9968만 명으로,
이 달에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허난보다 인구가 많은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하다.
화려한 역사적 유산을 지녔지만, 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다.
황허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농업은 허난을 중국 최대 곡창지대로 키웠지만, 중공업 성장에는 치명적인 독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인구에 비해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 허난에는 외지로 나가 일하는 농민공이 중국에서도 가장 많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구가하는 동부지역과 인접해 있지만, 허난의 농촌은 철저히 소외되어 빈곤하다.
이는 허난성 수도 정저우(鄭州)에서 서쪽으로 86㎞ 떨어진 원(溫)현도 마찬가지다.
원현은 한족의 가장 오래된 주거지 중 하나로, 현 내에는 앙소문화 유적이 많다.
하지만 변변한 공장단지가 하나 없어 낙후되고 가난하다.
이런 원현이 요즘 때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태극권(太極拳)'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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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술의 정수에 도교사상과 의술까지 더해져
원현에 들어서면 눈에 익은 사진을 배경으로 한 커다란 선전판이 찾는 이를 반긴다.
하얀색 도복에 입은 중국인들이 태극권을 수련하는 장면 위에
'태극권의 고향 원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원현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천자거우(陳家溝), 이곳이 중국 태극권의 성지이자 발상지다.
천자거우는 허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천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주로 사는 집성촌으로,
인구가 좀 늘어났다지만 마을 전체를 통틀어봤자 200여 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천자거우에는 원주민보다 더 많은 외지인이 몰려들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이 벽촌 마을에 온 이유는 오직 태극권을 수련하기 위해서다.
마을 중앙에 조성된 태극권 조사전은 천자거우와 태극권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조사전 앞마당에는 태극권의 창시자 천왕팅(陳王廷, 1600~1680)의 석상이 우뚝 서있다.
본래 천씨 가문은 산시(山西)성 훙둥(洪桐)현에 거주했다. 명나라 초기 관부의 압력에 의해
허난으로 이주한 천부(陳卜)는 천자거우 천씨 가문의 시조다. 천부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원현에 정착한 뒤 고향을 지키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무술을 익혔다.
그 9대손인 천왕팅은 가전(家傳) 무술에다 명대 말기 장군인 치지광(戚繼光)이 편찬한
< 기효신서 > (紀效新書), 기공의 모태인 도인토납술(導引吐納術), 도교의 음양사상, 전통의학 등을 종합해 태극권을 창시했다.
이는 천왕팅의 신위를 모신 조사당 좌상 양쪽에 쓰여 있는 경구를 통해 잘 나타난다.
'대도일원(大道一元) 제가대성(諸家大成), 태극양의(太極兩依) 조권술진제(造拳術眞諦).
' 즉, 큰 뜻을 품어 모든 무술의 정수를 하나로 모으고, 여기에 도교사상을 더해 창제한 무술이 곧 태극권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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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새는 어렵지 않으나 '발경'하려면 5년 이상 수련해야
천자거우는 중국 무술의 또 다른 성지 소림사에서 불과 2시간 반 거리다.
태극권의 많은 명칭은 소림무술과 동일하다.
이는 천씨 가전 무술이 멀지 않았던 소림무술에 깊은 영향을 받은 데다,
태극권의 기초 권법이 < 기효신서 > 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치지광은 중국 동남지방에 출몰했던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각종 병법서와
전투시 응용됐던 실전무술을 바탕으로 < 기효신서 > 를 편찬했다.
당시 왜구 토벌에 적지 않은 소림사 무승(武僧)이 참여했는데,
왜구의 긴 칼에 대항하여 긴 창을 이용한 창술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 기효신서 > 에 소개된 권경(拳經) 32개 가운데 천왕팅은 29개를 채용해 태극권에 응용했다.
이는 태극권이 단순한 심신수련법이 아니라 실전에 강한 전투적인 무술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소림무술로 대표되는 외공권(外空拳)과 달리 태극권을 내가권(內家拳)으로 분류된다.
이는 태극권이 중국의 전통사상인 도가사상과 음양이론, 기공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권은 노가일로(老架一路)와 노가이로(老架二路)로 대표되는 수련 틀이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다스림과 음양의 조화를 강조한다.
천쯔창(陳自强) 천자거우 태극권학교 총사범은 "태극권의 기초 동작이나
품새를 익히기는 솔직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몸속의 음양을 조화시켜 내재된 기를 내뿜는 발경(發勁)의 경지에 이르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은 혹독히 수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방송(放?)의 수련 자세를 강조했다.
천 총사범은 "몸 안의 단전에서 우러나온 복식호흡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과 수축을 풀어주고
마음을 유연하게 다스려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기(氣)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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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수련 강조해 인기 높아"... 현대인에게 어필하는 무술
태극권은 동작으로 시작해 신법(身法)이 수법(手法)을 이끈다.
움직임과 동시에 동작이 나눠지고 끝날 때는 동작이 합쳐진다.
동작의 속도가 느리면서도 유연해 운동량과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젊고 건강한 수련자는 낮은 자세로 체력을 증강시키고,
고령자나 신체가 허약한 사람은 높은 자세로 양생(養生)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련 시에는 끊임없이 손과 발, 척추와 허리, 상체와 하체를 움직여 운동량이 크다.
하나의 세세한 동작조차 전체 움직임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에 고도의 정신력 집중이 필요하다.
힘과 타격의 세기만을 강조하는 외공권과 달리 태극권은 내재된 기를 부드러움에 담아 발경하기에 그 강도는 더욱 세다.
무엇보다 마음과 기를 다스리는 태극권의 매력은 일과 생활의 스트레스에 절어있는 현대인에게 크게 어필한다.
독일에서 온 도리스 묄러(여·16)는 "부모님의 권유로 수련했지만 익히면 익힐수록 태극권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 홀로 천자거우에 와서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다.
묄러는 "현재 독일에서는 소림무술보다 정신수련법을 강조하는 태극권이 더 각광받고 있다"면서
"스포츠인 태권도와 달리 실전 무술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천샤오싱(陳小星) 천자거우 태극권학교 교장은 "중국 내에서조차 천자거우에 대한 홍보가 거의 없는데도
수련자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면서 "더욱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소림무술 못지않은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염원을 부응하듯 중국 정부는 2006년 태극권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2008년부터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도시의 광장이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국인의 태극권 수련 열기.
허난성의 한 벽촌마을에서 시작된 태극권의 혼은 이제 중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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