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USA에 근무하고 있는 큰 아이와 Co-Worker인 Kinney를 데리고
대구의 명산 팔공산 동봉산행을 다녀왔다.
내년 1월이면 현재 임신중인 한국인 여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어제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월남쌈을 대접하고 간단한 반주를 하면서
겸사겸사로 둘째 아이 생일파티도 하고..
아침 일찍 호출해서 수태골로 향했다.
도착하니 여덟시 반 쯤..오뎅 몇 개 집어먹고 씩씩하게 출발..
미군 장비가 좋은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키니일병은 카멜백 3리터짜리를 매고 왔고..
아들녀석은 그냥 체육복 차림..ㅎㅎㅎ
수태골 주차장에서 약 1.6킬로 정도 올라가면 정감 넘치는 오두막 쉼터가 있다..
수백년전이었다면 저 곳에서 나 같은 한량과 막걸리 주고 받으며 고담준론을 펼쳐냈을텐데..
수태골에서 동봉까지의 거리는 3.5킬로 평소의 내 걸음으로 간다면
1시간 20분 내외가 소요되지만, 젊지만 산행경험이 짧은 주한미군과
KATUSA는 별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동봉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릿지 슬랩..마음 같으면 그냥 한 달음에
올라치고 싶었지만 장비부족으로 폼만..^^
무슨 스파이더맨 흉내를 내는 두 녀석들..
자연스럽게 늘어진 돌들과 무작위의 나무들이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슬랩지대에서 폭포로 올라가는 길에 멋진 암릉..
잠시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미연합군..
음영..빛과 그리고 그림자..돌과 풀과 나무와 하늘..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인간이 있기에 자연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잠시 못 올라가겠다고 엄살을 피우는 두 연합군..
80년대 초반의 육군 특공대의 호령에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가파른 마지막 계단을 치고 올라와 잠시 휴식을 취하니 금새 환한 웃음을 되찾은
지아이와 커루사 상병..
내려다 보이는 절경에 저 머얼리 가야산 자락과 대덕산 자락이 보였는데
카메라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연무가 끼여서 조망이 좀 탁한 편이었지만
오히려 산수화 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늘과 마른 나무가지라도 참 이쁘다..그리고
겨울을 보내고 나면 저 가지마다 새로운 생명의 역동넘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신령재, 치산계곡 방향..벌써 팔공산 정상부위는 겨울같은 정취가 물씬하다..
동봉 릿지로 넘어가는 길..길이 꽤 험하고 밧줄도 타야하고
발끝이 찌릿찌릿한 바위 길도 많다.
팔공산은 대구지역 사람들에게는 흔하게 인식되지만 타 지역 분들에게는
참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갓바위가는 방향이다..
비로봉 옆의 암릉과 경사지대..저 곳도 산행길이 열린다면 제법 아기자기하고
사람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멋진 코스가 될 것이다..
동봉에서 왼쪽으로 50미터만 가면 수능기간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할머니 마애석불이 있다..옆에서 보면 꼭 길쭉하게 뽑은 모아이상 같다..
하산 길에 남자 두 분과 여성 한 분이 자일을 늘어놓고 레펠링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갔다하면 일곱 여덟시간씩 산행하던 것이 버릇이 되었을까..왕복 7킬로에 세시간 조금 넘는 산행은
땀이 잠시 나려하다가 그냥 말라 버렸다..하지만 두 한미연합군 병사들은 고생 좀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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