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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백두대간 27차(작점-회룡재)

그간의 오랜 부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요추의 2,3번 돌기뼈가 완전히 붙었는지,

다시 격렬한 산행을 시작해도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확인해 볼 유일한 방법은 지리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노고단처럼

부드럽고 평지위주의 산책이 아니라 오르막 내리막 부침이 제법있고

거리고 10킬로 이상의 장거리라야 회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백두대간 코스에 다시 합류했다.

 

금번 코스는 김천소재의 작점고개에서 용문산-국수봉-큰재-회룡재로 이어지는

마루금 거리 14.9킬로에 이음거리 1.1킬로를 더해서 총 16킬로에 예상시간 6시간 정도의

백두대간 코스치고는 약간 Minor Course이다.

 

 지난번에도 참석인원이 14명에 불과했는데 오늘도 총 인원 18명의 단촐한 식구들이 함께 했다.

 

용문산에서 단체 인증 한장..

산을 좀 탄다는 사람도 두어시간 소요되는 계속 오르막 코스인데 오늘은 선두조는 1시간 20분

후미조도 1시간 30분에 끊어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보였다. 오르막 위주라서 허리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여기서 계속 꾸룩꾸룩대는 아랫배 덕분에 다들 먼저 보내고 혼자서 잠시

온 몸을 비워내는 행사를 치렀다. 다행이 우리 대간팀 말고는 아무도 산행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느긋하게 담배도 두어가치 피워 물고 사색과 비워냄의 시간을 가졌다.

 

탁 트인 대간의 조망을 보면서 쏟아내는 거시기와 담배의 여유로움은 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에 나선

나로 하여금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공기는 신선하고 대지는 촉촉하였으며 산행의 즐거움은 차가운 공기와

 가끔씩 부는 강풍과 함께 더욱 상승되는 분위기..덕분에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 산행이었다.

 

1시간 20여분만에 도착한 용문산..4킬로가 넘는 거리에 완만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임을 감안할 때

굉장한 속도다..오늘 함께 하신 분들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아직까지 허리는 오케이..

 

용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문경새재 방면의 앞으로 가야한 산군들이 늠름하다..

그래서 대한인으로써 백두대간은 단순한 체력단련수준의 산행이 아니라 우리의 국토를 보고 느끼며

나름의 호연지기와 자연인으로서의 가치관을 더욱 일깨워주는 의미가 살아있다..

 

군데 군데 피어있는 참꽃은 우리가 봄을 느끼고 또 그 옛날 아주 배고팠던 시절 전이라도 부쳐먹고 맨잎의

허허로운 허기를 일시나마 메워줄 수 있는 그런 비상식량이기도 했다..

 

아직 땀조차 나지 않는다..장거리나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행을 석달 가까이 쉬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했으나

아직까지는 별 무리가 없다..다만 내리막코스나 거리가 길어질수록 통증이 어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발목을 덮을 높이로 아직도 능선길에는 지난 가을겨울의 낙옆들이 자욱하다..그래도 그 낙옆을 밟고 스치는 느낌과

사라락 사라락 하는 소리는 산꾼만이 느끼는 특권이다..

 

대간의 길은 늘 푸근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압도하는 길도 아니다..늘상 부딛힐 수 있는 산길이지만

늘 그 느낌은 새롭고 맑은 석간수 같이 감성을 젖게 해 준다..

 

용문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국수봉..역시나 선두팀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대간꾼들에게 담배 한대 피는 시간이나 용변..그것도 큰 것을 보는 시간은 실제 치명적일 수 있다..

선두가 보이지 않는다고 자칫 무리수를 두어 오버페이스를 하면 원하는 지점까지 체력이 버텨주질 않는다..

그래서 급하더라도 늘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항상 조심하면서 진행하는 인생살이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급한 마음을 애써 다스리며 주위의 풍광과 멋진 조망을 애써 찾아서 사진도 찍고 땀도 훔쳐낸다..

대통령이 부러우랴..재벌 회장이 부러우랴..재벌 2,3세들은 이러한 자유로운 느낌을 알래야 알 수가 없다..그래서 돈 말고는 늘 불쌍하게 여겨진다..

 

산과 구름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음영놀이..

 

산벛꽃이 아직 만개하지 않은채 이 자연의 일부와 순간의 구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연한 코발트색 하늘과 산벛꽃의 조화로움..뉘라서 아니 돌아보겠는가..

 

국수봉에서 한시간을 내려오면 만나는 큰 재..그다지 위압적이지는 않지만 편안한 길과 조망이 잠시 쉬어가는 주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은 차분하고 주위의 야트막한 산들이 정겨움이 넘친다..여보시요..예 주막이 있던가?..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그 옛날 분명히 저 곳 어디에 탁주와 개다리 소반에 담긴 안주 넘치는

정겨운 주막이 있었으리라..

 

심조불산을 새삼 다시 일깨워주는 곳이다..화장실조차 자연의 일부처럼 다소곳하다..

 

낙옆사이로 고개를 드러낸 각시붓꽃..신랑이 어디에 있길래 저토록 일찍 청초한 꽃잎을 펼쳐내는 것일까..

 

회룡재에서 날머리로 내려오니 정자와 삼백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수령의 느티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뚝 섰으나 거만하지 않고 잔가지 마디마디 새순을 펼쳐내지만 욕심은 크게 없으니..

사람들이여 나에게서 겸손과 넉넉함..그리고 존재감의 소중함을 스스로 배워가길 바라노라..

 

총 산행거리 16킬로를 점심시간 포함해서 다섯시간에 주파했다..

보통 걷는다는 산꾼이면 6시간 이내에 충분히 끊어 낼 거리..

 

하지만 내리막에서는 다친 허리부위에 말대주사를 놓는 것처럼 통증이 일어났다..아직은 완쾌된 상태가 아니니

좀더 조심스럽게 산행계획을 잡고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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