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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불의의 사고

                               요추 2번의 왼쪽 날개뼈(횡돌기)가 부러져 있다.

 

요추 3번의 왼쪽 횡돌기가 금이 가 있는 상태

 

  지난주 일요일 도장 식구들과 함께 대구 근교의 청룡산 산행을 다녀왔다.

  몇주전에 고생한 무릎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다가 올 해 들어 가장 추웠던 영하 12도의

  매서운 날씨에 오소 주저하긴 했으나 이미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라 그냥 진행했다.

 

  처음에 다소 몸이 뻑뻑했으나 특유의 숨고름과 차분한 진행으로 별 무리 없는 산행이었다.

  세시간 정도 걸려 산성산 삼거리-달비골고개를 거쳐 무사히 진행했고

  바람이 워낙 세차서 많은 분들이 고전했지만 12시 30분쯤에 청룡산 정상에 도착했다.

 

출발전 고사골 쉼터에서 오늘 산행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고,

 

달비골 고개를 지나면 멋진 솔밭이 나타나는데 잠시 숨고르는 단전행공을 한다..

 

워낙 추운 날씨라 평소에 잘 다니시는 분까지 힘들어 하는등의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

응달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꽁꽁 얼어붙어 제법 미끄러웠고..

 

청룡산 도착 직전의 암릉구간..제법 조망미가 뛰어난 곳이다.

 

얕고 근교산이라고 만만히 볼 곳은 아니다..바람이 워낙 세차게 불어서 다른 분들은 우회로로..

 

누군가 오래전 여기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그 분을 기리는 비석이 꼭꼭 숨어있다..

 

저멀리 비슬산이다..청룡산에서 네 다섯 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산성산에서 청룡산으로 가는 코스는 정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빼어난 트레킹 코스와 적절한 힘듦등의 배려가 매우 뛰어난 명품코스이다..

 

허위허위 추운날씨에 생고생하시는 도우님들..

 

청룡산에서 바라 본 산성산 정상이다..왼쪽이 대덕산 오른쪽이 산성산이다..

 

청룡산 정상은 탁 트인 조망미와 대구주변의 산세를 모두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추워서 사진도 별로 많이 찍지 못했지만 정상 인증샷을 찍고 점심먹을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내리막 구간에 접어들면서 옆의 도우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왼쪽 팔을 들어서 강하게 땅을 내리치면서 넘어졌다.

동시에 목을 강하게 앞쪽으로 잡아당기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후두부의 충격을 완화시키려 했다.

 

하지만 왼쪽 허리부분에 불로 지지는 듯한 강한 통증을 느꼈는데 다행이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 듯하여

잠시 아랫배 단전호흡을 하면서 숨을 돌려보니 괜찮은지라 툴툴 털고 일어나려는데

다시금 허리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와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스틱으로 간신히 중심을 잡고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계속 통증은 멈추지를 않았다.

왜 허리쪽에 통증이 왔는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날처럼 추운 날에 점심거리로 마땅한 것이 없어서

펄펄 끓는 물 2리터를 담아 온 대형 보온 병이 허리에 가격을 준 위치의 배낭에 있었다.

 

넘어지면서 그 스텐리스로 만들어진 보온병의 하단부위가 요추를 가격한 셈이었다.

 

바람없고 양지 바른 곳에서 컵라면 8개 분량의 온수를 사용하여 비교적 훈훈한 점심을 먹었지만

허리의 통증은 수천볼트 전기처럼 나를 내내 괴롭혔다.

 

결국 하산길 8킬로를 애면글면 내려와서 하산주 한 잔 하면서 집사람을 호출해서

응급병원에서 X-Ray를 찍었으나 별 이상이 없다하여 진통제만 맞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

통증이 너무심하여 운신하기도 힘들었고 밤에 몸을 조금만 뒤척여도 숨이 컥컥 막힐 정도였다.

 

월요일 간신히 출근하여 일을 보고 조금 일찍 퇴근하여 영상의학병원에서 CT촬영을 하니

위의 사진처럼 날개뼈 2개가 부러진 상태..

 

아픈 이유가 정말 있었구나..

 

별다른 치료법도 없고 복대하면서 저절로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하니

두 어달 생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순간의 방심이 나처럼 숙달된 산꾼에게도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새삼스럽게

배운 좋은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