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신없이 바쁜 상태라 블로그 관리를 통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집의 개인 컴퓨터에 들어있는 과거 산행사진이라도 들먹거려서,
찾아 주시는분들의 눈이라도 즐겁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뒤적거리다 보니
재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설악산 흘림골-등선대-주전골 사진이라도 올린다.
설악산은 지리산과 함께 남한의 대표적 명산의 양대산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대구지역에 사는 나로서는 지리산이 더 지리적으로 가깝고 근접성도 좋아
더 자주 찾는 편이다.
지리산이 편안하면서도 땀깨나 쏟아야 하는 장쾌한 능선과 풍부한 물이
장점이라면 설악산은 화려하면서도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고 실제
화끈한 산행을 원한다면 설악이 조금은 더 취미에 맞겠으나
대구지역이나 부산, 또는 광주 지역의 산꾼들이 찾으려면 왕복 최소 10시간
이상의 장시간에 왠만한 코스는 또 10시간 이상의 힘든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그나마 설악의 빼어난 암릉미와 산세를
즐길 수 있는 최단코스중의 하나가 바로 한계령 휴게소를 지나 흘림골에서
시작하는 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오색약수터로 이어지는 산행코스이다..
흘림골 산행 들머리 입구..2년전이라서 그런지 지금보다 훨씬 더 젊어(?)보인다..
푸르른 계곡 사이에 멋진 하늘 계단길..가파른 길이 여심폭포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초반 페이스조절을 잘해야 한다..
아무리 설악의 주능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악군에 자리잡고 있으니 변두리 산이라도
이름값을 하고도 남을 빼어난 산세, 푸르름, 암석들이 장관을 펼쳐낸다.
이날은 습도가 굉장히 높고 기온도 적잖이 높은편이어서 몇 발자욱을 떼자 마자
땀들이 온 몸 8만4천개의 땀구멍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여름에 가실 분들은
식수를 충분하게 준비하고 짭잘한 간식거리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여심폭포..여자의 성기를 닮았다 하여 여심폭포이다..자연의 조화라 하기에는
다소 짖궃은 면도 있어 보이지만 바라보는 산객들은 무덤덤하다..^^
여심폭포에서 등선대로 오르는 길에 계속 펼쳐지는 장관들..
저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연의 석공의 마음이었다면 필히 이 봉우리는 화룡점정의 마음으로 빛어 올린듯하다..
어쩌면 인위적인 의도없이 순수한 자연미라면 자연의 의도도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것이 틀림없다.
내 왼쪽 바위에서 사과를 뜯어먹는 사나이는 내가 계속 눈치를 줘도 묵묵무답이었다.
어떻게 올라 온 산인데 함부로 쉽게 내어주기가 꽤나 싫었나 보다..
등선대 정상에서 바라 본 바위군..감탄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는 절경이다..
용아장성을 보는 느낌이다..
저 굳건한 바위덩어리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바스러져 한 줌 흙으로 자연의 순행원리로
마침표를 찍을 것임을 알고 나면 산행이 가지는 철학적 가치가 새로이 빛난다..
이 봉우리들을 창조한 자연은 과연 어떤 심미안으로 저런 형상을 그려내었을까..
바람과 땅의 융기력과 마그마의 폭발적 힘이 어우러지고 물과 태양의 조화가 그리했을텐데..
비록 떨어지는 물의 양은 많지 않으나 흐름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갈증해소가 된다..
늑대가 하늘을 향해 길게 목을 뽑아내고 하울링을 하는 듯 하다..아울~!!!
만경대, 업경대 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바위를 거울로 생각하고 지나 온 자신의 삶,
너무 치열하고 힘들었다면 잠시 저 거울에 비치는 내 심상을 보고 위로할 지어다..
그 감정의 골 사이사이에 흘러내리는 욕심의 덩어리, 갈등과 애증의 조각들이
바로 마음의 지꺼기들이 아닌가..저 무심한 산군도 바람과 물의 힘을 빌어
어차피 떨어져 나갈 조각바위들을 털어낸다..
Water sliding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주근덕 미끄러지면 엉덩이는 아프더라도
깔깔깔 웃음으로 마음이 통쾌해지리라..
물은 오늘도 내일도 그저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상선약수..
씩씩하니 설악의 장관을 기운으로 얻어내는 청허..
저 바위산의 잔주름은 아주 먼 옛날 용암이 휘몰아치던 그 격렬했던 어머니 가이아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주전부리 하듯이 계속 이어져 나타나는 작은 계곡과 물의 흐름..화려하지는 않아도
지난 여름 태풍의 아픔을 속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설악은 참 푸르다..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보리 색상의 바위로 옅은 화장을 한다..
눈으로 감탄하고 가슴으로 엮어내는 감동이다..
지난 여름 수마의 위력..물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달 빛 어두운 새벽이면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서 멱을 감고
올라갈듯한 정갈한 용소폭포.. 비취 빛 물 색깔이 눈을 시리게 한다..
집사람과 내가 알탕을 하기로 작정한 으슥한 곳..
물의 시원함이야 이를데 없고 떨어지는 저 계곡수를 머리 정수리에 맞으면
일순간 온 세상이 정지한듯한 행복한 마비가 찾아온다..하지만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엉기적 헤엄쳐 가는 생물이 있어 잡아보니 개구리 올챙이다..앙증맞다..
이 계곡의 주인이자 구성원인 작은 생명이다..
저 아름드리 나무가 수도 날치기에 날아가듯 뚝 부러진 형상..
아직도 푸르른 잎과 절단면의 색상이 불과 얼마전에 있었던 대형 계곡물난리의 살아있는 흔적이다..
오색약수터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탔으나 귀가시간은 무려 아홉시간이 소요되었다.
영동고속도로가 완전히 막혀버렸던 탓이다..하지만 돌아보는 사진하나로 나쁜 기억은 온데 간데 없고
또 다시 시간이 되면 가고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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