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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부부설악산종주

설악은 지리와 다르다..

남성적인 근육미와 깍아 지른듯한 바위와 암릉군,

그리고 물의 흐름조차도 박력이 넘치고 폭포의 힘도 꽤나 커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설악산을 종주하는 방법에서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스가 남교리에서 시작해서 장수대 귀떼기청을 거쳐

한계령 삼거리와 끝청, 그리고 중청과 대청을 거쳐 다시 소청으로 돌아내리면서

희운각 공룡능선 비선대를 경유하는 코스가 약 40여킬로에 소요시간은 거의 16~18시간이

걸린다..지리산 종주와 비견할만한 길이에 난이도이다..

 

집사람과 함께 한계령 휴게소에서 삼거리를 거쳐 중청을 거쳐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반종주 코스를 다녀왔다.

 

역시나 무박산행이지만 지리산 종주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편이다..

처음에 계속 치고 올라가는 부담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내리막이거나

평지로 지리산처럼 끊임없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부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새벽 두 시 반에 출발하여 한시간 이십여분을 계속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귀떼기청봉과 대청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곳이 바로 한계령 삼거리이다..

 

 사위는 너무나 어두워 랜턴이 없다면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다..

 

 어슴프레 먼동이 트고 잠들었던 설악군단이 기침하기 시작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정비를 한다..필요한 물품을 다시 꺼내고 불필요한 것은 집어 넣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중간중간 그리해야 함을 알게 된다.

 

 쭈욱~! 하고 기지개를 켜는 설악군단의 용사바위들..힘찬 역동감이 느껴진다..

 

 그 구석구석이 아쉬울새라 구름이 골짜기 마다를 채워 야무짐을 더한다..

 

 피곤할 즈음인데도 아직 팔팔한 집사람..

 

 중간에 구름다리 나무가 휘영청 장식을 해 준다..집사람과 내가 다정함을 아는지..^^

 

 바다가 지척이라 더욱 눈부신 아침 햇살..장엄하다..상쾌한 아침이다..

 

 설악이라고 우락부락 한 것만은 아니다..다소곳이 나무로만 이루어진 등선도 있다..

 

 끝청에 도착해서 다정한 포즈를 취한다..대단한 집사람이다..많이 힘들었을텐데..

 

 단순한 2차원으로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3차원으로 변한다..우주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11차원과 끈의 이론에서

 설명하는 멤브레인의 원리가 이 자연속에 이미 숨어 있는 것이다..

 

 누군가 야호를 외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으나 요즘 등산문화의 발달로

 그런 무식한 야호놀이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산짐승들에게는 벼락같은 소리로 놀라고 다칠 수 있다..

 

 줌으로 당겨 본 공룡능선..언제봐도 웅장한 남성적 호연지기를 느낀다..

 

 지인이 선물해 준 자이툰 부대 모자..지인의 아들이 특공여단 병사인데 이라크에 지원해서 갔다 왔다..

 그래서 귀한 모자이다..나도 83~85년 사이에 기회가 되었다면 그리했을 것이다..불사조 특공요원으로..

 

 속초 앞바다에서 밀려오는 바다 냄새 가득한 구름이 대청봉을 힘겹게 넘고 있다..

 

 1970년대 포스터 촬영장면을 연상케 한다..제목..대청봉 여인네..ㅋㅋ

 

나는 ?..설악산 산신령이다..클클..

 

 공룡능선의 저 빼어난 암봉들..보기만 해도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이 넘치게 하는 신비한 매력을 지녔다..

 

 천불동 하산방향으로 펼쳐진 천화대와 구름들..

 

 자연이 손끝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낸 돌망울들..

 

 저런 복장을 하고 있으니 무장공비나 특공요원처럼 보인다..당당하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아침을 해 먹고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는데 등산 가이드가 영 힘을 못 쓴다..

 간단히 응급조치를 해 주고 자유시간 두어개로 원기회복을 시켜 주었다..

 

 깊은 산행의 최고묘미는 그저 알탕이다..저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천당폭포이다..왜 그리 이름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천당에 가야 저 정도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인가..

 

 저 철다리가 없다면 언감생심 다닐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깊은 천불동 계곡이다..

 

 아무도 없었다면 팬티만 입고 저 폭포 아래에서 호흡 고르며 삼라만상의 이치를 여의고 싶다..

 

 저 암반수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엇이 나올까..결국 하늘이고 바다이며 다시금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자연의 원리에는 이미 윤회의 틀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저 거대한 돌을 움직이는 것..결국 폭우가 쏟아질 때의 계곡급류이다..

 물로 보지말고 힘과 자연의 역사로 보아야 한다..

 

 금강굴을 끼고 있는 비선대가 눈 앞에 보인다..오늘 무박산행의 실질적 종점이 다가 온다..

 

 언제봐도 빼어난 우리의 산..설악..그 위용과 힘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탄과 용기를 얻으리라..

 

신비롭다..하지만 비밀은 결국 물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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