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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오대산 적멸보궁

무척이나 더운 토요일 7월 2일,

국내의 어지간한 산은 다 다녀왔어도 빼먹은 산이 군데 군데 있음을 알고

마침 산악회에서 오대산五臺山을 간다고 해서 이 참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대산은 말 그대로 다섯 개의 봉우리를 칭하는 것으로 다섯 봉우리 전체를 합쳐

오대라 부르며 비로봉,상황봉,두로봉,호령봉,동대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오대산 하면 비로봉을 치나 산세나 위명에 비해 조금 단촐한 느낌이 들고

또 주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섯 봉우리를 합쳐 그리 부른다고 한다

 

오대산은 차령산맥 줄기가 서쪽으로 길게 내다뻗은 형상이며 중대사자암과 월정사,상원사,북대암등의

유명사찰과 무엇보다도 적멸보궁이 있다는 것에 많은 불교신도들이 찾는 곳이다.

 

실제로 등산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겨울철 많디 많은 적설량과 탁트인 조망, 그리고 월정사와 상원사에

이르는 천하일경 계곡과 전나무 숲이 압권인 산이다.

 

등산과 장쾌한 맛으로는 지리산을 따라가기 힘들고 빼어난 암릉미와 같은 근육적 남성미에는

설악산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형적인 흙산으로 한번쯤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다.

 

다만 등산소요시간에 비해 대구나 부산에서 가기에는 왕복 차량소요시간이 거의 살인적인

10여시간을 잡아야 한다..

 

 

 주변 산군들의 조합도인데 특전사와 해병수색대의 동계훈련지로 유명한 황병산도 보이고 무엇보다 이지역이 평창지역이라

 2018년 동계올림픽에 삼수째 도전하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이 마음을 끈다.

 

 문수성지 적멸보궁 오대산 상원사이다..들머리역할을 하는 이정표인데..

 문수보살이 문수동자로 현신하여 세조대왕의 종기,욕창을 씻어주었다는 설화가 있다.

 

필체의 깊이가 남다른 것이 꽤나 내력이 깊은 분이 쓰신 것 같다..

 

 관대걸이이다..임금이 맑은 계곡 물에 몸을 씻으러 갈 때 의관을 걸어놓는 곳이라 한다.

 나는 걸어놓으려 해도 걸 것이 없다..걸이..걸이..인생의 도움인가..걸림인가..

 

 날씨는 벌써 30도가 넘고 대구에서 7시에 출발한 차가 11시 30분이 넘어서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마의 영향인지 계곡의 물은 통쾌한 소음을 내면서 흘러내린다..시원하다..

 

 중대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다..고행의 시작이다..

 

밤에 중생의 안전을 위해 불을 밝히는 석등인데 이쁘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자꾸 달걀귀신이 히히히..하고 웃는 것 같다..으...

 

 중대사자암이 산자락에 위용을 뽐내며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다섯 군데 있다..바로 위와 같다..^^

 참고로 그외의 적멸보궁이라 부르는 곳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아닌 큰 스님의 승사리를 모신 것으로

 진신사리와의 차이점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탑에 모시고 승사리는 부도탑에 모신다는 것이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게끔 깔끔한 설명이다..

 

 의외로 자그마한 적멸보궁이다..저 법당 뒤에 마애불탑이 있고 여기에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참으로 수수하다..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뽐내거나 위압적이지 않다.

 부처 생전에 설파하고자 했던 번뇌로 부터의 자유..열반의 진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마애불탑에 담아내고 있다..제대로 된 부처의 사상을 그대로 담아낸 귀한 탑이다..

 

더운 날씨인데도 많은 중생들이 저마다의 기복거리를 가지고 기도하고 절한다..

개인적으로 부처님이 그 많은 중생들의 기도를 다 들어줄리가 없다..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산골짜기까지 마음을 내어 몸을 끌고 오는 그 정성과 기원만큼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기도의 절반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건강도 최소한 산을 타는만큼은 좋아지지 않겠는가..또 이런 성스러운 곳에 오기

위해 최소한 고기라도 안먹을 것이고 마음이라도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텐데..그것이 이미 소원성취의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산속의 미녀와 굴참나무..

 

 뿌리가 튼튼하고 줄기가 반듯하니 역시나 나무는 제대로 올라간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또 안다해도 겉가지만 맛을 본 채 인생을 논하니

 그 가벼움에 깃털조차 부끄러워 날아가 버린다..

 

 이미 속세의 연을 끊었지만 죽어서도 당당하다..무릇..자칭 성현이나..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배우고 배워야 한다..

 

 적멸보궁에서부터 비로봉까지는 계속 된비알이고 마치 오색에서 대청봉 올라가는 길을 연상케 할 정도로

 힘이 든다..특히 푹푹찌는 날씨에 더욱 애면글면하게 만든다..

 

 왠만한 경사의 오르막에도 좀처럼 힘들어하지 않는 집사람이지만 힘이 드나 보다..

 나 자신도 꽤나 힘이 들었다..

 

 산에는 나무가 있네..나무에 가득한 잎사귀와 초록의 향연..

 그 산에는 그것을 즐기는 자연과 사람이 있을 뿐이네..

 

 상원사 주차장에서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비로봉..때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 없이 좋았다..

 

 배는 출출하고 산세는 좋지만 그늘막이 별로 없으니 어쨌거나 비로봉이다..불교에서 최고의 법신불로 치는

 비로자나불의 비로를 따서 왔다..우리나라 산에는 유동 천왕,상왕,비로등의 이름을 딴 봉우리가 많은데 결국 불교와

 도교의 영향이 짙게 베여 있음이다..

 

 부부는 그렇게 또 함께 한 명산리스트에 오대산을 채워 넣는다..

 

 박무가 끼어서 깨끗한 조망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펼쳐진 산군들이 제법이나 흐름이 좋다..

 

 동대산 줄기와 정상인데 통제구역으로 막아 놓았다..자연보호..과연 그럴까..

 

 멀리 황병산 자락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나무의 높이와 줄기의 대참이 예사롭지 않은 나무..

 

 마치 여섯 나무가 합쳐서 육도윤회의 진리를 설파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내 세상의 모든 진리와 범상을 안으리라..나는 청허로소이다..

 

 위급시 비박터로 써도 좋을만한 나무 옹이터이다..

 

 비로봉에서 40분을 걸어 오니 이제 상왕봉이다..

 상왕이라 함은 임금의 아버지 왕을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象王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 곳 상왕의 참 뜻을 알길이 없다..

 

 햇볕의 따갑기가 장난이 아니고 습기 가득 머금은 공기가 산행을 힘들게 하지만..

 

 이제 상원사 주차장까지만 가면 된다..현재까지 걸은 거리는 약 7킬로가 되니

 오늘 걷는 산행거리는 약 13킬로에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연무가 끼어 조망이 좋지 못한 것이 오늘 산행의 걸림돌이다..

 

 이제 한 시간 정도만 걸으면 오늘 산행 끝..덥다..끈적하다..

 

 그래도 폼은 잡아야 한다..폼생폼사의 부부가 아니던가..^^

 

 변함없는 각도의 셀프인증샷..

 

 내려 오는 길에 이끼폭포도 있다..

 

상원사 주차장의 계곡..보기에는 물이 그렇게 차가워 보이지 않지만

담그는 순간 머리는 깨지는듯..다리는 잘라내는듯 정말 20초를 견디기 힘들 정도로 차가웠다..

 

참고로, 오대산과 나의 기운매치는 그렇게 좋은 궁합이 되지 못하나 보다.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설명하기 힘든 조합..

 

초반 버스에서 내릴 때 부터 온 몸의 기운을 서로 엉키게 만드는 듯한 느낌..

산행내내 마치 수십킬로를 걸어온듯이  피곤함을 느꼈고. 오르막에서 치고 오르는 가운데에서도

뒤에서 잡아 끄는 듯한 기분은 이 오대산과 청허의 기운매치가 그다지 좋지 못한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대구에 저녁 9시 반에 도착해서 집까지 30분을 다시 걸어 오는데 오히려 훨씬 기운이 차오름을

느꼈을 정도이니..지리산의 음기와는 다른 오대산의 음기..무당들이 죽어라 찾을만 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