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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봉정암 가는 길

우리 한반도에서 북한 지역을 제외한 남한 땅에서 道단위로 가장 청정지역을 손 꼽으라면

단연 그 1위에 올라 설 강원도, 그 강원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

바로 설악산雪岳山이다. 모처럼만의 연휴에 저마다의 휴가계획을 일찌감치 세워 놓았겠지만

나는 회사와 대학교 같은 과 2년 후배, 집사람과 함께 셋이서 설악산 산행을 계획해 두었었다.

 

연휴 첫 날인 토요일, 그렇게 순탄하지 못한 회사 일 때문에 출근했다가 조금 일찍 퇴근해서

산행준비를 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무박 2일 코스라서 의외로 챙기고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았다.

 

몇 번이고 점검 또 점검을 해서 누락된 것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설악산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는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28인승 우등 리무진 버스이다. 대구에서 설악의 산행들머리인 오색 약수터 까지는 줄기차게

달려도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리고 두어번의 중간휴식을 거치면 소요시간은 약 여섯 시간정도로

꽤나 멀고도 먼 여정이라 일반 45인승 버스를 타면 피곤함이 배가 되어 금전적 부담이 조금 더

되더라고 몸의 안녕을 위해서 편안한 리무진 버스를 선택한 것이다.

 

대구시내를 관통하여 네 군데에서 같은 목적으로 설악을 향하는 산객들을 태우고 안동휴게소에서 한 번,

설악휴게소에서 한 번 정차하여 굳은 몸을 조금은 풀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같이 동행한 O후배는 대구 근교의 야트막한 산은 가끔씩 다녔으나 설악과 같은 높고 험한 산은

처음인데 그렇게 거창할 것은 없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상의 따분함을 과감하게 떨치고 강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또 실제로 체험할 필요가 있다고 본인도 그렇게 느끼고 나 자신도 그런 생각에 하게

되었고, 집사람은 한계령 끝청 대청 소청 희운각 설악동을 종주하는 기나 긴 코스를 역시 무박 2일로 하고는

근 2년만에 오랜만에 같이 하게 되었다.

 

O후배가 설악휴게소에서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수많은 산객들의 부산한 모습과 그 인원수에 저으기 놀란다.

" 선배요..우와..이런 세상이 또 있었단 말인교..내사 맨날 회사-집 이렇게만 다니고 휴일이라고 해야

   가족들과 근처 소풍이나 다니던게 단데..정말 놀랠 노자요..내가 세상을 참 갇혀서 살았다는 생각이요..

   내가 전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 이토록 활기차게 전개되고 있다이..우와.."

" 그렇지..가끔씩은 보통의 생활에서 일탈하여 이런 저런 색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인생에 대한 기준이나

  관점을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좋은 거 아이겠나..오늘 O 당신의 인생에 중요한 변환적 대척점이 될끼이까..

  나중에 내한테 진짜 고맙다 캐야 하는기라.."

 

새벽 3시가 조금 못되어 버스는 오색약수터 산 들머리에 도착했고

출발하기 전에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온몸 스트레칭을 했다.

 

오색 약수터는 함유된 높은 철분과 나트륨으로 인해 그 특유의 시큼밋밋한 맛과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병이나 관절염 빈혈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약수로는 이 곳 오색과 청송 달기 약수가

있는데 두 약수의 성상이 매우 비슷하다. 대부분의 다른 약수들이 흘러내리거나 고여 넘치는 반면에 이 곳 오색은

기반암에서 용출되듯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특색이고 바로 옆에는 사시사철 콸콸 계곡수가 흐르고 있는 것도 다른 곳과

차별되는 독특함이다. 땅에 흡수된 물이 토양과 기반암 절리를 통해 그 속의 미네랄을 용해해 낸 것인데 어쨌던

1500년대 주변 오색석사의 스님이 발견한 이래 수백 년 동안 그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다만 세월이 지날수록

주변 암석과 흙의 풍부했던 철분,나트륨 농도가 약해져서 그런지 아주 옛날의 그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있다.

 

오색에서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까지는 고도차가 약 1,300미터에 거리는 약 5킬로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험하고

경사각 큰 난코스이다. 제대로 스트레칭이나 준비를 하지 않고 올라갔다가는 백발백중 쥐가 나거나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온 몸의 힘과 진이 다 빠지는 탈진상태에 접어들게 되므로 십여분 이상의 사전 준비 스트레칭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네 인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렵고 힘든 거사나 프로젝트를 앞둔 상태에서 너무 긴장하게 되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수록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자기만의 노우하우가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 같은 경우는 등산과 선도수련이 그 비법에 해당되며 개인별로 하나씩의 방법은 갖추게 마련이다.

 

< 거의 맛이 가기 일보직전의 오충석 차장..>

 

전국에서 모여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산객들의 면면을 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칠순이 넘은 어르신 부터 젊디 젊은 처녀총각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40~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나도 후배도 집사람도 결국 이 범주에 들고 만다..

 

여명을 앞둔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에 대청봉가는 등산로의 경사에 따라 길게 이어지는 랜턴의 불빛은 문득 무슨 순례지 행사처럼

거룩하게까지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부자리에서 잠을 즐길 시간에 그저 숨소리, 입김, 스틱이 뱉어내는 마찰음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빛 행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명상상태에 도달한다.

 

나를 괴롭혔던 모든 잡념들과 대인관계의 마찰, 사업의 불안함, 가족걱정들이 감히 치고 들어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금 이순간 나는 마냥 무심으로 걸음을 뗄 뿐, 그런 속세의 번뇌는 자연적으로 사라지고 없다.

 

굳이 가부좌 틀고 묵상하고 예수님 말씀이나 경전과 주문을 외지 않아도, 깊은 숨 쉴려고 단전에 의식하고 집중하지 않아도

온 몸에서 지르는 고통의 비명과 터질듯한 심장의 고동소리는 자연스럽게 깊디 깊은 정신적 안정상태에 도달하게 해 준다.

 

오늘의 목적지인 봉정암鳳頂庵에서 많은 불자들이 얻고자 하는 기복의 근원도 사실은 나 잘되고 내 가족 잘 되게 소원을 비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라는 전제를 놓고 보면 이 험한 산을 오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근력과 심폐기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오르고 가서

보고 기도하겠다는 염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기복의 목적을 절반이상은 이루고도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설악의 기슭에는 이제야 철쭉이 피어나고 있다..한반도를 좁은 땅이라고 누가 얘기했는가..땅은 좁아도 속은 너무나 깊은 곳이

   우리가 사는 이땅 한반도이다..>

오름내내 앞 사람의 뒷모습과 뒷사람의 거친 숨 토하는 소리만을 벗을 삼아 올라가는데 새벽 네시 반이 조금 지나자 멀리 동쪽하늘에서 벌써 파란 색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그 먼동 사이사이 설악산의 철쭉이 다소곳이 늦음을 자책하듯 부끄러이 꽃 잎을 만개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미국과 호주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한반도  땅이지만 그 깊은 속은 몇 십 배 더 큰 그 대륙의 면적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설악산의 경우 5월 중순이나 말이면 등고선을 따라 가로치고 오르면 철쭉에서 참꽃 한겨울의 경치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이는 위도상으로 치면

거의 10도이상의 차이를 뜻하는 것이니..설악에 이미 한국가의 면적을 아우르는 계절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평면적인 면적은 보잘 것 없이 작지만

그 속은 너무나 넓고 그 여느 대륙들조차 품을 수 없는 깊음을 안고 있는 곳이 이 곳 한반도이다.

 

< 도대체~!..왜 나를 이렇게 힘든 고생을 시키는 것이요(버럭~!!!)..아무리 청허선배지만 이것은 아니잖소..거의 절규하는 오충석 차장..>

   (그래 미안타..그래도 그 고비를 넘겨야 내가 주고자 하는 인생의 철학..고진감래苦盡甘來를 체험하게 되는 것인게야..

    조금만 더 참고 가 보자이..^^..아직 갈길이 멀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충석 차장은 오지를 않고..힘든 거야 나도 마찬가지지..우째 안그렇겠노..하지만 참을성..인내 끈기가 내가 조금 더 있을뿐..>

대청봉까지의 거리중 약 3분지 1정도 거리에 설악폭포 쉼터에서 물도 한잔 마시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을 훔쳐냈다. O후배는 철퍼덕 주저앉아서

세상의 힘든 인생살이보다 더 빡센 육체적 고통에 거의 실신지경이다..한 5분쯤 쉬고 출발하려는데 후배가 뻐팅긴다.." 아니..군대에서도

50분 행군에 10분 휴식이 정상이거늘 어찌 5분도 안되어 출발한단 말인교..쪼매만 더 쉬었다 가마 안되는교.." " 셧업~!!..그렇게 퍼질러고 있으면

더 힘들다이..잔소리 말고 빨리 가자..걸음은 천천히 가더라도 휴식은 짧게 자주 하는기 좋다..겟업~!!!" 끙끙대는 후배를 어르고 달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사로를 무심으로 치고 또 오른다..

 

이런 경사가 심한 힘든 길을 오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 페이스의 유지..즉, 숨이 너무 차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속도에 맞추어 숨은 조절하기 힘들지만 숨에 맞추어 속도를 조절하면 된다..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간단한 이 방법에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즉, 욕심에 맞추어 일을 하고 매사에 기대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현재의 수준에 욕심을

맞추는 것이다..그리고 목표와 욕심은 멀리 길게 두고 한발자욱 천천히 너무 숨이 차지 않게 나아가는 것..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가다보면

어느새 목적과 목표한 것이 눈 앞에 놓여있고 그 때 그것을 그저 살포시 거머쥐면 되는 것이다..

 

< 새벽의 여명 빛에 설악의 나무가 숨을 다시 들이쉰다..싱그럽다..>

 

< 대청봉을 거의 1킬로쯤 앞 둔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점봉산과 오대산 자락이 새벽의 연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앞서 가던 산객이 잠깐 뒤를 돌아보더니 우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나도 뒤를 돌아보니 점봉산과 그 뒤 저 멀리 오대산 자락이 새벽의 옅은 연무 속에

아련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늘 깜깜한 새벽에 올라가서 대청봉에서 여명을 보고 곧바로 목적지로 달아치던 나 혼자만의 산행에서 볼 수 없었던 장관을

버벅대는 초보 산행꾼 후배 덕분에 등산시간이 길어지면서 얻어내는 보너스이다..

 

내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득실거린다고 불평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자신의 우월함이나 똑똑함이 빛나고

또 알게 모르게 그들 때문에 자신 스스로 깨닫거나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얻음이 굉장히 많겠다..실제로 그렇겠다는 겸손한 깨달음이 왔다..

 

< 사수와 부사수..그 다정함의 진수..사람좋아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오충석 차장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베푼다고 생각하고 했던 것이 실제로는 나에게 더 큰 이득으로 돌아왔을 때 대부분의 경우

' 내가 이렇게라도 하니 복을 받는구나..' 하지만 실제로는 그 베품을 받은 사람이 나에게 더 크게 베풀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내가 주는 것은 베풀어 주는 것이고 내가 받는 것은 나의 베품으로 인한 인과응보라고 잘 못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내가 결국 얻는 것은 그 사람들이 보은의 차원에서 알게 모르게,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베풀어 주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언듯 보면 비슷하지만 실제 굉장히 다른 인생의 운행원리..

 

내가 나보다 산행실력이 모자란 후배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시간이 더 소요되었고 그래서 평소에나 보통상황 같았으면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넘어갔을 저 빼어난 장관을 후배 덕분에 즐기고 이런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까지 얻었으니..내가 고마워 해야겠다..

 

< 변함없는 내 인생 최고의 보물..짝지..>

 

<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멋진 장관들이 더 넓게 펼쳐진다..저 구름과 저 산들과 이 나무들..자연의 소중하디 소중한 구성원이다..>

 

< 유구무언..저 멋들어진 장관을 가슴과 머리에 듬뿍 꾹꾹 채워 넣는다..>

 

< 베르나르가 최근에 썼던 졸작중의 졸작인 '神'에서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머물만한 산이다..펼쳐진 자태와 압도적 카리스마..설악에 필적할 만한 위세이다..>

 

< 설악에 해가 뜨고 나의 마음도 춤을 추면 들뜬다..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찍히는 기분도 꽤나 솔솔하다..>

 

< 거의 초죽음 상태에서 뇌사상태에 빠진 오차장..마음이 찡했다..그래도 저런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 힘든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와 저력을 다져준다면

   이 악랄한 선배의 마음은 적잖이 놓일게다..>

 

< 뭐? 뇌사상태? 웬 초죽음?..집사람은 신랑과, 또 인간성 좋은 신랑후배랑 같이 산행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대단하다..존경한다..사랑한다..^^ >

 

대청봉 정상을 약 500미터쯤 앞두자 날은 해는 완전히 어두웠던 대지 산천을 밝고 강렬하게 밝혀주고 몇 몇 죽은 나무들이 살아생전의 그 잘남과 위세를

뽐내고 있다. 누가 그리했던가..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주목이라고..하지만 잘 못 표현된 것이다..단순 시간개념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저 나무를 보고

감성을 얻어가는 사람들을 모두 합하면 수천만년을 살아 내는 것이다.. 이 험한 산자락에서 그 강렬한 바람과 눈과 서리와 태양 속에서 그런 오랜 세월을

버티어 내는 힘..나무에게 의식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강불괴지심이라 할 만 하다..

 

설악바람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구상나무 한 그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낸다.

 얼마나 바람이 불어댔으면 오른쪽 가지는 전멸이다..지리산 임걸령의 소나무 한그루도

저런 모습이다..그 바람에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성장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지혜..저 나무 한그루는 이미 체득하고 그것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O후배가 정상이 가까워지고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자 정신이 조금씩 드나 보다..가지고 온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낸다. 왜 이제 카메라를 내냐 하니까 오는 길이 하도 힘들어서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단다..헐헐..그래 이 설악산 코스가 만만치 않긴 하지..클클클..

 

< 형수와 후배의 다정한 한 컷..오충석 차장도 이제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나 보다..표정이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나만의 착각일까..저 나목을 보면서 문득 천수관음보살의 형상이 떠 오른다..실제 달린 팔의 숫자는 42개지만 각각의 손에 세상을 구제하는 눈이 있어

중생들을 보살피고 자비를 베푼다는 그 보살의 대자대비한 마음이 저 나무의 가지처럼 온 방향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일까..

 

< 덩치는 작지만 신랑 가는 곳 그 어디라도 즐겁게 따라오고 생글거리는 집사람..참 야무지면서도 참하다..^^

   나하고 함께 하는 설악산 종주가 이번이 2번째, 지리산 종주도 한번 같이 했고, 전국의 온갖 험한 산들도 마다 않는 청허지기이다..^^>

 

높이가 뭐 그리 중요할까..저 웅장한 모습은 지리산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각이 살아있다..설악과 지리의 차이중 그래도 그 차이가

가장 작은 장면이다..

 

이른 아침의 연무가 보이는 산의 자태를 더욱 신비롭고 영롱하게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 능선을 타고 전국의 산과 산의 맥을 잇는 전국 종주산행을 할 것이다..집사람도 함께 하면 좋겠다..

 

드디어 대청봉..아침 바람의 거세기가 황소 콧바람의 수억배는 될 것 같다..모자가 날려갈까 제대로 된 포즈를 취하기가 어렵다..

 

대청봉 정상석은 거의 시장바닥이다..이종격투기를 치르고 겨우 빠져나와서 양양이라네..와 함께 한다..

 

대청봉 정상에서 바라 본 공룡능선 방향..빼어나다..화려하다..설악의 진수이다..

 

정상에 빼곡한 사람들마저도 하나의 경치를 이룬다..

 

이제 중청을 거쳐 소청봉으로 다시 소청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봉정암에 들릴 예정이다..

 

가까이 당겨 본 공룡능선 전경..1275봉과 범봉, 신선대가 뚜렷하게 살아있다..

 

발아래 중청산장..들어선 인파를 보니 수백명은 훨씬 넘을 듯..그리고 용바위..

 

대청봉 능선에 참꽃과 철쭉이 번갈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람을 이겨내는 지혜가 궁금하다..

 

멀리 속초시내와 동해바다, 그리고 중간멀리 울산바위와 오른쪽에 삐쭉 솟은 달마봉..

 

설악이 동쪽으로 발을 뻗었다면 배꼽이라 할만한 울산바위..저런 바위군을 토출해 낸 어머니 가이아의 생명력에 경외심이 든다..

 

내설악의 진수 용아장성龍牙長城이다..공룡능선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릿지 능선으로 공룡능선이 트라이켑사우루스의 등줄기 뼈를 닮았다면

용아장성은 말그대로 용의 날카로운 이빨을 닮았다 하여 용아릉,용아장릉으로 불린다..지금은 통제구역으로 제한구역이며 실제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

전문암벽산악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고, 저 빼어난 용아장성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곳에 바로 오늘의 목적지 봉정암이 위치하고 있다..

 

오늘처럼 맑은 날씨는 설악산, 특히 대청봉을 찍는 산행객들에게는 멋들어진 선물이다..

 

당당한 집사람의 모습이다..보통 사람같으면 대청봉을 찍고 나면 거의 파김치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참 장하다..^^

 

소청봉으로 가는 길에 더욱 가까워진 공룡능선..

 

용아장성을 배경으로 청허선사의 모습이다..한 때 저 이빨을 가진 용을 부리던 호기와 당당함이 온 몸에 넘쳐 흐른다..(우움..우움..^^)

 

< 머 하는교~!..똥폼 그만잡고 빨리 내리갑시다..배도 안고프요..난 졸리고 배고파 죽갔구만.>

 

소청산장에서 짐을 풀고 아침을 해먹고 가기로 했다..산장에서 샘터까지 약 150미터..선뜻 물뜨러 가겠다고 집사람도 후배도 나서질 않는다..

우짜겠노..그래도 제일 생생한 최고참이자 지아비인 내가 움직거리야지..샘터 물은 달고 차고 시원했으며 심산약수의 조건을 모두 갖춘 명약이었다..

 

물 뜨고 오니 버너 조립할지도 모르고 가스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도 모르고 넋놓고 있는 두 사람을 ' 머..할 수 없지..내가 챙기야지..' 하고

덤덤하게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청허와 옆자리의 다른 산객들과 낄낄대면서 노닥거리는 오충석 후배님..내가 모시고 산다..살어..끄응..

 

그래도 맛있게 끓여진 라면을 자청해서 배급하겠다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후배님..클클클..

저 라면이 농심에서 새로나온 최고급 라면인데..맛은 최고였다..

 

근래 들어서 가장 행복한 표정의 오 후배님..그래 고생많으셨소이다..많이 드시오..그리고 기운 차리고..^^

 

저 맛은 꿀맛에 비길 바가 아니다..그야말로 온 몸에 희열이 찌릿하고 전기 통하듯이 흘러내리는 바로 그 맛이다..

 

아침 식사 깔끔하게 마치고 커피 한잔 끓여마시고 봉정암에 내려선다..맑은 날씨와 용아장성의 정수리가 만나서 천하절경을 이룬다..

 

봉정암이다..

해발 1,244에 위치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로 내설악 백담사의 부속암자이며 창건시기는 신라 성덕여왕 13년(서기644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 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려고 세웠다는 것이 정설이다..그 후 원효대사와 고려시대에는 보고국사가 조선시대에는 환적스님과 설정스님이

내 버려져 쓰러진 암자를 다시 중건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옛날에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과 고생과 노력이 있어야만 도달가능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백담사에서 오는 길은 약 11킬로의 길이에 초반 절반은 그나마 평이한 산길이지만 나머지 후반부는 깍아지른 절벽길을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어야만 하고 어떤 곳은 로프를 잡고 타고 오르기를 수십번은 해야하는 난코스이다..마지막 부분의 깔딱고개에는 전문산악인던 팔순노인이던 누구나 두 발과 두 손을 사용해야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부처님의 진리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지리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헬리콥터로 필요한 모든 물자를 보급받고 쓰레기를 처리하지만 그 옛날 그런 수단이 없었을 때에는 겨울이 오기 전에 암자를 내려가는 신도나 스님은 겨우내 사용할 땔감과 반찬거리용 산나물 재배식물을 챙겨놓고 내려갔으며 암자를 찾아오는 손님이나 스님들은 한 겨울을 보낼 양식만을 등짐에 지고 올라와서

동안거를 실시했다고 한다..열반, 피안의 세계, 정토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비록 그 강도는 다르지만 육체적 고통은 반드시 수반하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이 봉정암의 법당으로 사용되는 적멸보궁寂滅寶宮에는 여느 일반사찰과는 달리 부처님의 불상이 없다. 적멸보궁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데 봉정암의 부처님 진신사리는 산정상의 5층 석탑안에 봉안되어 있으며 실제 그 사리탑에 올라 서 보면 이 곳을 오고가는 일반인들이나 불도신자들 외에

용아장성의 수십개 첨봉들이나 화채봉, 심지어 공룡능선까지 이 사리탑의 진신사리를 향해 참례하는 모습으로 보일 정도로 신비한 기운이 사시사철 감도는 곳이다.

 

창건정설이 맞다면 신라시대의 자장율사의 혜안과 정성이 수천년을 이어 절묘하게 조화되어 진정 하늘이 내린 그 모습이 맞다.

당시 창건설화를 보면 자장율사가 당나라 청량산에서 21일 기도를 올리던 마지막 날,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현신하여 부처님의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내어주면서 해동(지금의 한국)에서 불법을 흥하게 하라고 부탁하였는바 이 보물을 가지고 돌아 온 자장율사가 수년간에 걸쳐 전국을 돌아 다녔는데 어느날, 현란한

빛을 품어내는 봉황이 눈 앞에 보이게 되고 이를 계시로 깨달은 자장율사가 며칠간을 따라가니 이곳 봉정암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봉정암의 천진여래석상은 마치 부처님의 두상을 그대로 닮았으며 실제 부처님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천진여래석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일곱 개의 거대한 석봉이 둘러싸 있으니 참으로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길지중의 길지임을 깨닫고

부처님 형상의 그 바위에 부처님의 머리부분에서 채취한 뇌사리르 봉안하고 5층 사리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정암이란 봉황이 부처님의 정수리로 사라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리舍利는 범어의 saria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원래는 신체, 몸이라는 뜻이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몸뼈를 뜻하는 말로 써왔다. 한국에서는 후대에 화장후에 나오는 뼛조각도 승僧사리하 하여 광의로 사용되어 왔으며 부처님 진신사리는 탑에 봉안하고 승사리는 부도에 납치한다고 한다.

 

봉정암 외에 한국에 있는 5대 적멸보궁은 경남 양산 통도사, 강원 평창 오대산 상원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정선 태백산 정암사를 치며 대구 옥포 용연사 경북 선산 도리사 강원도 건봉사를 합쳐 전국 8대 적멸보궁으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신사리를 모시는 탑기준으로 보면 다섯 개가 맞을 듯 하다.

 

사리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화장후 화장재에서 건져내거나 골라 내는 것이 아니라 정통 채취방법이

따로 있다.. 높은 제단 같은 곳이 고승의 열반체를 두고 장작불로 화장을 하는 것은 같으나 전통 사리 채취법은 그 제단 아래에 땅을 파고

커다란 항아리에 생수를 채워넣고 항아리는 삼베로 덮어 씌운다..화장을 하면서 그 스님의 영은 하늘로 올라가고 삼혼는 대기로 퍼지며

칠백은 땅으로 흡수되게 되는데 그 백의 기운이 땅으로 스며들면서 물을 채운 항아리를 거쳐 찬 물 속에 응결되게 되며 그 응결체가 바로

사리가 되는 것이다..실제 이런 방식으로 사리를 채취하는 것은 비법이나 밀교에서만 시행될 뿐,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들다

 

더욱 가까이서 본 공룡능선..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귀여운 암봉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서 이 곳 사리탑을 사위로 보호하고 있는 형상이다..

 

오세암 가는 길목에서 내려다 본 봉정암..온 방향으로 빼어난 바위와 산들이 둘러싸 있어 겨울철 매서운 북풍과 한 여름에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좋으며

깍아지른 듯한 산세에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침수의 걱정이 없는 천혜의 불법도량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애기동자부처처럼 다소곳하게 사리탑을 향해 경배하고 있는 가야동 계곡의 암봉들..

 

사리탑에서 보면 오른쪽은 공룡능선이, 왼쪽은 용아장성이 마치 대왕을 호위하는 정예 호위대처럼 시립하고 있다.

 

엄지손가락일까..아니면 남성의 성기를 닮은 것일까..이 곳 바위를 돌아치면 대한민국 최고의 릿지능선인 용아장성이 시작된다.

하지만 잦은 안전추락사고와 전문산악인도 극도의 주의를 요하는 위험성때문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출입통제를 하는 곳이다.

바라건대 강제로 통제하지 말고 적절한 코스 개발과 자연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목책 및 목책계단을 설치하여 저 빼어난 한국산하의 절경을 전세계적으로

알려낼 필요가 있다. 몰래 숨어 들어가는 산객들의 발자취가 오히려 자연을 더 해치는 독소가 됨을 정부나 관리들이 깨달아야 한다..

 

불뇌사리보탑을 향해 성심으로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

 

청허가 폼을 잡다..그리고..

 

일어나라..대한민국이여..깨어나라 한국인의 기상이여..용아장성의 저 헌걸찬 기운을 실어 도약하고 베풀고 온 세계가 조화선국의 길로 들어서기를

염원하노라..

 

 

봉정사 오층석탑은 부처님의 뇌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해서 불뇌보탑佛腦寶塔 또는 불뇌사리보탑으로 부르는데 그 단단한 암반을 뚫고 나와 실제 사리탑 형상을 한 바위를 깍아서 맞춘듯한 형상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즉, 설악산의 온 산과 암봉들이 이 탑을 받들어 우러러 보는 형상이며 불도신자이건 아니건 그 첨밀한 외관에 예술학적 가치까지 더해져 절로 겸손함과 수천년전에 인도에서 태어난 이 위대한 고타마 붓다의 성정을 예로서 취하게 된다.

 

중국의 황산이나..태산이 부러울 것이 전혀없다..한국에는 설악산과 지리산이 있다..설악산은 마치 불국사의 다보탑과 같은 기상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지리산은 석가탑 같은 수수함과 웅장함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명산이다..

 

푸르디 푸른 하늘과 두둥실 구름..그리고 암봉과 초록의 나무잎들이 이 봉정암과 수려한 경치를 구성한다..감동적이다..

 

하산길에 접한 쌍폭포..왼쪽의 완만한 폭포와 오른 쪽의 급경사 폭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쌍폭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우리 잉꼬 원앙 금슬종결자 부부의 어울림도 최고 최상이다..

 

후배님도 다음엔 제수씨와 함께 우리부부으 포즈를 취하시길 바라오..

 

수렴동 계곡 하산길에 본 용아장성의 단 봉우리..정말 칼로 잘라도 저런 경치가 나올까 싶은 절경이다..

 

인공으로 만든듯한 계단식 폭포도 있다..전국의 많은 산들이 폭포 한 두개 쯤은 가지고 있고 저마다 빼어난 명성을 자랑하지만 설악의 이름없는 폭포에 못 미치는 것이 많다..

 

물은 흐르되, 가로막는다고 뚫지 않는다..그저 돌아서 감싸주면 에둘어 갈뿐..나의 인생도 그렇게 매사의 모든 것을 안아가면서

조화롭게 전개되었으면 한다..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나만의 개성과 인생철학을 가꾸고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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