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다니는 국선도장 회원들과 함께 경상북도 최북단 울진에 있는
응봉산鷹峰山에 다녀 왔다.
원래는 지리산의 거림-세석평전-장터목-법천계곡-중산리 코스로 계획했으나
일요일의 지리산에 터져 나가는 산행인구와 이동시간,산행시간,차량회수시간을
따져 보니 최소한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지라 조금 멀긴 하지만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은 응봉산으로 결정했다.
응봉산은 매응,봉우리 봉자로 옛날에 사람이 사냥용으로 기르던 매를 잃어 버린 사람들이
애써 찾은 곳이라 해서 이름붙여졌다고 하며, 높이는 998.5 미터로 경북지역에서는 꽤나
높은 편이며 무엇보다도 전국 최고의 온천수로 유명한 덕구온천의 원탕이 있는 곳이다.
또 응봉산 정상에서 넘어가는 덕풍계곡은 그 수려한 형상과 아찔한 위험성으로 여름철
산행의 백미로 치기도 하는데 안자일렌과 같은 보조수단이 없거나 비가 올 때는 무조건
산행을 금기하는 위험한 산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가기에는 소요시간이 조금 긴 편이다..
아침 여섯 시 정각에 모두 모여서 출발했는데도, 운전기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렸음에도
무려 세시간 반이 꼬박 걸렸으며 거리는 220킬로가 넘는다.
하지만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한번쯤은 분명히 다녀올 만한 가치가 철철 넘치는 곳이다.
출발전 단체사진..다들 표정이 맑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들머리에서 응봉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5.7킬로..약 두어시간 소요된다.
처음 30여분은 아주 편안한 오르막 산책길처럼 부드럽게 펼쳐진다..사실 이때만 해도 오늘 산행은
그저 먹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늘 가는 산 높이가 거의 천미터가 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의심이 들 정도로 초입부는 평탄했다.
사부작 사부작..고도를 높이는 회원들..
아직까지 모양새는 양호하다..땀조차도 나지 않는 상태..
그래도 여럿이서 가니까 부부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해서..아주 해피..
셀카모드가 아닌 아주 진지하고도 단정한 표정의 청허이다..^^
소방대원으로 근무하는 홍대용 사범과 함께..나이가 사십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잠시 쉴 즈음..오고 가는 대화 속에 웃음이 넘치고 아주 여유가 넘친다..산이라는 것은
도심에서 매일 서로 치이면서 살 때와는 사뭇 다른 심성 바탕 저 곳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그런 멋이 있다..
이쁜 내 짝지..오늘 같이 온 것이 너무 행복한 표정..
당당한 표정..자신감이 넘친다..매일..매순간이 이랬으면 좋겠다..
정상을 삼십여분 앞두고 20여분 호흡수련에 들어간다..
바닷가 산의 장점..풍부한 산소..서늘한 기온..고요한 적멸의 순간..고수와 하수의 구별이 필요없다..
그저 눈 갚고 깊이 호흡하면서 삶의 군더더기 짜투리 찌꺼기를 부드럽게 털어낸다..
모두들 입정에 드는 과정과 호흡의 길이..내관반청의 단계도 다르겠지만 이 순간..그런 구별조차
무의미 하다..그저 드나 드는 들숨과 날숨사이에 나자신을 놓아두고 아랫 단전에만 집중할 뿐..
정각도원 체지체능 불도일화 구활창생..실로 그러하게 되기를..그런 용량을 담은 그릇이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우주적 차원의 고행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내 몸을 선화善化의 과정에 두고 심성을 두들겨 다져 내면
청산선사께서 이 땅에 국선도를 내려 놓고 가신 그 뜻의 한 자락이라도 이해하고 실천하게 되기를..
정상에 올라서니 사방팔방이 산이로다..참으로 한반도 이 땅은 산으로 이루어지고 산으로 들고 나는 신비의 나라임이 틀림없다..
높이에 관계없이 정말 거대한 매가 이 봉우리에 자리를 틀고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 볼 것 같다.
동해바다와 삼척시의 전경이다..참으로 빼어난 전경이다..
애면글면 올라올 때는 다소 힘들었겠지만 정상에 선 우리 국선도 도반들의 표정은 밝기 그지 없다..
평행우주의 너와 나를 나투어 내는 것일까..비록 앙상한 나목이지만 서로를 그리는듯 가지를 펼쳐내고 있다..
울진 지역의 산에는 유달리 튼실한 적송..금강송들이 즐비하다..이 나무의 죽은 가지 하나가 매우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빨래 짜듯이 가지를 뒤틀어 놓았다..
산이 좋으니 표정도 좋다..^^
흐뭇한 표정으로 기분이 좋으신 법사님..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매우 포만스럽고 부러울 것이 없는 표정이다..
살기 위해서일까..그냥 포기하기 쉬운 지경에서도 끝까지 뿌리를 놓지 않는 저 나무의 생명력..그러나 힘이 다했는지
안타깝게 저 나무는 죽은 상태였다..그래도 그 마지막까지 바위에 뿌리를 넣고 지탱하려 했던 그 의지에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응봉산 정상에서 약 2킬로 한시간을 매우 가파른 경사 길을 내려왔다..내리막에는 신경을 더욱 써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르막보다 더 힘이 들 때가 많다..이곳이 그랬다..
법사님과 집사람..힘이 들었을텐데도 표정은 밝다..산이 주는 좋은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응봉산 덕구 온천 계곡이 막 시작되는 곳이다..더 위가 있겠으나 가 볼 수가 없었다..
드디어 덕구온천 원탕에 도착..탁족을 어찌 아니 즐길 수 있으리..
계곡물은 충분히 시원했고 풍부했으며 다량의 미네랄과 철분을 함유한 탓인지 억세었다..
성영희 샘..오르막 때는 언제 끝이냐고 채근하더니 원탕의 탁족소에서 뜨끈한 물에 발을 담그니 만사가 오케이다..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도록 포근한 탁족에 모두가 행복하다..
아직도 삼십대 초반 같은 사모님..국선도에 청춘을 바친 열혈여성이다..
원탕 분수대..40도씨가 넘는 물이 콸콸 솟아 나온다..물 맛도 아주 좋다..
저 물이 계곡수로 흘러 들어가면서 물색깔은 약간 갈색을 띄게 된다..겨울에 올라와서 이 물을 마시고
탁족을 한다면 족욕의 효과 만점일 것이다..
깔고 앉은 저 파이프가 원탕온수를 담고 있어 엉덩이 찜질하기 아주 좋았다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편안하고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계곡이다..
물색깔이 갈색으로 탁해 보이지만 실제는 매우 투명한 편이다..
이 계곡의 하일라이트 용소폭포이다..수량도 많고 속도도 빨라 보는 사람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그 멋진 경관에 다리에서 감상에 넋을 잃은 법사님과 일행들..
이 용소폭포는 지리산의 뱀사골 계곡과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을 연상케 한다..
잠시 용소폭포를 감상하면서..
가을이나 겨울에 꼭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한국의 산에는 용소라는 이름의 폭포가 유달리 많다..수량이 풍부하고 수압에 의해 패인 소의 깊이가 깊어서
용들이 충분히 이무기 과정을 거쳐 날아 오를만 하기 때문이다..
비록 거리는 멀었지만 참석한 모두들..너무나 멋진 산행이었고 훌륭한 볼거리가 넘치는 산이었다고
뿌듯해 한다..다음 달 산행은 어디로 해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최소한 오늘 이 응봉산보다는 좋아야
한다는...^^
응봉산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들머리 - 응봉산 정상 : 5.7km, 약 2시간
응봉산 정상 - 원탕 : 2.4km, 약 1시간(급경사 길이며 오르막일 경우 2시간 소요예상)
원탕 - 덕구온천 주차장 : 4.6km, 약 1시간 내외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원탕에서의 탁족과 용소폭포에서 반알탕을 즐긴다면 총 소요시간은 약 6시간 정도 예상됨.
난이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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