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color-gray post-type-text paging-view-more">
본문 바로가기

> 산행일지

백두대간 37차 촛대봉 코스

추석연휴 바로 직전의 토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백두대간 산행을 준비하는데

여지 없이 비가 온다는 소식에

" 이번에는 게겨볼까?..비맞으면서 산행하는 것도 조금 지겨운데.."

" 술로 보낸 한 주라서 힘도 들 것이고..음..그래도 쉬운 코스라는데.."

이런 저런 번민 갈등을 하다가 산행본능을 이기기에는 많이 부족한

핑계거리에 툴툴 털고 산행 준비를 했다.

 

레인자켓을 챙기고..될 수 있는한 짐을 가볍게 해서 나서니

아침부터 추슬추슬 비가 온다..

 

그래도 이만한 비에 어찌 포기를 하겠는가..씩씩하게 나선다..

결론적으로 이 날 만큼 산행하면서 비에 흠뻑 젖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뒤집어 썼다..^^

 

 

저수령에서 출발하기 전 기념 샷..총 22명이 이 빗속에서 산행하겠다고 오셨다..

여자 분들은 한 분도 안오셨다..안타깝지만 어쩌겠나..

 

하도 수풀이 많이 우거져서 머리를 낮추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 하여 저수령이다..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안개..아니 비구름이 이미 산 전체를 덮고 있었다..오가는 사람들은 당연이 없다..

 

이십여분을 끙끙대면서 높은 습도속에서 된비알을 쳐 올리자 등산로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촛대봉이다..

아쉽게도 누군가의 발길질이나 손날치기에 금이 가 있는 상태이다..

 

레인 자켓을 벗자니 비에 젖을 것 같고 입고 가자니 습도가 높아 땀을 뒤집어 쓴다..

 

골수 백두대간 팀원들..

 

계속되는 운무와 잦은 빗줄기 때문에 조망도 크게 없고..

 

어쩌다가 구름이 살짝 걷히면 새색시마냥 자태를 살짝 드러내는 능선들..

 

그래도 이런 경치가 어디냐 싶어 사진을 찍어 보지만 그다지 좋은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누군가가 10을 지워버렸다..이번 코스는 1,000미터 이상 고개를 여덟개 이상을 넘어야 한다..두번째 투구봉이다..

 

가끔씩 소죽 끓이는 솥을 열어 제쳤을 때처럼 뭉실한 운무가 춤을 춘다..자연스럽다..

 

시루봉인데..정상석 대신에 메모지에 비닐 씌운 것이 표식이다..아직도 백두대간의 개발은 요원하다..

 

배재이다.. 계속되는 비와 바람으로 정신줄을 거의 놓은 상태..^^

 

이름이 참 이쁘다..솔봉..다음 구간에는 도솔봉도 있다..

 

솔봉을 지나서 헬기장에서 비에 젖고 땀에 절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점심이랬자..떡 조각 몇 개가 전부였다..

 

한발짝 앞으로 나가면서 잠깐 잠깐씩 보여주는 흐릿한 전경이지만 산객의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싸리재인데..이제 종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평소처럼 맑은 날이었으면 그랬겠으나

이 순간 부터 거의 옆으로 날아치는 비바람에 경상도 말로 시껍했다..내딛는 말이 바람에 날려서 자꾸

말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개구멍같은 코스도 있었으나 자존심 때문에 바위위로 올라탔다..

 

흙목 정상인데 별 다른 것은 없다..

 

이 깊은 산중에서 비바람 맞아 가면서 꽃을 피워내는 저 야생화들의 집념과 고집에 찬사를 보낸다..

 

거의 낭떠러지였는데 시원하지만 습기 가득한 바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바지고 티셔츠고 머리고 배낭이고 모두 흠뻑 젖은 상태..

 

이번 문경-죽령구간은 유달리 비가 잦았으나 용케 잘 피해 왔는데 문경 월악산 영역 마지막 코스에서 그동안 피했던

비를 완전히 뼈 속까지 젖도록 맞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이제부터는 소백산 권역으로 진출한다..절반을 넘어서 종점을 향해 하나 하나 도전해 나간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