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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그 자체

산행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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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나에게 주는 의미

 

국내의 이름난 산들을 두루 섭렵하고 다니고 있는 내가 어쩌다 이렇게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높이와 성상, 그리고 난이도가 전부 다른 수 많은 산들을 접하고 실제로

오르고 내리면서 산과 그 산을 타는 산행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어쩌면 때 늦은 중간점검일지는 모르지만 여태까지의 산행이 그냥 산이 있으니 갔다 오고 사진을

찍고 그 매 순간마다의 느낌,생각,소소한 깨달음을 정리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조금은 심각하게

그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 한국, 굳이 제한하자면 남한 땅이 되겠지만 참으로 저마다의 산이 다양하고 독특하다.

지리산처럼 장쾌한 주능선에 1,5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가 17개씩이나 있는 거대한 산맥형이

있는가 하면 설악산처럼 삐쭉 삐쭉 교회의 첨탑처럼 웅장하면서 남성적인 근육으로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 있고 오대산처럼 사뭇 밋밋하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를 걸쳐 환형으로

구성된 산도 있는 것이다.

 

팔공산처럼 고려 건국과 관련하여 공신들을 기려서 이름지어진 산이 있는가 하면,

가야산처럼 옛날 신라시대 이전의 고대국가의 영화를 애틋하게 기억하는 곳도 있고

북한산처럼 일제시대 이후에 강제로 이름지어졌지만 삼각산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잊어버린 명산도 즐비하다.

 

그 산에 최고봉에 이름지어지는 것도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서 천왕봉이니

비로봉이니 하는 이름들이 제법 많고 심지어 일제의 영향으로 천황산이라는 의미를

알면 조금 울컥하는 이름의 산도 전국 각지에 널려 있다.

 

흔히들 이름만으로 그 산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가서 힘들게 산행을 하고

나면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이름으로 구성된 산들고 꽤나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름

지어지는 그 당시의 상황이나 작명자의 기분과 느낌에 좌우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힘들기 그지 없는 산을 다녀오면 여지없이 몸에는 후유증이 남고 애써서 그 힘든

고통을 잊을 즈음이면 또다시 나를 그토록 힘들게 한 그 산이 그리워진다.

 

산행을 하면서 나를 매료시키는 가장 큰 것은 물론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이다. 일종의 정복감 이라고 할까, 아니면 성취감이라고 할까.

쉽게 오른 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그 무엇이 있다.

 

그 순간 만큼은 세상 그 어느 누가 부럽지 않고 내가 느껴 왔던 심적 고통이나

외로움,괴로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마치 고농도 마약을 취한 것처럼

몽롱한 엑스터시가 느껴지는 것이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경관의 장쾌함은 보너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묵직한 선물이기도 하다.

 

사방팔방 펼쳐진 곳, 어쩌다 날씨라도 아주 쾌청하면 사방 이백 리는 족히

가늠되는 그 전경에는 애면글면 매 순간을 살아야 하는 속세 인간으로서의 번뇌나

물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나의 일부가 되는 소중한 체험이 풍부한 수량으로

나를 담구어 주는 것이다.

 

잠시동안이지만 그런 성취감과 우·아·일·체의 신비경험을 거치고 거칠었던

심장 박동수가 제자리에 잡힐 즈음이면 배낭에 채워 넣고 간 음식을 섭취하는 맛 또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누릴 수 없는 산 꾼 만의 특혜이다.

 

그저 맨 밥에 김치 한 조각이라도 그렇게 달고 시원하고 맛있을 수 없는 것이며

잘 얼려진 막걸리 슬러쉬가 목 줄기를 타고 넘어갈 때면 남녀 교합에서 느끼는

오르가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잘 차려진 술집에서 마시는 막걸리나 소주, 맥주,

심지어 최고급 양주의 음주가 다소의 의무감이라면

이 때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리는 가벼운 술 한 모금은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를

일깨우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듯한 통쾌함이 철철 넘친다.

 

또 하나 혼자만의 산행이 아닌 직장이나 친구나 가족들이라도 같이 한다면 그 사람들이

느끼는 각각의 느낌과 감탄을 보는 기분 또한 아주 괜찮은 드라마이다.

눈가로 귓가로 콧등과 입 주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땀방울과 헉헉 거리는 숨소리 끝에

그들이 지르는 감탄사와 몽롱한 눈자위를 보는 것, 평소에 아무리 밉고 싫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 애증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업무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너가 잘났느니 못났느니 하면서 치고 받는 직장동료들이

함께 산을 탄다면 내가 힘든 만큼 상대방도 힘들다는 인생의 제 1원리를 몸으로 깨치게 되니

굳이 역지사지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화합의 시공간이 형성되며

 

친구들이라면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주변 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 친구간의 우의가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남편,부인,자식,부모간의 가족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면 평소 소홀 했던 대화의 시간을

넘치도록 가지고 평소에는 뜨악할 수 밖에 없었던, 세대차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모자랐던 단절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원래 고유의 끈끈한 혈연과 부부의 정과

깊은 배려가 새록새록 다시 솟아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집사람과 자주 험한 산이나 초장거리 철야 산행을 가끔씩 하는데

그 작은 몸으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그저 신랑하고 같이 간다는 것에 그 힘든

고생을 즐거운 표정으로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없던 정과 사랑이 용암 분출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고 샘물 솟아 나듯이 생기는 것을 자주 체험하곤 한다.

 

함께 한 산행동료가 없더라도 산행의 효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얽히고 꼬여진 일상생황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나만의 시간을 듬뿍 가질 수 있으니 스스로 반성도 해보고 잘한 것, 못한 것에 대한

주위의 도움과 나 자신의 실수와 태만에 대한 복기도 천천히 할 수 있으니 웬만한

명상시간을 능가하는 자기몰입의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지리산의 그 멀고 먼 험한 능선 길을 14시간 동안 혼자 타고 넘다 보면 길게는

일 년 여 동안 나를 괴롭혔던 어떤 현상에 대한 본질적 해부를 할 수 있었고 하산 후

바로 해답을 찾아서 그 기나긴 갈등을 풀어 버린 적도 있었다.

 

산과 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고 뒤 끝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요즘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실제로 그리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땀 흘리고 번잡한 잡 생각을 툴툴 털어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

그런 악성이나 뒷담화를 칠 구석이나 공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우리 남한 땅에는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면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마음만 내면 다녀올 수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이 즐비해 있다.

 

결국 그 산을 나의 발전과 안녕과 심신수양을 위해 써 먹느냐 마느냐는

어느 순간 방구들을 박차고 튀어 나갈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의 결심일 뿐이다.

 

Born free, as free as the wind blows
As free as the grass grows
Born free to follow your heart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 마치 바람처럼 자유롭게,

대초원의 야생풀처럼 자유롭게,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자유로운 존재이며,

 
Live free, and beauty surrounds you
The world still astounds you
Each time you look at a star 
자유롭게 살면서 고개들어 밤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나를 둘러싼 이 아름다운 세상,

여전히 우리를 경이롭게 하는 세상 


Stay free, where no walls divide you
You're free as a roaring tide
So there's no need to hide 
그 어떤 구속들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게

바다에 철썩이는 파도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그 어떤 부끄러움도 피하려 애쓸 필요도 없이

그냥 자유롭게 머물고,

 
Born free, and life is worth living
But only worth living
Cause you're born free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이며

자유롭게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는 이 세상은 분명 살만한 가치로 충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