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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초가을의 노고단 전경

산은 늘 푸르기만 한 것이 아니고

마음도 늘 평화롭거나 흥분된 상태가 아니듯

 

인생의 부침도 늘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면서

침잠의 과정을 무한순환반복한다.

 

이 가을..어쩌면 반백의 나이에 접어 들어

그동안 너무 치열함에 찌든 것은 아닌지

 

험난한 매일에서 산행조차도 그 치열함의 연장에서

목표를 향한 중간 중간 쉼터의 역할만 한 것은 아닌지..

 

아무런 등짐없이 그 어떤 부담감 없이 툴툴 떠나 보는 여행은

그래서 영혼의 휴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인생의 중간기점에서 꼭 가져 볼만한 과정인 것 같다.

 

 이 산에서 아직 가을의 향취는 맡을 수 없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바람과

 선선한 옷깃여밈의 기온이 가을의 래방을 미리 이야기 한다.

 

 작년 봄에 백두대간 코스로 진행했던 만복대 고리봉 방향이다..

 그 부드럽던 흙과 부엽토의 느낌이 아직 생생한데..언제 다시 가 볼 수 있을까?

 

 구례의 경치는 평화롭다..이 아름다운 산자락 끝에 여미어 지는 삶의 방식은 과연 어떤 것일까?

 

 지리 십대절경중의 하나인 섬진청류..무넹기의 전설과 함께 애틋한 감정마저 일으킨다..

 

 아침 안개가 스멀스멀 산등성이를 타고 수묵화의 전경을 펼쳐내는데..

 나의 무의식적 잠재의식에는 과연 내 인생의 비밀..원래 의도하고자 했던 내용들이 아직 살아 있을까..

 그런 내면세계에서조차 잊혀져 버린 이 생..이 땅..이 지구에서의 삶의 종착점에서 나는 후회하지 않는

 생을 회고할 수 있을까?

 

 차라리 저 종석대의 전설처럼 내 영혼을 진하게 울려대는 종소리가 짙게 울려

 내 원래의 생을 찾아 다시금 윤회의 틀을 깨는 득도의 진희를 누릴 수 있을까?

 

 이른 단풍잎이 초록의 주위와 어울려 독특하게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나는 이 사회와 이 지구에서 나만의 가치가 과연 보편적인 타당성으로 인정받을 것만한 것인지..

 

 절대적 진리여..늘 그곳에 있는데 나는 어찌 이리 항상 우매하며

 그대의 곁에서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가..

 반야봉은 늘 그대로이다..

 

 반야봉..절대적 진리..그 뒤에 지리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천왕봉이

 의젓하게 그러나 포근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아니..나는 절대적 진리를 찾아야 저 궁극적 목적점에 도달하는 것일까..

 목적점을 향해 가다 보면 절대적 진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화려한 색이 없어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자연은 늘 사시사철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건만

 나는 늘상 채색하고 꾸미고 가꾸어 나를 드러내려 하니..자연을 닮아가는 노력에 소흘함만 가득하구나..

 

 노고단의 모습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거리와 높이에 두려워함이 아니라..

 내가 자꾸만 멀어지려 스스로 밀어내기 때문은 아닌지..

 

 비록 가라 노고단이지만 그 당당함은 진짜 못지 않은 것..

 절대적은 아니더라도 근접한 진리라도 깨칠 날이 과연 오긴 오는 것일까?

 

 그 쇠불독사처럼 그저 본능으로 먹고 취하고 그러다 보면 그런 지식..견성의 근처라도 갈 수 있는 것일까?

 

 밤새 보이지 않았다고 그 자리에 없던 것이 아닌..다만 가려져 있었을 뿐인 저 깊은 산군들의 자태..

 그리고 아침 안개의 옅은 가림화장에 마음의 거웃한 때가 같이 씻겨져 나간다..

 

 입으로 지르는 감탄과 마음으로 울리는 감동..과연 나는 저 산을 백분지 일이라도 닮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 아침은 나의 존재와 과정과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만이 깊어간다..

 

 주변의 영향에 원래의 모습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가려질 뿐 늘 그대로인

 불변무쌍의 깨달음은 과연 이 생에 얻어지는 것일까?

 

 날개를 펴고 활짝 활공하다보면 스치는 공기와 파동에서 조금은 가까이 갈 수 있으려나..

 

 누렇게 익어가는 볏사위들과 서서히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옷을 갈아 입으려는 산천초목들의 부지런함..

 벼락치던 그 날의 긴장은 어느새 풀어지고..

 

 차라리 성현들이 남겨 놓은 그 길 그대로만 따라 간다면 이런 복잡한 갈증 갈등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어찌 그 고승대덕 성현들의 발자욱도 못 따라 가면서 나만의 철학과 관점으로 이 생을 해석할 수 있을까만..

 

 나는 나로서 이 세상을 보는 주인이고 창조주이며 ..

 

 비록 잡스러운 돌 부스러기라도 저렇게 쌓이면 만인이 감탄하고 이정표로 삼는 훌륭한 모습으로 날 수 있으니..

 

 절대적 진리가 우선이냐 최고의 지성이 우선이냐 하는 우스꽝스러운 우매함을 벗어 던지고..

 

 저 수수한 모습으로도 능히 만인을 감동시키는 전설처럼 그런 생을 꾸려 나가고 싶다..

 

 오늘 길..가는 길의 구별을 애써 찾으려 하지 말고..중심을 틀어잡고 쥐어 흔들림 없이..

 

 파랑과 흰색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세상을 밝혀 낼 수 있음이니..

 

가녀리고 보잘 것 없더라도 내 삶의 주인으로 내가 선택한 우주를 가꾸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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