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휴..
사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무박으로 설악산에 가서 대청 - 중청 - 소청 - 희운각 - 공룡능선 - 비선대로 이어지는 환상의 코스를
다녀와서 오늘은 울진 십이령길을 걸으려 했으나 올해 초 낙상사고로 다친 허리돌기뼈 부위 바로 그부위가 지난번
회사 야유회 때 줄넘기를 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시 잘못되었는지 왕주사를 맞은듯 뻐근하면서 욱신
거려 왔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설악산도 취소..울진금강소나무숲길도 취소..
대신 비교적 무난한 지리산 노고단과 산책을 다녔는데 오늘 아침은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좀도 쑤시고
이러다가 황금연휴가 너무 무의미하게 간다 싶은 생각에 후다닥 나섰다.
준비물은 카메라와 단돈 1만 500원..
집을 나선 시각이 아침 10시 20분 정도..
신천 둔치공원에 초가을의 아스라함을 위로하듯이 분수가 뻗친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다녀가는 신천둔치 산책길은 집에서 나오면 상동교까지 약 2.5킬로..여기서 고산골까지 약 1킬로가 된다..
오늘 갈 곳은 매자골까지 약 8킬로 이십리 자락길이다..
앞산 자락길은 용두골 - 고산골 - 강당골 - 큰골 - 아지랑골 - 무당골 - 매자골 - 달비골로 이어지는
약 13킬로의 산길로 보통사람이 걸으면 약 다섯 ~ 여섯 시간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앞산 대덕맨션 앞 주차장 쯤이다..날씨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강당골로 가는 초입길은 이렇게 넓은 임도처럼 쫘악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이 자락길은 오가는 사람이 너무 없어 심심할 정도였는데 아직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있는 식수터..중간 중간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그다지 준비물도 많이 필요없이 간편하게 다녀 올 수 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화려하거나 깊은 맛은 없지만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근교의 산길은 큰 매력이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정도이고 실제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큰 부담 없이 다녀 올 수 있는 곳이다..
얼굴에는 땀 한방울 비치지 않는 쉬운 코스지만 그래도 등줄기 땀이 베이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갈림길 마다 친절하게 안내판이 잘 세워져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길을 잃어도 걱정할 것이 없다..다시 올라오면 되는 것..^^
나무 다리도 어색하지만 산책의 맛을 더하고..
완만한 경사에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앞산의 나무들이 편안한 등로를 제공한다..
산자락..앞산자락..참 정다운 이름이다..외씨 버선길..소나무 숲길..둘레길..올레길..등등 길이 주는 다정함..
큰골 입구이다..눈이 좋은 사람은 금방 전투장갑차를 찾으리라..
큰골부터는 다시 넓다란 마사토 길이 펼쳐진다..
앞산도 그다지 큰 산은 아니지만 골짜기가 제법 많고 지금은 물이 많이 줄었지만 나 어렸을 때는 이 골짜기마다
얼음같은 물이 풍부해서 아주머니들이 천으로 가려놓고 등물도 많이 하고는 그랬다..
안지랑골 직전에 있는 체육공원..사람들의 여여한 표정들이 참 여유롭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어른들은 으샤..으이샤 하면서 몸매운동에 한창이다..
안지랑골..이 길로 올라가면 앞산 대덕산을 만나게 된다..
한여름 비가 오고 나면 이 계곡도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었을텐데..
곳곳에 만들어진 등산로..샛길이 참 많다..앞산에도 멧돼지가 서식하기 때문에 지정된 등로외에는 조심해야 한다..
드디어 집 나선지 두시간 반만에 도착한 매자골 입구..저 사진의 어르신은 낮술이 거나하여 뒤로 내려오고 계신다..ㅎㅎㅎ
비록 물이 없어 좀 황량하지만 대구시민들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산이다..
드디어 도착..집에서 열시 반..도착하니 한시가 채 안된 시각이다..
여기까지 걸은 거리는 약 11킬로쯤 된다..
이왕 나선 김에 달비골까지 가려고 했으나 다음을 기약하며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하산해야 한다..^^
매자골은 처음 와 보는 곳인데 산책로나 등산로가 제법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고 또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인적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내려 오는 길에 황룡사라는 절이 있길래 잠시 들렀더니 암개 두 마리가 반겨준다..
저..아저씨..뭐..먹을 거 좀 없나염?..절밥만 먹었더니 영 몸이 부실해서리..있거던 좀 주고 가실래염..
나이가 좀 든 암개인데 처음 봤을 땐 제법 날카롭게 짖더니 별로 무서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저렇게 몸을 베베 꼰다..
다음 주말 짜투리 시간에는 여기서 달비골 까지 다녀와야지..
앞산 순환도로를 거의 다 내려오자..두류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매자골에서 하산하여 다시 앞산 순환도로를 끼고 걸었다..식당이 없어서 식당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무당골을 지나 앞산 공원까지 오게 되었다..
한우육국수와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맛나게 먹었다..
주어진 음식은 말끔하게 비워내는 센스..
앞산공원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꼬마 아가씨가 보이길래 손을 흔들어 주고
비상식으로 가져 온 사탕 두 개를 건네 주었다..어린이의 순순함..오랜만에 보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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