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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백두대간]이기령-갈미봉-고적대-연칠성령-무릉계곡

요즘은 겨울과 여름사이에 엄연히 존재했던 봄이란 계절이

매우, 무척이나 짧아졌음을 느끼게 한다.

 

아침에나 잠시 봄같은 날씨가 한 낮이 되면 거의 초여름 같이

더운데다가 실제 높은 산에 가도 불어오는 바람이 여름의

그것처럼 훈훈하다 못해 열풍처럼 느껴지는 것이..

 

4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백두대간을 나섰다..

사는 지역이 대구라서 들머리까지 가는데

버스로 거의 5시간, 날머리에서 돌아오는데 거의 4시간..

실제 산행시간은 8시간 남짓이지만 오고 가고 하산주 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물경 스무시간의 강행군을 펼쳐야 겨우 맛볼 수 있는

실제 대간 마루금 거리는 8킬로 내외, 접속거리가 10킬로가 넘고

실제 GPS 거리는 20킬로가 넘는 장거리 산행의 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오늘 대간산행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을 하고

후끈한 열기에 스스로 던져 본 산행의 고독..

 

 

 

집에서 나선 시간이 새벽 4시 30분..이 출발전 단체사진을 찍은 시간이 9시 50분..

어쩌면 우리는 이 한장의 사진을 위해 눈꼽 털어내며 부시시 일어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것일까?

 

 

새로 장만한 등산복 바지..Salewa에서 할인하는 것을 샀는데 너무 튀는 것인가?..아..아..

 

 

너무 꼭두새벽에 일어나서인지 신체리듬을 놓쳐서 들머리인 이기리에서 이기령까지

1시간 10분을 시셋말로 혓바닥 빠지도록 올라와서 느긋하게 볼일을 보니 조금 낫다..ㅋㅋ

 

 

이기령에서 갈미봉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청옥산..두타산과 고적대와 함께 동해삼봉이라고 부르는 명산이다..

푸른 옥돌이 많이 채굴된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는데 산세로 보아 불교적 의미이긴 하지만 수미산으로

불러도 될 듯 하다..

 

오늘의 산행이 힘든 것은 이기리 마을의 고도가 140 미터, 이기령 810 미터, 갈미봉 1,260 미터,

다시 900고지로 내려섰다가 고적대 1,340미터로 가파르게 치고 오르는 된비알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산을 타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니..^^

 

그리고 나란히 우뚝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는 두타산..산행코스가 힘들어

골때리는 두타頭打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자로는 頭陀라 하여

번잡한 생각과 갖가지 욕심이 만들어 내는 일체의 번뇌로 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산크리스트어 Dhuta의 음역이다..불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나름의 세속을 벗어난 절경의 산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갈미봉의 첫번째 봉우리에서 본 깍아지른 절벽..언듯보면 용아장성과 닮아 있다..

산세의 험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청옥과 두타를 한아름 가슴에 안아보는 영광,기쁨..그리고 희열..

 

저 바람골에서 한참을 서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땀을 날려 보냈다..시원했다..^^

 

 

사진상으로 잘 나오지는 않지만 엄청난 고도감에 무르팍 아래가 떨린다..

 

 

바위 혓바닥..이곳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혓바닥을 내두르며 힘들어 나는 모습을 즐기는듯 하다..

 

 

깍아 지른듯 천인단애의 절경인데, 사진상으로 그 느낌이 제대로 전해져 오질 못한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저 절벽 끝자락에서 매순간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인지도..

 

 

화려한 등산패션과는 다르게 몸은 엄청 힘들다..초봄 같지 않은 무더운 날씨,

따가운 햇살..심지어 불어오는 바람마저 후텁한 열기를 품고 산객들을 지치게 한다..

그나마 점심을 맛있게 먹고나서 에너지 충전은 좀 된 상태다..

 

 

저아래 무릉계곡을 지나 동해시가 여여하게 조망되는 갈미봉 자락..아직 완전한 봄은 아닌지..

나뭇가지의 초록잎사귀는 피어날 줄 모르는듯..무심한듯..느긋한듯..

 

 

남해 지방에는 이미 봄이 완연하건만 이 곳 강원도 심산에는 아직 공기만

따뜻함을 연신 품어낼 뿐 봄의 초록은 요원한듯 보인다..

 

 

 여유있게 맥주로 목을 축이고 호연지기 가득 채운다..

 

짱짱한 곳에서 가득히 들여마신 백두대간의 공기가 나의 정신적 바이타민으로 승화되고..

 

아찔한 바윗자락에서 동료일행이 가져온 시원한 슬러쉬 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니

그 청량한 알싸함에 기운은 다시 용암처럼 내 솟건만..저 바위는 무심한 공심으로 세월을 낚아낸다..

 

 

줌으로 당겨 본 동해시 전경..내가 군생활할 때 수해를 입어 북한에서 구호물자를 보내 주겠노라고

제안했고 전두환 대통령이 호쾌하게 오케이 해서 북한의 구호물자를 실은 화물선이 이 곳 동해로

정박할 즈음..우리 특공연대는 저 아래 바닷가 산자락에서 4박 5일을 전투식량 까 먹으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도발에 대비해서 생고생을 했다..

그 곳이 바로 공동묘지 근처였는데..인근 사단 수색대대와 포병대대,

알보병들도 쫘악 깔렸었다..다행히 별 사건 없이 종료되었지만 그 때의 추억이 곱씹어 진다..

 

 

영원한 찍사..조사장님의 포즈..아인슈타인 헤어스타일과 아줌마 등산복 패션이다..

목소리는 20대, 미소는 특유의 통발미소로 한 가닥 하신다..헐~~

 

 

아무리 힘든 대간길 산행이지만 이러한 여유넘치는 미소와 웃음..그리고 자연을 즐기고

담아내려는 곁가지가 있을 때 비로소 산행의 궁극적 목적을 충실히 채워내고 그것이

삶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그저 달아 빼는 산행은 고행적 수행이라면 이해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부르며 찍고 담아내는 알흠다운 모습..산대장님과 회장님..^^

 

 

깍아지른듯 아찔한 단애에서 우리는 다시금 숨을 몰아쉬며 잠시라도 여흥적 안도를 내어 안으며

산행에서 지친 마음이나마 작은 안식을 얻어낸다..

 

 

청허의 등산패션은 가히 빼어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어떤 카리스마가..

내가 내 자랑을 할라카이 워째 쑥쓰럽구마이..^^

 

 

고적대..이름하여 해동삼봉의 좌장역할을 하는 곳이다..정상의 넓이는 모자란듯 하나

기개는 날카롭고 고고하며 두타, 청옥과 함께 동해를 바라보며 뭇 중생,범인들의

행보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다..세상에 공짜는 없다..오르막이던, 내리막이던

아찔한 고도감과 허파를 터뜨릴듯한 고통이 있어야만 나를 접할 수 있으리라..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확실히 좋은 카메라와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 품질이 틀린다..그저 우움할 뿐..^^

 

고적대에서 바라본 남쪽 방향..산경도가 없어 어떤 산인지 알 수 는 없으나

이 주변 전체가 굉장한 산군을 이루며 동해의 거센 바람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실제 고적대를 오르면서 부터는 동해 특유의 후텁한 바람..풴 현상을 체험했다..

 

 

고적대에서 연칠성령으로 내려가는 아찔한 경사길..겨울철 눈이 얼어붙어 있을 때에는

감히 왕래할 수 없는 난코스로 보인다..그래도 누군가는 다녀 갔으리라..

 

 

고적대에서 연칠성령으로 내려서면서 바라 본 갈미봉 방향..산자락 전체가 저렇듯 깍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은 용아장성을 빼고는 잘 없는 특이한 곳이다..

 

 

내려서는 길에 바라 본 고적대 방향..동해의 마테호른이라 불릴만한 자격이 넘치고 넘치는 곳이다..

 

 

두타산과 청옥산이 나란히 다정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무릉계곡 15리 길이 시작되는 상류지역이다..뱀사골 계곡도 길고..대성리 계곡도 엄청 길고 장대하며

오대산 소금강도 그 유려하고 장활함으로 빛나며 설악산 가야동,천불동,수렴동 계곡..참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물의 흐름은 단순한 상선약수의 진리이외에도 그 소리는 내가 부서져 울려내는

것이니 자기 희생과 매끄러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몸으로 웅변한다..

 

 

옛 사원터에 곱게 피어난 이 넘들은 무슨 사연을 이야기 하고 싶길래 내가 옆에 가니

연신 하늘거리며 대화하자고 귀기울여 달라고 졸라댄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해도 여유로움에 스스로 득도할 듯한 느낌이다..

 

 

바위 하나 하나가 동글동글..감아 흐르는 계곡물은 재잘조잘..스치는 바람은 웅얼웅얼..

자연은 보고 느끼고 들리는 만큼 내 것이요..자연의 것이 된다..

 

 

내가 아무리 잘난들 흐르는 물을 잡아채지 못하며 내가 아무리 강한들 세월과 물에

날카로움은 깍여지고 결국은 둥근 원형으로 남으리니..우주의 모습..행성의 모습..

천체의 모습이 원형으로 남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청허의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한 마디..

 

 

계곡이 흐르는 물과 함께 이야기를 건네온다..

" 보시오..청허..뭘 그리 애면스럽게 갈려 하오..오늘 걸사하니 우리하고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던 준담이나 나눕시다.."

" 미안허이..내 인간의 몸으로 내려와 지금 매순간이 부대끼면서

체험하는 과정이니..곧 머지 않아 다시 그대들 옆에서 오랫동안 그리 하리다.."

 

 

저 한둥스럽게 핑계를 대고 고즈넉하게 쉼을 즐기는 물이여..그 분자의 사이에 여유와

하심을 담아내니 부디 많고 많은 산객들이 그 뜻을 조금이라도 잡아채어 갔으면..

 

 

마음을 넓고 깊게 쓰게 되면 아무리 윗물이 급하게 가자고 채근해도 느긋하게 담아내면서

허용하고 안아내는 여유로움을 가지게 된다..

 

 

구구절절..그렇게 물은 늘상의 모습으로 아래로 흐른다..

 

 

감아도는 물이 흐느끼는 애절함도 다 부분의 고통이 전체를 아름답게 한다는 대우주적

구성원리의 하나임을 의상대사는 알고 깨달음을 얻었을까?

 

 

꽃은 피고 지고 물은 내리 흐르며 바위는 그 흐름에 세월의 껍질을 벗겨내며 도를 닦는구나..

 

 

그 옛날 그렇게 뜨거웠던 용암이 식고 식어 부드러운 절경으로 과거를 추억하고..

 

 

그 용맹스러웠던 흐름이 이제는 다소곳한 모습으로 계곡의 한 모퉁이를 장식하며 쉬고 있다..

 

 

순한 물은 거스르는 모든 것을 에둘러 흘러내리지만 성난 물은 집채같은 바위를

공기돌 던지듯이 굴려내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자신의 위력을 뽐낸다..

저 바위는 깍여 지어진 것이 아니라 상류에서 탁류에 밀려 구르고 굴러 내려 와서

상처를 애써 보담는다..

 

 

직선도로와 정행방식의 삶에 찌들어 각박해진 우리가 계곡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은

주위와 연유하게 어울려 나누고 깍아내는 날카로운 삶의 창이요..칼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계류는 멈추지 않고 흐를터..내 없는 우주..삶..그 자체는 그렇게 이어진다..

 

 

울컥하고 형언하기 힘든 서러움이 느껴진다..그렇게 저 무심한듯한 사물들도 감정을

가끔씩 내 보이니..그 옛날 고승대덕과 도인들이 굳이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는 이유를

감히 알 것 같다..그래서 그런 것 같다..

 

 

커다란 두 바위가 마치 시립하듯이 보좌한 모습에 무릉의 옹골찬 흐름이 넌지시 보인다..

 

 

땀과 소금기에 절은 몸을 잠시라도 얼음같은 물에 씻고 나니 한결 더 깨끗해진 청허..

 

 

학이 둥지를 틀듯이 흘러내리는 물이 휘감아 돌며 잠시 쉬어가는 곳..그래서 학소대라 한다..

 

 

청학,송학,백학..학소대는 굳이 색을 필요치 않을게다..그저 잠시 쉬어갈 그 여유를 빌어냄이니..

 

 

학소대를 지나 삼화사 가는 고즈넉한 산책길..길이 이토록 편안함으로 가득차니..

이 곳에서 수도하고 공부하는 학인들이 가히 그 여유로움으로 공부의 질과 속도를 높였으리라..

 

 

앙증맞은 다람쥐가 나를 부른다..

" 가는 이 보시오..게 봇짐에 너무 무거운 먹거리가 있으면 잠시 조금 내려 놓고 가시구려.."

 

 

" 고맙소이다..뉘신지 모르나 이토록 저 같은 미천한 생물에게 귀한 먹거리를 주시니 감사하옵고..

그저 살펴 가시오.."

 

 

삼화사 대웅전과 연등..이 날 템플스테이 하는 도시인들이 많이 보였고 참으로 편해 보였다..

 

 

계곡의 경사도가 완만해 지면서 그렇게 바삐 흐르던 물도 여유넘치게 유유자적한다..

 

 

저 넓디 넓은 반구에서 돗자리 하나 깔고 터질듯이 반짝거리는 별을 바라보고 싶누나..

 

 

오늘 비록 오랜만의 산행에 몸은 비록 파김치처럼 힘들지만 나의 눈망울은

너무나 촐망하다..마음으로 얻어가는 것이 너무나 많으니 맑디 맑은 눈으로 나타난다..

 

 

너른 바위에서 그저 지나치는 아무라도 잡고 농주라도 한 사발 주고 받으며

인생살이 고달픔 서로 털어내고 너 나 할 것 없는 공통의 기쁨과 그 애환을 같이 노래하고프이..

 

 

진정 이세상이 그렇게 되어 이 반구에 그러한 소망의 실현이 가득하기를..

 

 

무릉반석 암각서인데..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석이라 씌여 있다..

각각 다른 종교나 사상에서 언급되는 말이지만 한 마디로

신선이나 부처 현인이 능히 즐길만한

아주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 산행의 끝자락..단순한 백두대간이 아닌 깊고 깊은 사색의 시간이었고,

계곡의 흐름을 통해 삶과 우주의 운행원리를 돌이켜 본..시간이었다..

 

 

세월은 바람따라 날아 가듯이 휘이~~

바람은 나비처럼 떠밀려 우르르..쏴아..

저무는 햇살에 저 무릉수는 잘가라 덤덤하게 인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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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eep Is Your Love - Bee Gees

And when you rise in the morning sun
I feel you touch me in the pouring rain
And the moment that you wander far from me
I wanna feel you in my arms again

And you come to me on a summer breeze
Keep me warm in your love
Then you softly leave
And it's me you need to show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I really need to learn
'Cause we're living in a world of fools
Breakin’ us down
When they all should let us be
We belong to you and me

I believe in you
You know the door to my barest soul
You're the light in my deepest, darkest hour
You're my saviour when I fall
And you may not think I care for you
When you know down inside
That I really do

And it's me you need to show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I really need to learn
'Cause we're living in a world of fools
Breakin’ us down
When they all should let us be
We belong to you and me

And you come to me on a summer breeze,
Keep me warm in your love
Then you softly leave
And it's me you need to show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I really need to learn
'Cause we're living in a world of fools
Breakin’ us down
When they all should let us be
We belong to you and me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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