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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불교의 반야경,유마경,화엄경과 함께 대표적인 초기 대승경전인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이라 우리가 줄여서 말하는 경전에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만나면 헤어짐이

정해진 수순이요..떠난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씀이 있다..

 

현생, 현세에 국한되지 않는 윤회의 원리를 기초로 한 말씀이지만

대부분의 인용자들은 보통 잠시의 이별이나 누군가 떠날 때 건배사에

자주 언급하곤 한다..실제는 카르마에 의한 업장에 의한 인연이

죽어서도 다음생에 다시 어떤 형태로던 만나게 된다는 심오한

가르침이 있는 명언이다..

 

 

이제 나는 오십인생의 절반을 보냈던 이 아릿함 가득한 직장을 떠나..

 

 

폭풍우 가득한 저 험한 길을 다시 나서고자 한다..

 

 

나는 과연 나의 꿈을 잃지 않았는가?

나는 남김없이 내가 함께 한 동료,선배,후배들을 위해

전력을 다했는가?

 

 

나 혼자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꿈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그들의 소중한 꿈과 미래의 여정에 내가 혹여나 방해는 되지 않았는가?

 

 

그 아름다운 꿈을 위해 깊은 심력을 다해 기도하고 실천하였는가?

 

 

감히 그들의 어두운 길에 조그마한 밝음이라도 주고 길잡이가 되었는가?

 

 

가슴이 저리고 콧등이 아릿하다..이 감정의 근본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나는 진정으로 나의 동료들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하면서 나의 가벼운 언행으로 인해

혹여나 그들이 상처받고 서러워하지는 않았는지..

 

 

깊은 산자락 그 곳에서 호흡하노라면 문득 후회될 일을 지금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맑고 투명한 세상보기를 꿈꾸었던 나는 과연 그 소망을 얼마만큼 이루었는가..

 

 

돌아서 보건대 거대한 버팀목 하나와 마음의 지주목 하나로 간신히 버텨온 것은 아닌지..

 

 

서럽도록 춥고 시린바람 부는 어느 날 나는 어떤 반추를 하게 될까?

 

 

하이얀 겨울의 어느날 선자령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맹세한 그 약속..

나는 지켰노라고, 아니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노라고..

 

서러운 구조조정 막으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막지 못했으며

 

그 많은 동료들 떠나 보내면서 제대로 울음도 삼키지 못했던

 

나만의 아픔과 설움..그리고 돌아서 날아오는 온갖 비수들과 험담..저주..

 

그 날카로운 가시 가득한 비난을 가슴으로 녹이며 속으로 흘렀던

 

핏물가득한 아픔..그리고 그 가시들을 녹여 부드러운 솜공으로

 

만들기 위해 보냈던 불면의 밤들..내가 감당하고 이겨내야 했던 업보였다..

 

내 직장 잘되기를 바라는 염원하나로 30개월을 달렸던 백두대간..

 

10시간 이상씩 험한 산 타고 나면 며칠이고 아파서 걷지도 못하고

 

숱하게 연차쓰고 간신히 출근해서 절뚝 거리면서도, 또 사정을 알지 못하는

 

동료들의 오해를 뒷통수로 받아 내면서도, 산행중 넘어져서

 

허리 돌기뼈 부러져도 나는 가고 또 갔으며 포기의 달콤한 유혹보다는

 

내 반평생 바친 이직장의 안정이 더 크게 나를 이끌고 갔고..그래서..

 

나의 염원 그 염원과 약속을 지키고자 했고 지켰으니..

 

이제 허투루 한 말이 아니라 나의 할 일을 다하였으니

 

내 직장이 어지간한 바람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내공이 쌓이고

 

구조적으로 안정되었으니 나는 이제 그 약속을 지키고..

 

뒤안길의 쪽문을 열고 나가고자 한다..

 

 

 

나는 가도..남은 이들이여..

 

부디 서로 서로 돕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어설픈 한 행자가 꿈꾸었고 이루고자 했던 아주 작은 세상..

 

모두가 맑고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 세상..

 

그런 소담한 세상 가꾸고 만들어 주세..

 

원망거리 많거들랑..나를 욕하고 매질하되,

 

함께 하는 동료들을 아끼고 위해주고..

 

가끔씩..아주 가끔씩 나를 기억해주고

 

떠 올려 준다면..하늘보고 눈 껌뻑하고..

 

남은 자들이여..

 

부디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는 현명함을 갖추고..

 

절반의 실패만 안고 가는 나의 가슴에..

 

지금 가득한 것은 아쉬움, 설움이 아니라..

 

남은 자들이 오로지 그저..무조건..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

 

그 간절한 염원만이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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