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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건강

제주 올레길 8코스(월평-대평)

 

화사한 봄 날은 변함없이 대지의 기운을 휘감아

온천지를 밝고 노랑, 분홍의 세상으로 피어내고,

 

어설픈 행자는 오늘도 바쁜 오전 근무를 끝내고

올레길 8코스로 향한다..

 

송이슈퍼에 차를 주차하고 출발한 시간은 거의 두 시경,

지도상으로는 16킬로 정도 된다고 나와 있는데

일단은 걸어봐야 한다..약 네시간에서 다섯 시간을 예상한다.

 

 

오늘 코스의 하일라이트는 코스 끝자락에 있는 대평해안 절벽과 주상절리다..

자유롭게 피어난 유채와 절벽, 그리고 바다의 차분함이 문자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15분쯤 걸어가니 약천사가 나온다..말 그대로 약수가 솟아나는 사찰인데

상당히 큰 규모지만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는다..그래도 대구 팔공산 은해사의

교구에 속한다고 한다..

 

 

수백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에 비하면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 절이다..

규모도 웅장하고 특히 제주 남쪽 바다를 끌어안는 느낌의 분위기는 다른 여타

육지의 사찰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약수가 송송 솟아 오른다..하기야 제주도의 어느 곳에서야 이런 좋은 물이 나지 않겠는가..

물 맛은 약간 달착하면서 부드럽니다..위장병이 있는 사람이면 아주 좋겠다..

 

 

절 내부에서 바다를 보는 조망이 아주 일품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숨져 간 수 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위령탑..

 

 

약천사를 벗어나자 마자 여태껏 지나 온 올레길과는 조금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제주의 동중부 남쪽 해안에 있는 개울들이 대개가 다 건천인데 비해 이쪽

서남부 지역은 거의 풍부한 물을 품어내고 있다..

 

 

그냥 고민할 것 없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지친 심신을 위로 받을 수 있는 곳..

이것이 바로 제주 올레길의 힐링기능이겠지..

 

 

아주 늘씬한 몸매의 말들이 한가로움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생업에 전념하고 있다..ㅎㅎㅎ

 

 

해안가의 정경은 여느 바다와 다르지 않지만 걸어가는 마음은

그 때 그 때 사뭇 다른 상태로 바다를 바라본다..

변치 않는 것은 자연이나 오로지 내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수수한 꽃 들과 바다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잠시 쉬면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홀로 아리랑 올레길 걷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외로운 행자는 걸음을 계속할 뿐이다..

 

 

멀리 산방산의 실루엣이 환영인 듯..아른 거리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대포연대..문화재 보호구역이라 들어가지는 않았다..

 

 

숨을 쉬며 걸어가는 길은 숨을 멈추고 바라보는 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늘 그대로 있고 자연스러운 섭리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그것이 득도인 것인가?

 

 

주상절리대가 보인다..가끔은 자연이 더 인공스럽게 피조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솟아오르는 용암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저리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물리법칙과 당시의 환경적인 요소가 창조해 낸 신비함..

 

 

그래서 자연은 늘 존경의 대상이고 그 존경조차도 무심한 듯 흘려 버린다..

 

 

마치 잘 조리된 깍두기 같은 모양새..모두들 탄성을 내지른다..

 

 

허허로운 바닷물이 감응하 듯 주위를 맴돌면서 속삭인다..

 

 

 

저 육각형 주상절리도 또다시 영겁의 세월을 지나면 동글동글한 형태로

깍이고, 먼 미래의 후손들은 또 그 모양을 찬양할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지구행성의 아름다움..글리제 행성에도 있을까?

있다면 언제쯤이나 그 것을 직접 볼 수 있을까..

 

 

이 척박한 환경에도 저 잡초는 생명을 내리고

하늘의 빛과 이따금 내리는 생명수 같은 빗줄기로

결코 길지 않을 자신의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 갈게다..

 

 

코발트 색깔의 바닷 물이 더욱 영롱한 것은 지쳐가는 삶에서

무엇이라도 지탱하고 기대고 싶은 간절한 열망의 색깔이 투영된 것이다..

 

 

멀리 하이얏트 호텔과 색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한 마리 야수가 바다를 보고 짖어대네..

 

 

외거북이 한 마리가 하늘에게 전통을 넣고 있는 것일까..

간절함 보다는 기다림이 더 절실해 보이는 이유는..

 

 

가끔은 사람들도 자연과 어울려 썩 괜찮은 전경의 일부가 된다..

 

 

온 천지에 깔린 야생화 더미에 갈 길 바쁜 행자가 숨을 잠시 고르고..

 

 

애써 꾸며 놓은 장식과 치장에 대단하진 않지만 감탄도 널어 놓고..

 

 

주상절리와는 또 다른 자연의 절묘한 조각상에 하단전 저 깊은 곳에서

울리는 감명의 소리..와우~!!!

 

 

그저 마음 맞는 이 있으면 같이 걸터 앉아 진한 농주 한 사발 들이키며

세월을 희롱하고 고담준론으로 봄을 익혀 낼텐데..

 

 

지치고 외로운 사람에게 이 나무 의자는 아주 좋은 쉼터가 될 터이고,

앞뒤 재지 않고 돌격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걸림이 될 것인데..

인생살이 보는 관점과 나의 내공에 따라 사물과 각각의 인간이

차지하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

 

 

아기 자기한 꾸밈에 그 정성을 깊이 존경하며..

 

 

오름 길에 잠시 올라 따사로운 햇살과 그 빛이 연출해내는 장관을 음미하다 보면..

 

 

염화 시중의 미소는 아니더라도 그저 이 한순간

중단전을 가볍게 울리는 감동으로 받아 낸다..

 

 

봄은 단지 색으로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그 느낌으로 만물을 채색한다..

 

 

로드 스튜어트의 세일링을 읊조리며..

 

 

색달 해수욕장의 차분한 전경에 담배 한 모금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앙증맞은 펭귄의 알싸한 몸놀림에 절로 웃음이 나오고..

 

 

나른한 봄 날 오후의 느낌으로 꾸벅 꾸벅 졸아대는 물 범의 한가로움도

봄의 흔한 전경이자, 느낌일 것이다..

 

 

어린 남매의 모래 언덕에서의 장난이 여여하게 덤덤하고..

 

 

꿀렁 대는 나무판자 길이 주는 느낌은 설레임이다..

 

 

아직은 찬 바닷물에 손만 적시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훌러덩 하고 뛰어들 곳..

 

 

언듯 봐서는 호텔인지..초호화 유람선의 객실인지..헷갈린다..더위를 먹었나 보다..

 

 

중문 단지를 지나는 길은 괴롭다..골프장 때문에 거의 시내를 관통하면서 완전하게

한시간을 돌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좀더 자연스러운 올레길을 기대해 본다..

 

 

다리 난간 하나에도 이런 미학적 요소를 배치해 준 그 감각을 찬양하며..

 

 

주민들을 위한 간이 목욕탕에 들어가서 혼자 거울셀카 놀이도 즐겨본다..ㅎㅎ

 

 

내가 명명하기를 Dog & Bugs다..ㅎㅎㅎ

 

 

대왕수천 입구인데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사랑하는 님과 정말 느긋하게 걸으면서 이런 저런

대담을 나누며 발도 담그고 탁주라도 한 턱수바리 끄윽 하고 들이키고 싶은 곳..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 아담하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려 낸 명품이다..꼭 들러봐야 할 곳에 추가..

 

 

제법 이색적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화로움..

 

 

곳곳에 널린 야생화는 나그네 마음에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시상을 떠올리게 하고..

 

 

낙차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우람찬 폭포에 시원함을 훔쳐간다..

 

 

백 개의 강과 천 개의 하천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하나로 모이니..

 

 

그 하나 된 바다가 다시 하늘로 구름되어 올라 비가 되어

그 원류를 채워내는 것..오묘하고도 단순한 이 순환의 진리..

 

 

그 내릿물을 받아 이렇게 채워 놓으니 논짓물이라 한다..

 

 

간간히 화려하지 않아도 작고 앙증맞은 주상절리들이 계속 펼쳐지고..

 

 

노오랑 빛이 투명한 바다를 꾸며내어 단조로운 모노톤을 달래준다..

 

 

산방산과 대평해안절벽..그리고 야생화가 절묘한 그림을 그려낸다..

 

 

끝이 보이는 오늘의 이 코스..제법 길다..벌써 네시간이 훌쩍 넘어 해가 넘어 가려고 한다..

 

 

이름하여 꽃이지만 마음으로는 심신 달래미로 읽으련다..

 

 

말 그대로 깍아지른 절벽..그 날카로운 아찔함이 만들어 내는 즐거움..경치..

 

 

두 그루 소나무가 다정한 부부처럼 야생풀들의 호위를 받고..

 

 

철 이른 바닷가 잠녀, 해녀들의 고즈녁한 지침이 저녁을 맞이하고..

 

 

거의 오십 리 길 둘레 둘레 걸어 온 오늘의 끝자락..피곤보다는 아쉬움..더 가고 싶은데..

 

 

휘파람 불면서 뛰어가지는 못해도 사라 브라이트만의 감미로움 가득한

허밍처럼 다가오는 대평리 포구의 전경..

 

 

다음 올레길의 출발코스..오늘의 종점..

 

다시 800미터를 걸어 버스 타는 곳에서 30분 기다리고 중문우체국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월평 송이 슈퍼로..다시 차를 몰고 남원으로 오니

벌써 시간이 8시를 훌쩍 넘었다..

 

그래도 별로 배 고프지 않고 발바닥이 조금 아릿한 것 외에는

피곤하지가 않다..집 근처에서 고기국수와 한라산 소주 일병을

비워내고 꿈나라로 간다..

 

계속 먹고 있는 제주홍암가의 현미김치(홍암참살이), 보리김치(홍암맥아소)를

꼭 휴대하고 다니면서 가끔씩 먹어주면 입도 개운하고 별다른 체력소모를

느끼지 못한다..건강한 삶..자유로운 삶..유사제품들이 많지만 진정

원조현미김치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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