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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건강

제주 올레길 9코스(대평-화순) 행자는 오늘도..

 

토요일 오전 근무하고 남원쪽은 그래도 날씨가 괜찮길래

올레길 9코스의 출발점인 대평포구로 향했는데..

이 무슨..크지도 않은 섬이 동서로 날씨차이가 이렇게

나는 것인지..대평포구에는 시속 2백킬로는 될 것 같은

강풍과 수평으로 내리는 비 때문에 한 30분 기다려 보다가

그냥 철수..

 

일요일 아침에는 일기예보만 믿고 한라산 영실 코스로 향했으나

역시 강풍과 엄청난 양의 눈보라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다시 올레길 9코스로 향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기온은 뚝 떨어져 있고 사람을

날려 보낼 것 같은 강풍이 바닷가를 흔들어대고 있다..

 

그래도 씩씩하게 두 번 씩 연달아 회황할 수는 없는 법..

 

 

 

 

 

바람이 분다..바람이 불어..깃발 나부끼는 소리가

마치 따발총(페페샬) 긁어대는 소리처럼..

 

 

하늘은 통쾌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역시나 이곳이

제주..바람많고 세기로 유명한 제주임을 여실히 알려준다..

 

 

출발기점인 대평리 입구..아담스런 마을이지만 올레길의 인기에 편승하여

수 많은 게스트 하우스가 새로이 건축중에 있다..

 

 

바다는 늘상 보아도 그 가슴트임과 파도소리 철썩임..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어설픈 행자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이제 가파른 해안절벽을 올라야 한다..꽤 높아 보이지만,

그래도 백두대간을 종주한 나로서는 가벼운 산책의 느낌..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길이 매우 한적하다..오고 가는 이 전혀 없는

역시나 외로운 행자의 홀로 아리랑 길이다..느낌이 너무 좋다..

 

 

오르면서 잠시 오른 쪽을 쳐다 보니 웅장하지는 않지만

꽤 깊어 보이는 협곡이 보인다..비가 많이 오면 저 협곡은

한라산 자락을 둘러 온 물길로 가득 찰 것이다..

 

 

어릴적 시골에서 아주 즐겨 먹었던 보리똥이라는 열매..

시큼 털털한 맛이 그리워 몇 개 따먹어 보았으나 아직

떫은 맛만 강해서..퉤..퉤..

 

 

박이기정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본 대평포구 해안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가 이 한적하면서도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런 것에서 영혼이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절벽 정상부위는 이렇게 산책하기 너무나 좋고 편안하게

길이 나 있다..서두를 것 없이 털레 털레 걷다 보면

온갖 시름이 스르륵 사라지나 보다..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다..

 

 

뉘라서 이런 절경에서 잠시 쉬어 가지 않겠는가..

욕심이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다정하게 걸을 수 있다면,

평소 나누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얘기라도 곁들인다면,

거침이 없는 마음의 공감..그것이 이 길의 매력인게다..

 

 

저 아득한 먼 길, 거의 칠십킬로 길을 걸어 왔다..

다시금 시간이 난다면 역방향으로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촉촉하고, 바람은 시린 듯 겨울기운을 아직 품은 듯

목덜미를 스치는 느낌이 매우 차다..나그네의 여정은 봄과 겨울을 품고 간다..

 

 

그 옛날 이 정선씨의 노래..파도야~ 말해주렴..바닷 속 꿈 나라를..

 

 

멀리 가파도가 언제 올거냐고 득달하듯이 보채는 느낌..기다려라..

다음 코스에서는 너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첫 만남을 축복하리라..

 

 

마치 양탄자를 걷는 푹신한 느낌..몸조차도 걸음 자체에서

감응을 받고 좋아서 마구 날뛰는 기분..행자의 만행은 즐겁다..

 

 

누군가 옮겨 놓은듯한 바윗돌 하나..산방산을 그리는 것일까..

세월의 풍적을 담아 말없이 지나는 과객의 대상없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월라봉 전경..그리 날카롭지 않게 수수하면서도 나 여기 있소 하면서

바라봐 주기를 기대한다..

 

 

약간의 내리막 길이 있고 다시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 길이 있다..

우리네 인생사..골이 깊으면 시름도 깊고 시름이 깊으면..

 

 

화순 해수욕장 옆에 있는 산방산과 화력 발전소..

 

 

그다지 위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뻣댐이랄까..

이 곳에서 잠시 쉬면서 물도 한 잔 마시고, 아침을 먹지 않은 탓에

시장기를 달래주려 현미김치, 보리김치 하나를 까서 먹었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느낌이 이랬을까?

 

 

제주 홍암가의 홍암..널부른 바위..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인연되는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하여..

 

 

그 세찬 바람이 잠시 멈추고 오름길에 내리는 햇살과 동백꽃 떨어짐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지나는 행자의 가슴에 아릿한 그리움을 심는다..

 

 

그 바위와 평탄한 오솔 길과 멀리 산방산의 제법 헌걸찬 모습으로

오늘의 올레길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월라봉에 일본군들이 지어 놓은 진지 동굴..깊이가 80여미터나 된다고 하니

최소한 중대병력이 은거하면서 저항할 수 있겠다..쓰린 과거의 모습이지만

후손들이 늘 지켜보면서 알아야 할 우리의 흔적이다..

 

 

이런 진지 동굴을 만들기 위해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을 고초와

그 뼈마디 마디에 서린 서러운 한들을..다시는 물려 주지 않아야 한다..

 

 

으슥한 느낌의 그 동굴에서 바라본 바깥 세상의 아름다움..묘한 카코퍼니..

 

 

동굴진지는 비록 직접적인 공격에는 견디어 낼 지 몰라도 결국

단체로 떼죽음 당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일본군들은 몰랐던 것일까?

 

 

한가지 감탄스러운 것은 지은지 거의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났는데도

그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일본군들이 태평양 군도에서 벌였던 그 끈질긴 저항의 끝은 결국

단체 옥쇄..쓸쓸한 죽음..그것이었다..

 

 

나무 데크로 깔끔하게 만들어 놓았어도 이 진지동굴 사이를 걷는 느낌은

유쾌할 수 만은 없다..

 

 

월라봉 산자락에 지어 놓은 동굴이 수십개가 된다 하니 얼마나 많은

하르방, 할망들께서 고역을 치렀을까..마음이 싸아하다..

 

 

산방산은 애써 그날의 고통을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리고 앉아 있고..

 

 

언제고 랜턴 챙겨와서 각각의 진지동굴 안을 헤쳐 보고 싶다..

 

 

제주도 내륙지방의 평활한 모습..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군들이 이 곳 제주까지는 공격을 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원형을 그런대로 지켜 낼 수 있었다는 것..

 

 

세찬 바람이 이따금 멈추면 여지 없이 따사로운 햇볕이 그림같은 전경을

빛으로 투영하고 원색의 색감으로 채워 넣는다..

 

 

월라봉의 끝자락에서 이 진지동굴들을 바라보매..자연은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보호되고 물려주어야 한다..아픔은 아픔대로..못나면 못난대로..

 

 

정말 제주는 그냥 사진기만 들이대도 그림이 나온다..희안한 곳이다..

 

 

연초록 가득한 이 자연에서 화려함 보다는 수수한 그대로의 느낌을

즐기는 것..올레길 트레킹의 참 맛이다..

 

 

그 산과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끊임없이 흐르는 계곡물..

제주의 아름다움이자..하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기화요초는 아니라도 흐름과 유채의 어울림..

 

 

흐름이 있고 멈춤이 있고, 그것을 사색하는 외로운 행자의 느낌이 있다..

 

 

비록 올레길 자락에서 벗어나 있지만 청허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가 보고 느끼고 렌즈에 담는다..

 

 

송아지 두 마리와 암소 한 마리..이른 봄을 지켜내기 위해 나온 것일까..

 

 

9코스의 장점..시큼 털털하지만 이번 것은 제법 맛이 있었다..

한 입 가득 채워넣고 퉤..퉤..씨를 뱉어내는 재미도 좋다..

 

 

웅장한 폭류는 아니지만 느릿한 흐름으로 에둘러 흐르는 실개천..

 

 

청허가 제주에 오면서 한결 더 느긋해진 느낌이다..

 

 

아직까지 오고 가매 만나는 사람 없었지만 경치를 즐기다 보니

외로움 느낄 겨를이 없다..^^

 

 

이제 거의 끝길이다..산방산이 고집스럽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기성이라도 봄은 봄이다..

 

 

한 여름이면 팬티만 입고 텀벙 뛰어 들고 싶은 개천..

 

 

소담스러운 경치가 자꾸만 나그네의 발길을 여며쥔다..

 

 

설익은 보리가 바람을 타고 노래를 한다..쓰쏴쏴싸싸..샤라락..사라락..

 

 

네가 어떻게 내 정상을 밟을껴?..생뚱맞은 표정으로 나를 반기는 산방산..

기다려라..오늘은 아니더라도 다음주에 사방스럽게 너를 안아주마..

 

 

옥돔구이 정식이다..성게 미역국과 정갈스러운 반찬..그리고 필수음료..

아침을 굶어서일까..몇 잔에 불콰하게 취기가 오르고 오늘의 올레길 탐방은

여기서 접는다..

 

혹여 9코스를 화순에서 마치는 분은 사전에 버스 시간표를

잘 확인해서 맞추어야 한다..안그러면 몇 시간이고를 기다려야 한다..

한 시간을 덜덜 떨다가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대평으로 향했다..

 

너무 떨어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현미참살이와 보리 맥아소

덕분에 한 숨 자고 나니 만사 오케이..다음은 산방산 등산과 10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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