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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주명리학 이야기(4편)

그 산X이라는 친구가 김영동의 아침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천천히 동작을 취하는데,

처음에는 그 단체에서 기운을 타고 몸의 근육을 흘려 내리는 현무라는 것을 하는 줄

알았는데 동작자체가 자연스러운 기운의 흐름이 아니라 제식화 되어 있으면서도,

剛速弱徐를 무작위로 반복하면서 여러 자세를 취하는데, 대부분의 동작이 발끝이던,

손끝이던 안쪽 방향으로 꺾는 즉, 易筋역근의 자세였다. 잠시 물끄러미 보던 내가

 

" , 저게 브루스 리가 얘기하던 기천이 틀림없다"라고 탄복했다.

 

여기서 브루스 리는 이소룡이 아니라,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알게 된 자칭 태권도 집안의

장남인데, 부산에서 껌 좀 뱉다가(기도 이런 것을 오래 했다고 한다), 우째 흘러 흘러

호주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안내인 역할을 맡으면서 멜번에 잠깐 들리게 되었고,

이쪽 바닥이 원래 그런건지, 나와 친하게 친했던 노의준 관장과 연결이 되어 우연하게

식당에서 함께 만났는데 나이도 동갑이라 술김에 그냥 친구 먹자고 했던 사람이다.

 

이소룡처럼 호리호리 한 스타일이 아니라 땅딸하면서도 목, 어깨가 아주 발달한 친구인데,

그날 술집에서 노관장과 내게(당시 나도 합기도의 제법 되는 고수로 거시기 되어 있었다)

태권도 5단인 자기가 요즘 한국에서 비전무술로 알려진 기천 수련을 한 1년여 했는데

정말 탄복스러운 무술이요, 실전 최강의 무술이라고 게거품을 물면서 떠들었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지만 사람 좋고, 순박한 노관장은 그 무술을 잘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그래서 한번 겨뤄보자고 하는 식의 그야말로 무술판 이야기가 벌어졌었다.

 

그 때 소주에 취해, 호주 Victorian Bitter에 헤롱헤롱하던 브루스 리가 자리에 앉아서

손동작 몇 개를 보여주는데 한편으로 보면 사학비권 같기도 하고 중국 내가권인 형의권 같기도 했던,

하여튼 좀 독특했던 기억이다.

 

아무튼 산X이 펼쳐내는 화려하면서도 유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박력 있는

기천무氣天舞를 보니 이 친구의 내력이 어느 정도 감지가 되었고 문득 전에

언급했던 장군봉 뒤의 토굴에서 수련한다는 그 친구가 궁금해졌다.

 

으레 그렇듯이 수련회 모임이라는 것이 앞 부분에서 다소 형식적인 만남,

인사, 주연, 시범행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수련과 개인별 수다시간이 진행되기 마련이고,

그 날의 그 모임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으로 많은 술과 헛방과 고성이 오고가고

새벽 서너 시가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아침을 챙겨 먹는 둥 마는 둥 나와 산X은 생수 하나 집어 들고 가파르기 그지없는 산을 타기 시작했다.

한 두어 시간을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나니 겨우 안부에 접어들었고,

 

어제 마신 술이 전부 땀으로 나오는지 출발할 때 미식거리든 속은 어느새 평안하니 약간 쓰린 기분만 들 뿐이고

물은 진즉에 다 떨어졌다. 이 친구도 산은 제법 탔다.

 

내가 길을 모르기에 뒤에서 따라 갔는데 뒤에서 봐도 차고 오르는 기운이 제법 산을 맛 본 솜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부에서 길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길이 거의 없고 희미한 흔적만 있는 곳이데,

높이가 한 이 미터는 됨직한 바위에서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곳으로 뛰어내려야 했다.

 

모르는 사람이면 결코 택하지 않은 등산코스였고, 나도 가볍게 경공술(?)을 써서 내렸다.

그리고 산모퉁이 두어 곳을 돌았을까. 깎아 내린 절벽 바로 앞에 석간수가 졸졸 흘러내려 고인 샘터가 하나 있고 언 듯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얕은 동굴에 나무와 비닐을 덧대어 돋아 낸 토굴집이 보였다.

 

앞에서 가던 산X도사X, 다 왔습니다. 여긴데 아마 이친구가 나와 있으려 했는데 하여간 안으로 들어가시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대 끈으로 만들어진 손잡이를 쥐고 비닐 문을 들어서 열자,

 

바깥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선선하지만 깔끔하게 꾸며 놓은 내부가 보였다.

 

그리고 두 명이 겨우 누울만한 평상에 이불이 군대식으로 잘 개어져 있고, 주전자와 페트병 몇 개에 물이 담겨져 있고

블루스타 곤로에 몇 가지 식기가 차곡차곡 놓여 있으며 조금 더 안쪽에는 몇 개의 위패와 촛불,

 

그리고 스님들이 쓰는 방석이 두 개 정도 놓아져 있는 여섯 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안에서 잠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는데 뒤쪽에서 굵직한 톤의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슬쩍 돌아보니 유유상종이랄까 산X과 비슷한 이미지(아마도 이번 정모 때 오신 현역 전차대대장 스타일의 문XX님을 연상하면 딱이다)의 중년남자가 제비꼬리 머리에 수염을 김봉곤 촌장처럼 기른 채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리고 내 뱉는 말이 아주 충격적이다.

 

(5편에 계속)

출처 : 잇빨중사카페 ★ 잇빨기행여단
글쓴이 : 청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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