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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백

家長으로 살아간다는 것

 

 

내 나이 쉰 넷..

 

팔순 후반의 어머님을 모시고

집사람과 아들과 올해  딸 아이 이렇게 다섯 식구가

그럭 저럭층의 삶을 살고 있다..

 

넉넉한듯 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며

늘 쪼달리는 것 같지만 웃음을 안고 살려고 하고

 

뚜렷한 벌이의 직장도 없이 이런 저런 일에 치이고

확실성 없는 미래를 어쨌거나 만들어 가려고 늘상 마음만 바쁘고

몸은 항상 지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현재의 부족함을 감수해야,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마음만 그럴뿐 마음먹은 것의 십분지 일도 해 주는 것이 없고

 

남한테 꿀리게 살게 하긴 싫어서 아들이나 딸이나

조금은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것..

 

작은 집안의 능력 잃은 가장이 늘 마음 속에 천근의 무게로 가져 가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걱정하시는 가족들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안그런척 툴툴 헛 폼을 잡고 이리 저리 허세를 부려 보고

 

좋은 직장 다니던 과거처럼 거나하게 마실 여유도 사라지고

어쩌다 술이라도 한잔 거하게 마신 날에는

몸과 마음이 참으로 힘이 든다..

 

그래도 내 몸 건사해야 딸린 식구들 걱정은 덜겠다

싶어서 좋아하는 술도 애써 사양하고 마다하는

나날이 지속되니 알싸한 소주의 참맛을 잊은지 오래다.

.

 

백화점 끝나고 뒷정리 하고 나면 열한시가 훨씬 넘어

너무 늦은 저녁에 수련 강도도 만만치 않아서

저녁이라도 먹을라 치면 늘 자극적인 음식의 유혹을 넘지 못한다..

 

그것도 시간에 쫓기다 보면 늘 부실하게 마련이다..

 

온통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이고

애면글면 몸이나 풀고 끝내고 나면 그나마 상쾌한 몸과 마음이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면 천근만근의 무게가 짓누르는

매일의 일상

 

우리네 586세대..

대개의 삶이 이럴 것이다..

 

잘난 부모라도 만나지 못하면 끝내 자신을 추스리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고 말고,

머리라도 뛰어나지 못한 사람은 몸으로라도 만빵을 때워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가끔씩 막걸리에 부추전이라도 부쳐 먹는 것이다..

 

아바와 비틀즈와 비지스와 산울림의 음악이 새삼스럽게 눈물나도록 가슴에 짜안 한 것은

그 젊었을 시절..이런 고된 삶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것임을 지금은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부모를 모시고 자식에게 가장 먼저 버림을 받는 세대가 우리세대라 했다..

팍팍한 세파에 그래도 낭만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 저 한 곳에 말라 비틀어져 있을지언정

형체를 유지하는 세대..

 

아직도 여름비 내리면 그냥 뛰쳐 나가서 맞고 싶은 우리네 세대..

 

평범한 한 가족의 가장이 누리기에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것이 많다..

 

자식은 최신유행의 고가품을 사줘도 정작 나자신은 구닥다리 패션에 아나바다를 사용하고,

자식은 나이키에 빈폴 티셔츠를 입어도 저녁 밤거리에는 그냥 떨이용 셔츠에

텁텁한 신발 하나로 산책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이렇게라도 허위허위 살아가는 이유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내 가족들에게 조금은 덜 모자란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라면

기꺼이 그 시큼하고 떫은 맛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쉰 넷의 가장이 허위 허위 하늘을 보면서 신음깔아서 내뱉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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