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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치다

 

 

지난 주 회사동료 팀장들과 대구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으로

범어네거리에 있는 ' 고향 칼국수 ' 에 갔다.

 

묵채니, 찌짐이니 시켜놓고 저녁식사를 하다가 화장실에 잠시 갔다 오면서

식당입구에서 내가 그렇게 열성을 다해 수련했던 석문호흡 대구 모모지원장을 만났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부터 카랑한 목소리가 어쩐지 귀에 익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가이 악수를 나누고 근황을 묻는데

지원장曰,

지원장, " 요즘 수련 안하십니까?  "

나,        " 수련하고 있지요..^^ "

지원장,  " ...... "

나,        " 옛날에 도화재 수련하기 전에 했던 국선도를 다시 시작했슴다.."

지원장,  " 아니 왜?..도화재가 더 나은 수련법인데.."

 

잠시 혼란에 빠졌다.

 

수련법에 우월 열등함이 있었던가?

도화재가 국선도보다 더 좋다는 근거는 뭔가?

 

그러다가 대답을 했다..

" 전 국선도가 더 체질에 맞나 봅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제 도장에 한 번 놀러가겠다고 얘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지원장과 함께 왔던 사람을 언뜻 보니 50대 초반에 세파에 찌든 우리네 대한민국의

중년층의 모습 그대로였다..

 

' 저 사람도 뭔가 현실에서 벗어난 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저 수련을 하겠지 "

그런 생각을 했는데 왠지 모를 측은감이 더 크게 가슴에 자리 잡았다..

 

한 때 이 수련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도 뿌리치고 뛰쳐나와서

밥숟가락 놓으면 수련에 매진했던 시절..

 

우여곡절 끝에 원래 다니던 회사에 복직을 했지만 그 때 수련에 올인했던 약 2년여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흔히들 주화입마走火入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수련법이 잘 못되었거나 수련인이 무리한 수련(호흡)을 했을 경우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컬어 쓰는 말인데..

 

현실적 감각이 무디어지거나 환상에 사로잡혀서

나 처럼 직장, 가족 팽개치고 저질렀던 99년의 그 행동도 일종의 주화입마이다..

 

다행히 지금은 수련의 목표를 현세의 도통이 아니라 내세, 아니면 차차기 인생에서라도

그렇게 도달할 수 있도록 기초나 제대로 닦자 하는 마음에

가족을 돌보고 직장생활 열심히 하면서 틈나는대로 국선도 수련하면서 심신 보양하고,

등산하면서 호연지기 키우면서, 몸이 허락하는대로 동료들이나 지인들과 술도 한잔 하는

보편적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지나친 욕심, 남보다 앞서 가려는 욕심, 내가 특별한 줄 착각하는 허영심, 현실을 무시한

해리적 사고관이 바로 주화입마로 들어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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