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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지리 화엄계곡

폭염이 쏟아지던 지난 일요일, 토요일 저녁의 아버님 기제사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누이자 마자 다시 일어나 아직 잠자리에 있는 많은 친척분들을 뒤로 하고

지리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올해 들어 열번도 넘게 가는 88고속도로 지리산 가는 길..

 

변함없이 그 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위엄을 뽐내고

회사의 춥디 추웠던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반 우울증도 오고

순간순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져서 참으로 서러운 가슴을 저미고 살았던

지난 1개월의 시간들..

 

그 멍울을 씻어내기 위해 백두대간도 타고 오대산도 다녀 왔지만

결국 종결자는 지리산이 틀림없겠다는 생각에 멀리 서울등에서 오신

친척들을 대접해야 하는 호스트의 임무를 젖혀두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이번 코스는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에 무넹기-코재에서 화엄사로 빠지는

화엄계곡 코스..

 

장마가 막 끝난 직후라서 엄청난 수량에 쏟아지는 물소리만 해도 온 몸과 마음의

응어리가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무넹기의 전설이 있는 무넹기 계곡..

 

 직진하면 노고단..우로 빠지면 화엄사까지 약 15리의 중간급 계곡이 펼쳐진다..

 

 단촐한 개나리 봇짐..물 두 병에 시리얼바 2개..고구마 떡 2개가 오늘의 행동식량이다..그래도 나중에 남았다..

 

 화엄계곡의 시작점..노고단에 흘러 내린 물이 하류의 물과 합쳐지면서 서서히 계곡은 커지고 물은 많아진다..

 

 바위 곳곳에 낀 두꺼운 이끼가 이 곳이 아주 건강한 숲임을 알려주고 있다.

 

 장마가 막 끝난 시점이라 돌 계단 길은 매우 미끄럽고 불안정해서 내려올 때 꽤나 신경을 써야만 했다..

 

 집선대의 왕폭포..도합 네 개의 폭포가 합쳐져서 제법 볼만한 장관을 만들어 낸다..

 

 습기는 높고 기온도 벌써 30도를 웃돌아서 온통 땀 투성이였다..그냥 훌러덩 벗고 뛰어 들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으나..

 

 그저 저 계곡물은 흘러서 흘러서 아래로 내려 갈 뿐..거침이 없다..

 

 국수등의 작은 폭포..수량만큼이나 시원한 한기가 내내 맴돌았다..

 

 습기만 있다면 이끼는 그 곳에 머물고..그 이끼 때문에 황량해질 수 있었더 바위의 운치가 살아난다..

 

 참샘터..수량이 너무 많아서 특유의 차고 시원한 맛은 별로였다..

 

 연기암이다..화엄사의 부속암자답게..잘 가꾸어진 암자인데 문수보살을 모시고 있다..

 

 문수보살 상으로는 동양 최대의 크기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현보살과 함께 부처님의 양 쪽에서 시립하여 보좌한다..

 

 연기암 절 터에서 바라 본 섬진강..화려하지 않고 모나지 않으며 넉넉한 지리산을 닮아 부창부수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나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이 삭막한 세상에 청허의 도리..이상을 실현해 달라는 소원이었을까..

 

 한 줄기에서 저렇게 많은 굵은 가지를 펼쳐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금강송의 내공에 내심 감탄한다..

 

 화엄사 직전의 용소..유달리 우리나라 산천 계곡에는 용과 관련된 폭포나 웅덩이 소들이 많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무를 닮았다..저 분홍색 끝자락이 야광이라면 참으로 닮았으리라..

 

하산후 바라 본 노고단 전경..해발 800미터를 치고 내려왔다..

 

주어진 산행시간이 6시간 30분인데..아직 세 시간이나 남아서

근처 식당에서 김치 찌게에 이 지역 소주인 보해 잎새주 한 병으로 반주를 삼아도 시간이 두어시간 남아서

계곡에서 알탕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그런대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