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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영양 외씨버선길을 가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대구지역은 연일 32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고 몸은 습기에 눅눅하고 끈적거린다.

 

이럴 때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아무 곳이나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근래 지리산 둘레길, 한라산 올레길이라 해서 산을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닌

그 산자락 주위를 에둘러 가는 도보산책이 유행인데 왠만한 곳에 다 다녀왔는지라

이번에는 조금 생소한 영양 외씨버선길을 가기로 했다.

 

외씨 버선길은 경북 봉화,영양,청송군과 강원도 영월군을 잇는 총 32킬로의 꾸불한 산자락길로

울창한 숲길과 여여한 맑은 계곡, 그리고 더 없이 맑은 공기와 우리 남한에서 가장 음기가 센

일월산 주변의 정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일월산은 일자봉과 월자봉 두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는 일자봉이다..

 

거의 산정상까지 버스로 왔다..그저 먹는다..ㅋ

집사람의 신바람난 표정..여기서 일자봉까지 왕복 3킬로, 월자봉까지 왕봉 0.6킬로로 가벼운 몸풀이 산행을 먼저 했다.

 

이 산정상에서는 동해안의 일출도 즐길 수 있고 서쪽에서 뜨는 달님도 먼저 맞이 할 수 있다고 해서 일월산이라 한다..

 

가득한 풀잎과 나무가 걷는 자체를 즐거움으로 바뀌게 해 주는 명품 숲길..

 

쿵쿵목이?. 옛이름인데 중요한 산행 갈림길 역할을 한다..꼭 도깨비 이름같다..^^

 

일자봉에서 내려다 보는 일망무제의 장관이다..가슴이 트이고 마음이 열린다..

 

오는 길에 주워 든 돌배를 쥐고 마냥 즐거워 하는 집사람..

 

변함없는 유격조교의 내 모습..

 

오늘은 이 경치를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했다..

 

일월산 정상의 바람은 꽤나 시원하고 맑았으나 햇볕은 여느 지역과 다름없이 꽤나 따가웠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등산용 고글을 아들녀석이 잃어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자세가 나오질 않는다..

 

선녀가 웃는다면 마치 저런 표정이 아닐까?..아니 너무 좋아하는 표정이긴 하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마음과 시간을 내어 올려 놓은 돌탑..

 

월자봉이다..이곳에서 매달 그믐이면 전국의 유명한 무당들이 제를 지내는데 그러고 나면 점괘나 신통력이 급상승한다고 한다..

일월산의 기운은 음기이긴 하나 부드럽고 맑다..사람을 배려하는 기운이라고나 할까..

 

나도 그 기운처럼 모든 사람에게 편하고 부드럽고 맑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월자봉에서 내려다 본 전경..압권이 아닐 수 없다..

 

보름달처럼 아름다운 미인이 피어났네..

 

당당하니 인류애가 넘치는 모습..

 

다섯 개의 돌 탑이 이곳을 지나쳐 간 많은 사람들의 정성을 보여준다..

일월산 정상에서 버스를 타고 오분여를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외씨 버선길..

 

칠밭목 삼거리..

 

가는 길은 늘 이렇게 수풀로 그늘이 져 있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서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누군가에게 이 가을에 편지를 써 본다면 누구에게 쓸까?

 

저 아름다운 여인을 나에게 배달해 준 인생의 배달부에게 진정 감사할 뿐..^^

 

흙이 패이고 바위가 부서져도 저 나무의 뿌리는 생명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끝내 포기할 줄 모른다..

산 길을 걸으면서 심득으로 얻어가는 것이다..

 

나에게로 오라..사이비 교주의 폼이다..

 

걷기에 너무나 편해서 이런 길이라면 하루에 이백리도 족히 가겠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창공을 활공하는 사람같은 나무상이다..울창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마대사가 두 팔 아우르고 허공을 쳐다보는 듯한 돌이다..

 

아바타의 여주인공 같은 외모를 한 나방..^^

 

버선 길에서 올려다 본 일월산 정상..참으로 울창한 우리의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산하이다..

 

억새가 양 옆에서 시립하여 가을과 이 산 길의 과객들을 영접한다.

 

걸어 온 길인데 너무 편안하다..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심신의 치유가 될 듯하다..

 

버선 모양의 기념 촬영대..

 

짧은 다리와 몸체이지만 최대한 늘여본다..ㅎㅎ

 

또 다시 사이비 교주의 나에게로 오라..

 

버선발은 다소곳하다..

 

총 길이는 8.3킬로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어울림 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누군가가 심어놓은 돌배..

 

영양의 고추가 원래 유명한데 고추 따기에 여념이 없는 아낙네와 앙증맞은 파라솔이 그림같다..

 

빨갛게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잠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코스모스지만 정겨움이 더욱 남다르다..

 

계곡 숲길 따라 계속 흐르는 시원한 물..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숲길..

 

소나무를 엮어서 만든 간이 다리인데..서정적인 맛도 좋고..약간의 쿠숀도 있어서 재미를 더했다..

 

혼자서 셀카질을 하려는데 집사람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달려와서 같이 찍혔다..나이가 내일모레면 오십인데도 아직 소녀 같다..클클..

 

산행의 모든 것을 갈무리하는 탁족..오고 가는 사람이 조금 있어서 특유의 알탕을 못했지만

저 쾌속으로 흐르는 계곡 물에 머리를 감고 무릎까지 담궈낼 때의 기분은 안해 본 사람을 모른다..정말 끝내 준다..

 

자연치유마을로 알려진 대티골 마을입구에 해바라기가 따가운 햇살을 견디기 힘든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잘 익은 해바라기 씨 한 웅큼이면 반나절이 풍족했었는데..

 

성질이 급한 밤 녀석이 새끄럼이 나 잡아봐라..하고 있다..

 

보기에는 제법 풍성해 보이는 밤송이들..가을은 그렇게 슬그머니 우리 주위에 자리를 벌써 잡고 있었다..

 

1979년에 폐광되기까지 무려 40여년간 일월산에 채취된 금은동 광석 정련시설이다..마치 무슨 토치카를 보는 느낌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따갑고 더운 날씨지만 주변의 경관은 어느새 가을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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