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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12월의 덕유산 눈꽃산행

약간의 감기기운과 침몸살기가 조금 들어 있는 상태..

예전 같았으면 드러누워 꼼짝도 못하고 며칠 끙끙 앓았겠지만,

그래도 청허의 이름값이 있지..제대로 아프지도 못하고..--;;;

 

강원도 지역에 눈폭탄이 터졌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 넘의 장거리를 차내에서 왕복 여덟 ~ 아홉시간을 타야 한다는

끔찍함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덕유산으로 12월 첫 눈꽃산행지를 골랐다..

 

오늘의 동반자는..역시 내 인생 최고의 선물..집사람^^

 

얼마전 인터넷 카페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밝은 색으로

겨울자켓을 아주 아주 싸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기념으로

입고 갔다..혹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으나 12월의 왠만한

산행에는 끄떡없는 발수,방풍,보온 효과가 아주 좋았다..

 

 

해발이 무려 1,614미터 아랫쪽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기온이

온몸을 엄습하였으나 흰 눈을 마음껏 보는 즐거움 하나로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설천봉에 도착하자 벌써 아랫동네와는 판이하게 다른 눈나라가 펼쳐진다..

 

후레이..만세..만만세..설국의 나라로..내가 왔도다..

 

가는 곳곳 눈터널이 만들어지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겨울이 주는 이 특별한 선물에

감동과 설레임이 가득 묻어난다..

 

한 때 천상의 신선에서 어이 어이 사람의 몸을 받아..어쩔 수 없는 이 물리적 세계에서

그저 한 사람으로서 평범하면서 세파에 찌든 삶을 살면서..느끼는..배우는 그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늘 그리운 그 곳의 선경이 바로 이와 같으리라는 생각에..

 

작은 주목에도..커다란 주목에도 하늘의 눈은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내려 앉노니..

 

어쩌면 사람은 그 하늘의 무게를 버거워할지 몰라도 저 나무들은 아름다운 상고대를 피워내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니..자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바로 저 항심과 인내이다..

봄이 되어 저 눈이 녹아 다시 자기를 건사해 준 저 나무들에게 신선한 수분으로 생명을 다시

돋우어 주게 되니..지금의 어깨에 눌린 삶의 무게가 곧 나중에 나의 우리 인간 모두의 밑거름이

될 것인데..

 

그런 깊이를 알양..모를양..나의 옆지기의 미소에는 행복이 터져 나온다..^^

 

당당함과 자신감..그러나 남을 위한 배려..하심과 경청..

어느덧 하늘의 진리가 세속에도 가득하나..욕심과 나를 우선 생각하는 이기심이

세상의 흐름을 탁하고 더디게 한다..

 

불과 몇 달 전 이곳에는 싱그런 여름향기가 가득했고 가을의 전령들이 온갖 홍엽으로

세상을 물들게 했으나 오늘 이 곳은 사람들의 화려한 형형색색 옷을 빼고 나면 흑백사진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조차도 이 소담스러운 흑백의 향연에 그저 은은한 미소로만 존재한다..

 

나뭇가지에 걸쳐 옹골진 눈송이들이 마치 귀여운 양이나 복슬강아지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 낸다..

 

이 높은 설경의 세상에는 흰색, 그리고 흑색만으로도 모든 이치를 담아내고 있다..

 

바위조차도 그 단단함을 풀고 부드러운 하나의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추운 날씨에 고드름이 내리고 그 곳에 다시 눈보라의 흔적이 남아..맛 있는 샤베트를 만들어 낸다..

 

말없이 그냥 그 곳에 억겁의 세월을 고집스럽지만 당당하게 버티어 내는 바위..저렇게 되기에는 얼마나 많은

용융과 흐름과 스침과 풍화의 과정을 거쳤을까..바위에게서 옹심擁心의 미덕을 배운다..

 

향적봉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저 돌에 날라붙은 눈과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그리고 미인..

어찌보면 조화로움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객체와 객체간의 당김이요..엉킴이리라..

 

미소가 만발한만큼..이 겨울 모두에게 가득한 축복이었으면 좋겠다..

 

오렌지와 레몬크롬색상의 조화..흑백의 세상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아름다움이다..

 

이 곳이 마치 히말라야의 어느 한 봉우리의 정상인양..고도감과 운해의 하모니..

 

 나의 선각이 형상을 이루어 발아래 구름처럼 가득하게 세상을 부드럽게 안아 주었으면..

 

잠시라도 그네들의 근심과 아픔을 덮고 아픔을 달래주는 눈과 같은 진리의 말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상은 다시 명멸하고 운해의 역동에 그렇게 늘 그자리에 존재했던 우주의 진리..절대진리..반야의 진리..그립고 그립다..

 

이리 가고 저리 간들..결국에 우리가 가는 곳은 우리가 태어났던 곳..그 곳이 아니던가..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이쪽 저쪽 양분법이 아닌 공존하는 교집합을 꿈꾸어 본다..

 

그리고 그 공존을 같이 안아내는 자비로움과 무한한 사랑의 세계..아마도 고대의 성현들이나

현시대의 지성..고승대덕들과 선각자들이 꿈꾸던 세계일 것이다..

 

널리고 널린 수 많은 진리의 한 편단을 쥐고 이것이 진리라고..내가 쥔 것이 바로 절대진리라고 한다..

 

잠시만 나의 한계를 벗어나 두르고 둘러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진리의 파편이고 구성이다..

 

몽글몽글..댕글댕글..징글징글(이건 아닌가?)한 눈송이들..

 

저 해맑은 미소..장난기..그리고 바라보는 흐뭇함..행복감..부디 모두가 그러하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오늘의 산행은 충분히 행복하다..

 

무색무취무영무감무형의 세계..나의 감각이 지금 그러하다..

 

들이쉬는 숨..내쉬는 숨..그리고 편재하는 이 덕유의 넉넉함..결국 나와 자연이 곧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개인 하늘이 본색을 드러내니..오히려 눈 본연의 색상이 더욱 화려하다..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다운 행성이요..자연이로다..

 

그 누가 이 아름다움을 지켜내고 싶지 않을까..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고 듣고 나를 낮추면 그 아름다움의 궁극적

모습을 누구나 다 같이 나누고 키워 나갈 수 있을텐데..

 

개인 하늘의 햇빛 속에서 더욱 찬연하게 아름다움을 나투는 자연이여..

 

수억가지 색갈이 아무리 화려한들..이 푸른하늘과 흰 눈송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어찌 따라올 수 있을까이..^^

 

덕유가 오늘 작심한듯..자신이 가진 분신들..식솔들의 관능미를 한껏 뽐낸다..섹시하다..

 

그 수수한 감탄 속으로 나를 묻어간다..

 

백련사 입구의 교통계곡에는 계곡수가 시원스레 흘러내리고..

 

그렇게 튀지도 뭉글거리지도 않게 자리잡은 백련사..

 

우리는 오늘 가슴을 가득 채우는 진리체험 산행을 했고..그래서 너무나 기쁘며..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득하다..

 

백련사 입구에서 몇 백만원짜리 최고급 카메라를 가지고 이런 저런 사진을 찍으시던 분이

우리 커플을 보고 한 장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주신 사진이다..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하늘의 조화..인간이 만들어 낸 피조물들의 존재감..그리고 그것을 따뜻하게 덮는 마음..

 

나는 그래서 더욱 청허롭게 살고 싶다..밝고 맑고 투명하게 세상을 보고잡다..^^

 

백련사 대웅전 처마 밑에 떨어지는 눈 녹은 물방울들..낙수 하나에 근심을 같이 떨추어 내고 싶다..

 

                     산돌배 나무인데..연령이 오래되어 지주목을 받혀 놓았다..

 

                    한여름에 왔다면 등목을 하고 싶겠지..^^

 

                    백련사에 여자 유격조교가 떴다..전부 죽은 목숨이다..ㅋㅋ

 

어색함의 극치로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몸부림..@@~~

 

구천동 계곡의 원류인데..물은 청녹색으로 맑고 깨끗하였으며 햇살에 비친 그 모습은 절대자의 모습처럼

투명하게 간들간들 빛난다..

 

내 짝지요..꽃의 신선이다..

 

긴 산행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풍부한 눈즐김과 가슴트임에 너무나 좋다..

 

삼공리에서 백련사 가는 트레킹 길..아담스러이 편안하다..

 

여름철 수량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갈수기..겨울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풍부하게 넘치는 계곡수..

 

가을에 이 길을 걷는다면 만산홍엽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게다..

 

오늘 하산주 안주로 귀천하게 될 송어 한마리..고맙다..네 덕분에 오늘의 산행이 더욱 빛나는구나..

 

송어회와 소주 한 병..그리고

 

칼칼한 매운탕과 적당한 취기..^^

 

여름에는 계곡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가을에는 홍엽으로 시심을 채워주고 겨울에는 눈꽃밭으로

지친 인간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 주는 곳..그래서 덕유라 한다..

 

오늘 단촐하지만 몸과 마음 가득히 단단한 행복의 눈덩이를 채워간다..

 

너무 채워서 입안까지 가득하다..클..

 

달이 뜬 밤에 하늘의 선녀가 목욕하러 내려 온다는 월하탄..나뭇꾼이 숨었던 바위가 움푹 패인 모습으로

아직 남아 있다..달 빛 아래 뽀얀 속살 내놓고 목욕하는 선녀들을 바라보는 나뭇꾼이 가장 바랬던 것은 무엇일까?

 

그 선녀가 저렇게 나무의자에 앉아서 행복해 하니..그 나뭇꾼이 바랬던 소망은 이루어진게다..~L~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깊은 산중이나 한적한 곳이면 무조건 따 가는 겨우살이를 가지 곳곳에 채워 열린 느티나무..

 

덕유의 넉넉한 모습처럼 계곡도 내려 올수록 편안하게 수수한 아낙네 같은 모습으로 흘러내린다..

 

오늘의 산행..단순한 눈꽃산행이 아니라 걷는 내내 모처럼 사색과 명상이 어우러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구도체험 산행이었다..덕유가 달리 덕유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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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vis Presley(엘비스 프레슬리)_My Way_128.mp3
2.0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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