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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지

옥룡설산..그 영혼의 쉼터..

25년, 내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보냈던 직장을 떠난지 꼭 일주일 째 되는 날

나는 집사람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오븟하게 떠나고 싶었던 곳을 향해 무작정

길을 나섰다..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샴페인이나

베네딕틴 칵테일의 그 부드러운 목넘김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내가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과 힘듦과 하늘과 좀 더

가까이 땅의 원류와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은 곳..그곳으로 떠났다..

 

 

 

 

나 스스로도 경악할 정도의 경치, 살을 에이는 추위와 몸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머리를 압착쇠로 부수는듯한 두통과, 어지러움, 숨을 쉬는데 쉬어지지 않는 증상, 가슴은

심장의 강한 펌프질로 마치 그 소리가 귀에 천둥처럼 들리는 곳..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요..

 

고통을 통해서 얻어지는 강렬한 느낌..그것은 내가 살아 있나?..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하는 존재성에 대한 온 몸의 발버둥치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4,208미터의 고지에서 나는 나약함과 존엄성을 동시에

가진 인간이자..지금 이순간..숨이라도 편하게 쉬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단순한 명제에 목매는 생화학적 생명체임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옥룡설산은 아침,저녁,오후,오전,밤..모두 그 모습을 바꾼다..이른 아침의 모습은

마치 새색시가 화장끼 없이 수수하게 화장실을 다녀가는 모습처럼 수수하다..

 

 

 

우리 부부가 이번 트레킹의 두번 째 밤을 보냈던 차마객잔茶馬客棧..

분명히 겨울인데 꽃이 피어있다..

 

 

 

어제 교두진에서 이 곳까지의 비교적 평이(?)한 트레킹을 마치고

시설은 볼 것이 없지만 뜨뜻한 전기장판 덕분에 아주 길고 깊은 숙면을 취했다..

 

 

 

그 아침을 같이 맞이하는 것도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옥룡이

빙긋이 웃는 표정으로 우리 부부의 해로를 기원한다..^^

 

 

 

저 앞 봉우리가 해발 5,500미터 정도가 되니 이미 사위는 충분히 밝았지만

저 높이까지 해가 뜰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마치 투명한 산의 속살을

보는 듯 신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다시 씩씩하게 출발..이곳의 해발 고도는 약 2천미터 정도로 어제

여강(麗江,리장으로 읽는다)에서 쭈욱 적응을 했던 덕분인지 잠을 아주 잘 잔 덕분인지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물론 나중에 닥칠 그 끔찍한 고산증은 전혀 몰랐다..

 

 

 

집사람도 쌩쌩하니 이 순조로운 트레킹과 옥룡설산과 합파설산의 계곡을 흠뻑 즐기고 있다.

 

 

 

총 열 여섯 명이 함께 한 이번 트레킹 여행에서도

그저 앞 달아 빼기 바쁜 사람..

사진 한 장도 안찍고 땅만 보고 걷는 사람..

탱자 탱자 뒤에서 여유 넘치는 사람..

부부가 왔는데 남편은

선두에서 부인은 맨뒤에서 축 쳐져 오는 사람..

남편이 부인보다 더 허약체질인 사람..

우리 처럼 알콩달콩 늘 함께 하며 사진찍고 즐거워하는 사람..

참 다양한 인간상들을 만나게 된다..

 

 

 

 

속살 내비친 옥룡설산은 누드로 말한다..

 

부끄러워 할 것 없는 내 모습으로

나는 수억의 세월을 이렇듯 살아 왔지만

너네 인간들은 그렇게 둘러 감싸고도

또 다시 속내를 감추고 살려니..

 

최소한 스스로에게만은 속살 숨기지 말고

스스로에게만은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라..

 

 

 

그래서 부부의 정이라는 것은 감출 것 없을 때 비로소 이해가 되고

내가 너, 너가 나가 되어 어려울 때 힘이 되고 기쁠 때 배가 되고

우주가 음양으로 나눈 그 근본이치가 제대로 살아 난다네..

 

 

 

 

가는 길 내내 오른쪽 방향의 옥룡설산은 늘상 보이지만 왼쪽의 합파설산은 가끔씩

이렇게 허연 백발신선의 모습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준다..

 

 

 

드디어 옥룡의 머리 뒤로 햇살이 입자와 레이져 형상으로 투사되어 뿜어진다..

 

 

 

합파와 옥룡의 줄기가 끝나는 곳에 또다른 웅장한 설산줄기가

 우리를 환영하듯이 도열해서 햇살 가득 품은 온기를 전해준다..

 

 

 

호도협 코스의 백미인 관음폭포..대부분의 이지역 물들이 석회질 가득한 것에 비해

이 관음폭포의 물은 아주 수질이 좋아서 인근지역 주민들의 식수로 활용한다고 한다..

 

 

 

그 옛날 이곳을 통해 차와 특산품의 교역이 이루어졌다..

그 희망..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길이다..

 

 

 

이 바윗길..절벽길을 걸으면서 그 팍팍했던 사람들의 고단한 인생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을까?..명상여행 하기 아주 좋은 길이다..

오른 쪽은 수백미터 절벽이요..왼쪽은 가파르기 그지 없는

절벽으로 우리네 인생이 겪어내는 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나는 그동안 나를 알게 모르게 짓누르고 있던

두려움의 실체가 결국 나의 안위..가족의 안위에 대한 걱정임을 알고 내가 건사해야

이 모든 것을 지켜낼 수 있음에 앞으로의 삶..건강하고 즐거워야 함을 알게 된다..

 

 

 

숨이 막히도록 아찔한 저 절벽을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괜스리 도전의식이 새롭게 꿈틀거린다..

 

 

 

옥룡설산의 하부구릉은 저렇게 도톰한 나무들이 상부에서 흘러내린 물의 기운을

흡수하고 빗겨내리쬐는 빛을 받아서 부드러운 융단의 이미지를 엮어낸다..

 

 

 

이곳 지역의 밥은 안남미安南米로 밥을 지어도 푸석푸석하고 불면 날아갈듯해서

먹을 때는 배가 쉽사리 불러도 금방 꺼지고 만다..네 시간 정도 걸었을까..벌써

허기가 지고 이제 눈 아래 보이는 장노사객잔張老師客棧을 향해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워 스틱을 잘 사용하면서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중간에 물 한잔 마시면서..

 

 

 

해발 1,700 미터의 고산지대에도 이런 억새가 나풀거린다..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에 햇빛은 너무나 강렬하고

밤에는 추운, 평균 일교차가 무려 20도 가까이 난다..자외선이 강해서

쉬이 얼굴이 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겉늙어 보인다..

 

 

 

호랑이가 능히 계곡 사이를 건너 넘을 정도라 해서 붙여진 이름

호도협虎渡狹..이곳은 중도협으로 비교적 상류에 비해 물폭이

많이 넓어진 곳이다..호랑이가 건너 넘기에는 많이 넓다..^^

 

 

 

이번 트레킹의 출발지역인 교두진 지역에서는 물이 꽤 맑고 얕았지만 갈수록

흙탕물처럼 변하고 수량도 많아져서 마치 제트기 폭음처럼 웅장한 소리를 낸다..

 

 

 

교두진 - 나시객잔 - 차마객잔 - 중도객잔 - 장선생객잔을 경유하는 1박 2일의 트레킹을 마치고

여강 수허고성으로 이동하면서 바라 본 옥룡설산의 위용..이 곳 지역 사람들의 오랜 신봉의

대상이요..신성화된 성역이다..능히 그럴만 하다..

 

 

 

여강시내의 고성지역에서 아주 춥고 시린 밤을 보내고 이번 트레킹의 하일라이트

옥룡설산 대설협코스를 향한다..아침 햇살을 받은 웅장한 옥룡의 위태가 대단하다..

 

이 옥룡설산의 최고봉인 선자두봉 5,596M 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 빙하가 독보적이다..

옥룡설산의 최고봉 등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 차체가 부스러지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이 밟으면 으스러져 나가고

고정물 확보가 불가능하고..중국 정부에서도 이지역 주 소수민족인 나시(納西)족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등반허가를 일체 불허하기 때문이다..때문에 히말라야 산맥중에서

아직 등반하지 못한 몇 몇 처녀산으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옥룡설산의 트레킹은 세 곳으로 나누는데

최근 완성되 대삭도를 통해 해발 4.500미터까지 올라가서

계단을 통해 4.700미터까지 올라가는 코스..

 

운삼평 코스는 해발 3,000 미터까지 삭도로 올라갔다 그냥 내려오는 코스..

 

우리가 선택한 모우평 코스는 3,200미터에서 시작해서 왕복 아홉시간동안

모우평 - 정인승마장 - 신수(샹그릴라) - 산야목장 - 운삼원시림을 거쳐

설산소옥이라는 대피소에서 취사식을 먹고

여신동女神洞窟 - 설산아구 - 설편파 - 설산아구(4,620m)까지

다녀 오는 가장 힘든 코스이다..

 

 

 

정인승마장 부근인데, 겨울철이라 별도의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뒤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오늘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설련대협곡이다..

 

 

 

벌써부터 강한 바람과 고지대로 인한 추위가 한발짝 옮기기가 평지와는 다르게 쉽지 않다..

그래도 아직 경사가 심하지는 않아서 걸을만 하다..

 

 

 

아마 이곳도 따뜻한 봄이 되면 초록색 풀과 따스한 햇살로 활기넘치고 정감넘치는 평원이 될게다..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일까..사진을 찍어도 꼭 꿈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느낌..

 

 

 

뒤의 목장은 여름이 되면 산양이나 야크들을 가두는 곳으로 지금은 겨울이라

대부분의 산양들을 고도가 낮은 아랫쪽으로 옮겨두었다고 한다..

 

 

 

옥룡의 산세는 사뭇 위압적이면서도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다..

아마도 나시족들의 절대성지로서 기도도 많이 받고 해서 순화된 것이라 믿는다..

 

 

 

아직 하산하지 않은 일부 산양들이 남은 풀들을 뜯고 있다..평화로운 정경이다..

 

 

 

이 높은 곳에 이렇게 광활한 평원이 존재한다는 것..

자연의 넉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 까지는 상태가 양호한 우리 부부..힘을 내자고 서로에게 화이팅~!!

 

 

 

이제 해발 3,600 미터 아직까지는 특별한 고산증세가 없어 슬슬 산을 얕보기 시작했다..

 

 

 

운삼 원시림 입구..소나무는 살지 못하고 대개가 다 삼衫나무 원시림이다..

 

 

 

강렬한 햇빛을 피해 유일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코스..길도 비교적 평이해서 아주 좋았다..

 

 

 

이 높은 지역에도 눈이 녹은 것이 아닌 이런 조그만 계곡이 있고 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이트 클럽 샹그릴라가 아니다..중국에서 딱 두 곳에만 존재하는 신수..샹그릴라다..

 

티벳어로 뜻은 '푸른 달빛의 골짜기' 라는 뜻이고 영국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 잃어버린 지평선' 에서는 서구문명의 위기를 벗어나 영원히 안식할 수 있는 장소로 묘사된다..

 

 

 

천천히 고도를 높일수록 우리의 목적기 설련대협곡의 웅장한 자태가 우리를 압도한다..

 

 

 

아직은 당당하게..뭐..죽을 정도로 고민하고 고통스러웠던 만성 통풍환자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스스로 만족해 할만 하지만..아직 체력도 좋고..숨도 그다지 거칠지 않다..

 

 

 

줌으로 당겨 본 설련대협곡 봉우리의 모습은 털털하고 장난기 많은 이웃집 형님 같은데..

 

 

 

아직 갈 길은 멀고 걷는 내내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과 차갑게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공기의 온도는 영하의 느낌..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나..벗자니 춥고..

햇볕 닿는 곳은 뜨끈뜨끈하고..그래도 경치는 연이어 압권이다..

 

 

 

 

드디어 도착한 점심먹는 장소..

이곳 사람들이 통나무로 지어놓고 설산소옥雪山小屋이라 이름지었다..

메뉴는 누룽지죽과 현지식 반찬..뭐..그게 어딘가..이제부터는 완만한 경사가 아니라..급경사를

치고 오르는 고단한 산행이 될 것이라 한다..

 

 

 

급하게 먼저 일곱명이 현지 산악가이드를 대동하고 떠났다..같이 가려 했는데

대자연의 품속에서 몸과 마음을 잠시 비웠더니 기다리지도 않고..

그래서 다른 가이드(이름이 리따꺼..)가 같이 움직인다..

 

생김새나 덩치..복장으로 봐서는 평범한 촌부처럼 보였지만..역시 티벳지역의

원주민답게..상상을 초월하는 산행능력을 보여 주었다..

 

 

 

가파르게 경사를 치고 오르니 가이드가 잠시 전화를 받는 틈을 이용해서 잠시 휴식..

아직까지는 웃음이 넘치는 집사람..그러나..아..아..

 

 

 

점심 이후부터는 고도를 높이는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숨이 끊어질듯 가슴이 터질듯..아까 여유부리던 오만함에 대한

처절한 옥룡설산의 응징이 시작되는 것일까?

 

 

 

그 비몽사몽의 순간에도 내 눈에 띄인 참이슬 소주팩..한국인의 긍지랄까..참 씁쓸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름전 앞서 온 팀에서 이쯤에서 등산을 포기하고 정상주를 했다고 한다..

해발 3,850미터..듣고 보니 그럴만 하기도 하다..나도 주저앉아서 소주 한 잔하고 그냥

하산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그래도 몸은 힘들지만 고도를 급격하게 높일수록 펼쳐지는 경치는

감동 그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가이드는 평범한 농구화에 주머니에 두 손 넣고 여유가 넘치고

집사람과 나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경사에 자갈길은 왜 그렇게 미끄러운지..

조금만 방심하면 쭈루룩 몇 백미터 아래로 구르고 만다..

 

 

 

지나 온 길이 이렇다..경사도 그렇지만 너무 미끄럽고 돌이라도 잡으려니

그대로 쑥 빠진다..긴장감에 힘이 더 든다..가이드는 물론 여유만만..

 

 

 

왼쪽 상단의 저 봉우리가 설산아구 4,170미터이다..

 

 

이 곳이 이곳의 여신이 기거한다는 여신동 해발 4,000 미터쯤 된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면서 잠시 쉬었다..아무리 숨을 거듭 쉬어도

계속 헥헥거린다..공기가 모자란다..산소가 모자란다..

 

 

 

이제 겨우 해발 200미터를 높였을 뿐인데..

바로 아랫쪽 원시림이 시작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극명하게 보여준다..

 

 

 

간식으로 가져온 쵸코파이가 터질듯 부풀어 올라 있다..

먹고 싶었지만 목에 메일 것 같아서 참았다..

물만 연신 벌컥..벌컥..마셔도 숨가쁜 것이 사라지질 않는다..

 

 

 

서서히 머리가 무겁고 어질어질 하다..급경사 고도라서 그런가 했지만..

사실 이것이 고산증의 시작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도 좌우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장관은 안그래도 숨가쁜 가슴을 진하고 강하게 울린다..

 

 

 

희안한 것은 그렇게 힘든데 땀이 나질 않는다..간신히 포즈를 취하고..

 

 

 

또다른 산맥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아득한 저 먼 곳에 또다른 명산 메이리 설산이

희미하게 보인다..저 곳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데..이정도 고도에 몸이

이렇게 적응을 못해 준다면..아..아..

 

 

 

메이리 설산이 메롱..메롱하고 나를 가여이 여기는 것 같다..

 

 

 

마치 탐험영화나 환타지 무비에서나 나올법한 장관이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장대하게 펼쳐지고 있다..그것도 몸으로 직접 올라와 가져가는자만의 특권이다..

 

 

 

사방 수천리..망망무제..패러글라이딩이나..윙수트를 입고 아주 먼 저 곳까지 날아 가고 싶다..

 

 

 

거의 한계점에 온 것일까..집사람이 호흡곤란과 여러 가지 통증을 호소한다..

나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다만 안그런척 할 뿐..정말 힘든다..

 

 

 

여기가 해발 4,208미터..기습적인 강풍과 급격한 온도저하가 사람을 아주 못살게 군다..

집사람이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내는 아주 괴롭다..

 

 

 

영화의 한장면 같은 멋진 장관에..이만한 보람과 감동을 어디에서 얻겠는가..

 

 

 

해발 4,208미터..내가 한국에서 오른 최고높이의 산 한라산의 두배가 훨씬 넘는 고도이자

일반적인 히말라야 원정대의 베이스 캠프 설치 고도다..

그만큼 힘이 들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저 장관은 능히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복장을 취하고 보니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다쓰 베이더 같다..ㅎㅎ

 

 

 

내 인생에 있어..두 번 다시 이렇게 높은 곳에 맨발로 걸어 오를 수 있을까?

딱 한번만 더 해보고 싶다..도전목표는 히말라야 원정대의 일반적인

전진캠프ABC(Advanced Base Camp) 고도인 5,500미터..그럴려면 담배도

끊고 체력훈련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강도높게 해야 가능할 것이다..

 

 

 

얼마나 급경사인지 사진이 마치 2차원평면처럼 나왔다..

저 곳에도 사람은 아직 깃발을 꽂지 못했다..

 

 

 

그저 감동할 뿐이다..그 어떤 수식어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감동적인 경관을 표현할 수 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50이 넘은 이 나이에 이 높은 곳에 이토록 힘들게

올라 오고 나니, 말라 사라진줄 알았던 감성이 살아나는가..

왜이리 눈물이 나는가..집사람이 고마워서..이 힘든 곳에

불평한마디 않고서 따라와 준 그대가 고맙고 또 고마워서

자꾸만 눈물이 어린다..

 

내 인생의 자락에 깊숙하게 들어와서 이런 저런 힘든 것

아무 불평하지 않고 살아 와 준 그대..고맙고 고맙소..

 

 

 

이제 내려가야 한다..머리는 터질듯..쪼개질듯 아프고 침만 넘겨도 토할 것 같다..

한발 한발 조심스레 발을 내 딛는다..별 다른 사고 없이 잘 내려오긴 왔지만

고산증세는 더 심해진다..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내려오면서 사진 한 장 더 찍을 생각조차 못했다..

겨우 야크 목장지대에 와서야 긴장감이 풀리면서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야크의 머리뿔뼈이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Black Yak이다..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성격도 그다지

온순하게 보이질 않았다..조금 더 가까이 가려니 푸르르~~하면서 경고를 날린다..

 

 

 

나는야..고산의 왕..야크제왕이닷~!!..뎀비바..뎀비바..ㅎㅎ

 

 

 

어느덧..해가 옥룡설산 너머로 진다..네시 반이 안되었는데..벌써 진다..

 

 

 

비록 나는 가지만 오늘의 경험과 감동을 잊지 않고 더 준비하고

갖추어서 더 높은 곳에 도전하겠습니다..옥룡이여..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도 세월은 가고 나무는 수명을 다하여 넘어지고 이끼가 끼고

순환의 이치가 여지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가 넘어가니 본격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춥다..빨리 내려가자..

 

 

 

힘도 없고..춥고 배고프고..고산증세는 더욱 심해지고..처량하지만

오늘의 이 소중한 영혼적 감동만큼은 가슴에 고이 품고 내려간다..

 

 

 

여름철이면 목동들이 찾는 티벳불교 사원이다..입구 양쪽에 무지한 사람들을 위한

마니차가 놓여 있다..마니차를 한번 돌리면 불경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하는 원력..

소원이 무엇일까..

 

 

 

집사람의 마니차 소원은 무엇이며 나의 근본 소원은 무엇일까..

힘든 산행후에 돌리는 마니차는 그래서 더 의미 깊게 다가온다..

 

< 후 기 >

 

어찌보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던 4박 6일의 여행..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는 움직임이나 행동도 따지고 보면 욕심이다..

 

여행내내 잠자리는 춥고..먹을 것은 부실하였으며..해발 2천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결코 평지처럼 쉽지 않았으며

해발 4천미터 이상이 주는 극한적 한계상황은 개인차는 분명 있겠으나

충분한 체력과 경험없이 정신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이겨내기 힘든

이 지구행성의 인간이 가지는 물리적 화학적 한계일 것이다..

 

너무나 피곤하다..잠도 더 자고 싶고..지금 부르턴 입술로

물도 제대로 벌컥 마실 수 없는 상태지만..마음..그 한자락은

옥룡설산과 차마고도 트레킹 코스의 그 환상적 아름다움으로

나의 인생을 덧칠할 거리와 재료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그래서 더 행복한 꿈을 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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